조선의 이상을 걸다, 궁중 현판 특별전
상태바
조선의 이상을 걸다, 궁중 현판 특별전
  • 최호승
  • 승인 2022.05.19 10: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조선의 궁에 걸린 현판에는 특별함이 새겨졌다. 바로 조선의 바람이자 이상이다. 대안문(大安門)처럼 ‘크게 편안하기’를 바라기도 했고, 왕이 덕을 넓혀 백성을 감화시키고 넓히던[홍화(弘化) 시대를 담기도 했다. 이 특별함을 볼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

문화재청 국립고궁박물관(관장 김인규)은 5월 19일부터 광복절인 8월 15일까지 기획전시실에서 <조선의 이상을 걸다, 궁중 현판> 특별전을 개최한다.

기해기사계첩의 경현당석연도, 국립고궁박물관 소장
기해기사계첩의 경현당석연도, 국립고궁박물관 소장

이번 전시는 그동안 국립고궁박물관 수장고에 보관된 궁중 현판이 한 장소에 등장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2018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아시아태평양 지역목록’에 등재된 궁중 현판 81점과 국보 『기사계첩(耆社契帖)』 등 관련 유물을 포함, 현재 국가무형문화재 각자장(刻字匠, 나무판에 글자나 그림을 새기는 장인)이 사용하는 작업 도구 등 총 100여 점의 전시품을 선보인다.

전시는 ▲머리말(이하 프롤로그) ‘궁중 현판, 우리 곁으로 내려오다’ ▲1부 ‘만들다’ ▲2부 ‘담다’ ▲3부 ‘걸다’ ▲마무리(이하 에필로그) ‘현판, 시대를 넘어 함께하다’ 등 5부로 구성됐다.

▲프롤로그 ‘궁중 현판, 우리 곁으로 내려오다’에서는 일제강점기에 훼손된 궁중 현판이 국립고궁박물관에 보관되기까지 역사를 영상으로 설명, 문화유산 보존의 중요성을 일깨운다. 또 근대사의 상징적인 공간이었던 경운궁(현 덕수궁)의 정문에 걸렸던 ‘대안문(大安門) 현판’에서 격동하는 역사 속 ‘크게 편안’하기를 바랐던 당시 사람의 소망을 느낄 수 있다. 이 현판은 국립고궁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현판(124x374cm) 가운데 가장 큰 현판이다.

대안문 현판, 국립고궁박물관 소장
대안문 현판, 국립고궁박물관 소장

 

의열사기 현판, 국립고궁박물관 소장
의열사기 현판, 국립고궁박물관 소장

▲1부 ‘만들다’에서는 현판의 글씨와 재료, 제작 기법을 보여주며 현판 제작의 전통을 이어가는 장인을 조명한다. 현판은 각자장, 단청장 등이 만들었는데 이들의 전통적인 제작 방식을 영상으로 만날 수 있다. 그리고 왕부터 당대 명필, 내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람이 참여한 현판 글씨도 소개한다. 이 가운데 특히 당대 명필인 한호(韓濩, 1543~1605)가 쓴 ‘의열사기(義烈祠記) 현판(1582년 제작)’은 박물관 소장 현판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이다. ‘의열사기 현판’은 백제 의자왕 때와 고려 공민왕 때 충신을 모신 사당인 의열사의 내력을 새긴 현판이다.

▲2부 ‘담다’는 왕도 정치의 이념이 드러난 현판을 내용적인 면에서 네 개의 주제로 나누어 조명하고 있다. ‘성군의 도리를 담다’는 성군(聖君)이 되고자 학문에 매진하는 왕과 세자의 모습, ‘백성을 위한 마음을 담다’에서는 백성의 생활을 안정시키고 인륜을 가르치기 위한 교화(敎化)의 노력, ‘신하와의 어울림을 담다’에서는 왕권(王權)과 신권(臣權) 사이의 견제와 균형을 이루고자 한 왕의 노력, ‘효를 담다’에서는 효(孝) 사상을 담은 부모에 대한 효심과 추모 등의 내용이 공개된다.

▲3부 ‘걸다’는 다양한 기능의 궁중 현판을 한 벽면에 연출해 압도적인 공간을 구성한다. 왕이 신하에게 내린 명령과 지침, 관청의 업무 정보와 규칙, 소속 관리 명단과 업무 분장, 국가 행사 날짜를 새긴 현판 등은 당시에 게시판이나 공문서 같은 기능을 보여준다. 왕의 생각과 감정을 공공에 드러내는 매체로 활용했던 왕의 개인적인 감회나 경험을 읊은 시를 새긴 현판도 볼 수 있다. 이러한 현판을 통하여 끊임없이 소통하고자 하였던 당시 조선 왕실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에필로그 ‘현판, 시대를 넘어 함께하다’는 우리 주변에 걸려있는 현판의 모습과 그 안에 가치를 담아 지켜나가는 사람의 모습을 사진과 영상으로 소개한다. 과거와 시대 상황이 크게 변했지만 소통을 향한 끊임없는 욕구는 오늘날 우리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느낄 수 있다.

홍화문사미도, 국립고궁박물관 소장
홍화문사미도, 국립고궁박물관 소장

이번 전시는 다양한 매체를 활용하여 현판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있다. 『원행을묘정리의궤(園幸乙卯整理儀軌)』에 나오는 <홍화문사미도(弘化門賜米圖)> 그림과 관련한 문헌 기록을 바탕으로 창경궁의 정문인 홍화문 앞에서 왕이 백성에게 쌀을 나눠주던 장면 등을 만화 영상으로 보여줘 관람객에게 ‘홍화’의 뜻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여러 현판의 이름을 한눈에 이해할 수 있는 영상도 상영한다.

참여 공간도 마련했다. 창덕궁과 창경궁의 배치도인 <동궐도>를 배경으로 관람객이 직접 현판의 글씨를 디지털 기술로 쓸 수 있다. 이 밖에도 유튜브에서 전시를 기획한 전시해설사(큐레이터)와 디자이너의 전시 해설, 장인들의 인터뷰 영상 등을 제공하며 전시실 전체를 가상현실(VR)로도 볼 수 있다. 또 특별전과 연계해 한국문화재재단(이사장 최영창)과 협업으로 제작한 문화상품 4종(핸드폰 목걸이 끈, 고리 장신구, 명찰 목걸이 묶음, 배지)을 판매한다.

문화재청 국립고궁박물관은 “조선 왕실과 지배층이 국가를 번성시키고 조화로운 정치를 펼치기 위한 소망을 현판에 담았음을 이해하고, 오늘날 자신의 공간에 대한 꿈을 한 번쯤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라고 밝혔다.


인기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 불교 뉴스, 월간불광, 신간, 유튜브, 붓다빅퀘스천 강연 소식이 주 1회 메일카카오톡으로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많이 구독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