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다의 신화] 목숨 걸고 보시하는 이는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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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다의 신화] 목숨 걸고 보시하는 이는 행복하다
  • 동명 스님
  • 승인 2022.05.03 09: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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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주상보시인가, 목숨 건 보시인가?

마치 천상 사람처럼 곱고 단정하고 아름답게 차려입은 사람들이 부드럽고 아름다운 음악이 울리는 가운데 향(香), 등(燈), 꽃, 차(茶), 과일, 쌀 등을 이마 위까지 올린 채 조심스럽게 불단을 향하여 다가간다. 조심스러우면서도 가벼운 발걸음이라 마치 발을 바닥에 딛지 않고 걷는 듯한 느낌을 준다. 어쩌면 저렇게 공손할 수 있을까! 감탄사가 절로 나올 정도로 우아하게 불전에 나아가서는 다시 이마 위로 공양물을 공손하게 들었다가 조심스럽게 불단 위에 올려놓는다. 부처님오신날 봉축 법요식을 봉행하기 전에 진행하는 육법공양(六法供養) 장면이다. 육법공양이란 향과 등, 꽃, 차, 과일, 쌀 등을 부처님께 올리는 의식이다.

향과 등과 꽃은 붓다 시대에 재가신도들이 붓다를 위해 가장 자주 공양했던 품목들이고, 차와 과일과 쌀(밥)은 대중공양 때에 빠질 수 없는 품목들이다. 향이나 등이나 꽃은 인간의 생존에 필수적이지는 않은 것이다. 물론 탁발을 나온 붓다와 제자들에게 생존에 필수적인 음식을 공양하는 경우가 많았겠지만, 경전에는 생존에 필수적이지 않은 향이나 등이나 꽃이 더 자주 등장한다. 그만큼 그 시대 사람들이 먹고사는 데 급급하지 않고 여유가 있었음을 말해주는 것이 아닐까 싶다.

『금강경』에서는 무주상(無住相) 보시를 강조한다. 보시를 하고서도 보시했다는 상을 갖지 않는 것이다. 보시하고서도 보시했다는 상을 갖지 않는 것은 쉽지 않다. 일창 스님은 보시의 공덕을 크게 하는 요소를 다섯 가지로 정리한다. 첫째, 보시하는 이 스스로 계를 잘 지켜야 한다. 둘째, 계를 잘 지키는 사람에게 보시해야 한다. 셋째, 정당하게 얻은 것을 보시해야 한다. 넷째, 보시하기 전에도 기뻐하고 보시하면서도 기뻐하고 보시하고 나서도 기뻐해야 한다. 다섯째, 업과 업의 과보에 대해 확실한 믿음을 갖고 보시해야 한다. (일창 스님, 『부처님을 만나다』, 이솔출판, 2012, 285쪽.)

그런데 무주상 보시나 일창 스님이 말하는 보시의 다섯 가지 요소를 뛰어넘은 ‘목숨을 건 보시’를 실천한 이들이 있었다. 이른바 ‘빈자 일등’으로 알려진 가난한 노파 난다(Nanda)와 붓다에게 꽃 여덟 송이를 보시하고 미래에 벽지불(辟支佛)이 되리라는 수기를 받은 꽃장수 수마나(Sumana)가 바로 그들이다.  

 

폭풍우에도 꺼지지 않는 등불

『아사세왕수결경(阿闍世王授決經)』과 『현우경(賢愚經)』 「빈녀난타품(貧女難陁品)」에 ‘빈자 일등’ 이야기가 나온다.

붓다가 라자가하에 있을 때 아자타삿투 왕이 붓다와 제자들을 초청해 대중공양을 마친 후 의사 지와까(Jivaka)와 의논했다.

“오늘 부처님을 청하여 대중공양을 했으니 다음에는 무엇을 하면 좋겠는가?”

지와까가 대답했다.

“부처님을 위하여 죽림정사까지 등을 설치하여 공양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왕은 곧 궁문에서부터 죽림정사에 이르기까지 등을 설치하도록 했고, 백성들도 동참하도록 했다.

그 소식을 들은 한 가난한 노파 난다도 붓다에게 등공양을 하고 싶었다. 그러나 그녀는 한끼 먹을 양식도 없었다. 오직 붓다에게 공양하겠다는 열망으로 겨우 2전(錢)을 구걸해서 그것을 가지고 기름집으로 갔다. 기름집 주인이 말했다.

“한끼 먹을 양식도 없는 분이, 2전이 생겼으면 밥을 사 먹어야지 왜 기름을 삽니까?”

“부처님을 만나기는 백겁이 지나도 어렵다고 하는데, 나는 부처님과 같은 세상에서 살고 있으면서도 지금까지 공양을 올린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오늘 왕께서 우리 같은 백성들도 동참할 수 있도록 하신다니 내가 굶어 죽더라도 부처님께 공양을 올리기로 했습니다.”

이에 기름집 주인은 난다의 지극한 뜻을 알고서 2전엔 2홉을 주어야 하는데 특별히 3홉을 주었다. 3홉이라 해봐야 다른 사람들이 올린 것에 비해 반도 되지 않았지만, 그녀는 간절한 마음으로 죽림정사에 갔다.

등불을 공양하면서 난다는 지극한 마음으로 발원했다. “만약 제가 후세에 부처님처럼 도를 얻을 수 있다면, 이 등불이 밤을 새우고 나서도 시들지 않게 하소서.” 그녀는 밤이 깊어도 죽림정사를 떠나지 않고 합장한 자세 그대로였다.

밤이 깊어가면서 어떤 등은 꺼지고 어떤 등은 꺼지지 않았다. 그중 난다가 밝힌 등은 어디서 보아도 눈에 띌 정도로 밝았다. 아침 해가 동쪽에서 솟아올랐는데도 난다의 등은 꺼질 줄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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