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화선 대법회 #6_혜국 스님] “달도, 달빛도 비추고 있는 물을 직시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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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화선 대법회 #6_혜국 스님] “달도, 달빛도 비추고 있는 물을 직시하라”
  • 최호승
  • 승인 2022.04.25 16: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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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광미디어는 4월 20일부터 4월 26일까지 문경 세계명상마을에서 열리는 제4회 간화선 대법회 선지식 법문을 웹사이트와 불광미디어 유튜브 채널에서 중계합니다. (혜국 스님 법문은 녹화 중계합니다)

간화선 대법회 여섯 번째 법사로 법석에 오른 혜국 스님
간화선 대법회 여섯 번째 법사로 법석에 오른 혜국 스님

우리는 잘 때도 허공에서 자고, 허공에서 걸어 다니고, 나무도 집도 허공에 의지해서 존재합니다. 우리는 허공을 떠나본 적이 없습니다. 그렇게 허공 덕으로 사는데도 허공의 고마움을 모릅니다. 마음과 같이 자고 밥을 먹고 마음이 날 살리고 있는데도, 그 마음은 날 떠나본 적이 없는데 그 고마움을 모르고 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연기법을 보는 자는 나를 보고, 연기법을 보는 자는 진리를 본다고 했습니다. 우리 모두 스스로 부처라고 확실하게 믿는다면, 일어나는 감정에 시간 낭비할 수 없습니다. 부처를 찾아서 부처로 살지, 부처를 짓밟고 감정이 하자는 대로 살 수가 없습니다. 일체 생각과 번뇌망상은 손님입니다. 집에서 눌러앉아 사는 게 아닙니다. 눌러앉아 사는 이 자리, 삼라만상이 오직 이 한 법에서 나오는 자리 알려고 수행합니다. 그 진리에 믿음이 딱 가면 행동으로 옮기게 됩니다. ‘아 그렇구나’ 지식화 되는 바람에 ‘그런가보다’라는 생각으로 받아들이기에 몰두하지 못합니다. 선사들은 인생을 다 바쳤는데, 내 자신을 돌아보면 부끄럽습니다.

이 화두 참선법(간화선)을 믿으려면 믿음부터 성취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연기법을 보는 정견이 서야 합니다. 바른 가치관이 정립돼야 합니다. 그러려면 공에 대해서 제대로 알아야 합니다. 공에 대한 확실한 자기정립! 공은 없는 게 아닙니다. 제 앞에 얼음을 놓고 잘생진 부처님 모습을 조각했다고 합시다. 눈이 녹고 코가 녹고 다 녹으면 작음 얼음이 됐다가 온도가 더 오르면 물이 됩니다. 100도 이상의 인연이 오면 수증기가 됩니다. 물과 영하라는 기온의 인연이 만나면 얼음으로, 영상의 인연을 만나면 물이 됐다가, 100도 이상을 만나면 수증기가 됩니다. 다시 말해, 인연만 있지 실체가 없는 것을 공이라고 합니다. 그러니 불생불멸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 몸은 수억 개 원자가 인연 따라 모여서 인연이 다 되면 다시 지수화풍, 4대 원소로 돌아갑니다. 나라는 실체가 아니라, 색수상행식이 아니라, 인연만 있는 겁니다. 그래서 인연은 불생불멸입니다. 이 인연에 대한 믿음이 간다면, 삼라만상에서 벌어지는 현상이 인연이자 공 아닌 게 없고, 실체가 있는 게 하나도 없습니다.

내가 죄를 짓고 잘못 살았어도 내 본질, 부처님은 죄에 물들지 않습니다. 도는 우리를 한 시도 떠난 적이 없습니다. 이것이 불교의 수승한 점입니다. 마조 스님에게 한 수행자가 물었습니다. ‘어떻게 해야 도를 깨칠 수 있습니까?’ 그러자 마조 스님은 이렇게 답합니다. 지금 드리는 말씀은 대답을 풀어 말씀드리는 겁니다.

“자성은 본래 완전하니, 선이다 악이다 하는데 막히지 않기만 하면 도 닦는 사람이라 할 것이다.”

태양은 선한 사람, 악한 사람 안 가리고 모두를 똑같이 비춥니다. 공기도 마찬가지입니다. 각자 폐활량만큼 아낌없이 주고 우리는 그래서 숨을 쉬고 삽니다. 이게 다 무료입니다. 이게 도의 소중합니다. 완전합니다. 태양 빛에는 선악이 없습니다. 중도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누구나 선을 취하고 악은 버리려고 합니다. 누군가 칭찬하면 좋고 험담을 하면 기분이 나쁩니다. 하지만 집착만 하지 않음녀 됩니다. 봄여름가을겨울 계절을 받아들이듯 인간 관계도 받아들이면 선을 취하고 악을 버리는 일이 없습니다.

선을 취하고 악을 버리며, 공을 관찰해서 선정에 들어간다는 말이 있습니다. 감정에 놀아났구나, 악도 내 마음에서 생기고 선도 내 마음에서 생기는구나, 선과 악이 나눠지기 이전의 자리가 본연의 자리인데 그동안 속았구나. 어째서 그 자리를 뜰 앞의 잣나무라 했을까…….

여기서 간화선에 들어야 합니다. 어떤 모습이 참모습입니까? 뜰 앞에 잣나무입니다.

우리는 화두를 바깥에서 듣는 이들이 너무 많습니다. 조주 스님의 화두를, 뜻을 권합니다. 그러나 조주 스님은 따로 없습니다. 내 안에서 나를, 조주 스님을 찾아야 합니다. 조주 스님이 따로 있지 않습니다. 내가 조주 어른 만들어 놓고 그 입에서 나온 뜰 앞의 잣나무를 찾지 마십시오.

화두 한 번 드는 게 우주법계와 하나 되는 시간입니다. 화두 참구하는 시간이 어떻게 안 좋을 수 있겠습니까? 우리 몸뚱이, 몸통 그르니까 몸의 그릇 안에 물이 있습니다. 번뇌망상은 이 물에 있는 찌꺼기입니다. 휘저으면 이 물은 흙탕물이 되지요. 휘젓는 것을 멈추세요. 그러면 찌꺼기는 가라앉습니다. 안이 보입니다. 번뇌망상을 없애려고 하지 마십시오. 일렁이는 파도는 번뇌과 바다가 마음이라면, 둘은 다를까요? 파도가 잔잔하면 그게 바다입니다. 다만 바람만 없애면 됩니다. 화두를 믿고, 어째서… 뜰 앞의 잣나무일까? 번뇌 일어나면 ‘내 안의 도적들이 많았구나’ 알아차리면 됩니다. 없애 버릴 게 아닙니다. 일어나는 번뇌도 화두로 바꾸는 게 그게 공부입니다.

강이든 바다든, 밤에 뜬 별과 달을 비춥니다. 실체인가요? 그림자입니다. 달도 별도 강이나 바다에 있는 게 아니라 그림자입니다. 거긴 강이든 바다이든 물뿐입니다. 별도 달도 없습니다. 별이라는 달이라는 번뇌망상은 다 그림자입니다.

자신이 본래 부처라고 믿는 사람과 아닌 사람은 큰 차이가 있습니다. 믿지 않는 사람은 ‘자신이 알고 있는 부처’를 만들어야 하는데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릴지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믿는 사람은 다릅니다. 애쓰고 애만 쓰면 되는 사람입니다.

태양의 광명은 구름에 가려 있어도 낮이든 밤이든 언제든 비추고 있습니다. 밤에는 다른 나라의 낮을 비추고 있습니다. 광명에는 어둠이 없습니다. 우리의 마음부처도 마찬가지입니다. 구름은 있습니다. 구름에 가려지기도 합니다. 업의 구름이 광명을 가릴 뿐입니다. 태양의 광명이 구름 위에서도 어둡지 않듯이 업의 구름을 만드는 내 습관만 고치면 됩니다.

이쯤되면 남과 비교하지 않습니다. 나도 부처요 너도 부처요 새도 부처요 잘난 놈 못난 놈이 없습니다. 완전한 평등이 이뤄집니다. 일평생 남과 비교하지 마십시오. 비교하지 않으면 만족감이 생깁니다. 부탄을 아시지요? 도 닦는다는 제가 부러울 정도로 행복지수가 높습니다. 부탄 순례가서 이유를 물어보니 눈으로 봄을 볼 수 있고 귀로 새소리 듣고 두 발로 걸어다닐 수 있어 행복하다고 답했습니다. 수행은 내가 하는데 도는 부탄 국민이 닦고 있구나 싶었습니다.

행복지수 1위였던 나라 부탄의 순위가 많이 떨어졌다고 합니다. 이유가 뭘까요? 부탄에 TV, 휴대폰이 보급되면서 그것을 통해 더 부귀한 모습을 보고 비교를 하기 시작하면서부터입니다. 왜 비교하나요? 우리의 몸은 자기 작품입니다. 아버지의 정자, 어머니의 난자 그리고 자기가 만든 업식이 인연을 맺고 생긴 온전히 자기 작품입니다. 자기 작품대로 생겼는데 왜 남과 비교하고 성형을 하나요?

내 마음의 본질, 너와 내가 떠난 불생불멸의 자리, 공이란 실체가 변하는 과정만 있는 연기, 불교란 이것이다 저것이다 말하기 이전의 자리, 이 자리로 가는 길을 가려면 열심히 해야겠지요. 그것보다 다른 어떤 것보다 내 마음공부가 반드시 해야할 일 중에 하나라는 점을 명심해야 겠습니다. 꼭 해야할 일입니다. 자기 공부는 자기만 할 수 있습니다. 남이 대신해 주지 않습니다.

꽃잎 떨어져 바람인가 했더니 세월이더라 하루하루 가는 세월 속에 이런 기회 만난 인연이 큰 보배 얻었다고 생각하고 간화선 대법회에서 새 생명 얻는 인연 되길 바랍니다. 오늘 시덥잖은 법문을 마치겠습니다.

혜국 스님은

석종사 조실. 22세 때 반드시 성불하겠노라 오른손 손가락 3개를 연비했다. 태백산 도솔암에서 2년 7개월 장좌불와로 정진했으며 경봉, 성철, 구산 스님 회상에서 정진했다. 2004년부터 석종사에서 간화선 수행을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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