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화선 대법회 #4_의정 스님] “합리적인 사고는 버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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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화선 대법회 #4_의정 스님] “합리적인 사고는 버려라”
  • 최호승
  • 승인 2022.04.23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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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광미디어는 4월 20일부터 4월 26일까지 문경 세계명상마을에서 열리는 제4회 간화선 대법회 선지식 법문을 웹사이트와 불광미디어 유튜브 채널에서 중계합니다.

간화선 대법회 4번째 법석에 오른 선문화수좌복지회 이사장 의정 스님
간화선 대법회 4번째 법석에 오른 선문화수좌복지회 이사장 의정 스님

불교는 꿈 깨는 일입니다.

‘땅이 꺼지면 어떻게 하나. 구렁텅이에 빠져 죽을 텐데’라고 자나 깨나 그 망상에 사로잡혀 사는 토끼가 있었습니다. 어느 날, 토끼는 큰 나무 밑에서 낮잠을 잤습니다. 별안간 꽝 소리 듣고 깨서 땅이 무너지는 줄 알고 급히 뛰기 시작했습니다. 다른 토끼들이 ‘어딜 그리 급히 가느냐’ 물었습니다. ‘땅이 꺼지고 있으니 도망가야 산다’라고 하자 다른 토끼들이 놀라서 같이 도망을 갔습니다. 이 모습을 보던 사슴 무리가 토끼에게 ‘땅이 꺼지니 도망가야 산다’라는 말을 듣고 함께 도망을 갔습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여우 무리가, 늑대 무리가, 곰 무리가 급히 뛰었습니다.

그때 호랑이 한 마리가 그 모습을 보고 곰에게 물었습니다. ‘어딜 그리 급히 가느냐’ ‘땅이 꺼지고 있으니 도망가야 합니다.’ ‘네가 직접 보았느냐?’ ‘늑대에게 들었습니다.’ 호랑이는 늑대에게 달려가 곰에게 했던 것처럼 물었습니다. 그러자 늑대는 여우에게, 여우는 사슴에게 들었다고 했습니다. 끝내 앞에서 뛰던 토끼에게 다가간 호랑이가 물었습니다.

‘자네가 땅이 꺼지는 것을 봤느냐?’ ‘제가 나무 밑에서 자는 데 꽝 소리가 나서 땅이 꺼지는 소리 같아서 도망갔습니다.’ 이 말을 들은 호랑이는 ‘내가 볼 땐 땅이 꺼지는 소식은 없다. 보고 도망가도 늦지 않으니, 보고 땅이 꺼져 있으면 같이 도망가자’라고 동물들을 설득했습니다.

동물들은 큰 나무 밑으로 가봤습니다. 보니까 땅이 꺼지는 게 아니라, 나무에 달린 큰 열매가 땅에 뚝 떨어진 것이었습니다. 땅이 꺼지면 어쩌나 걱정만 하다보니 토끼에겐 열매 떨어지는 소리가 땅이 꺼지는 소리로 들렸던 것입니다.

이 일화는 지금 우리에게 당면한 문제입니다. 우리는 나라를 잃었고, 한국전쟁으로 큰 고통을 받았습니다. 분단 아픔 속에서 산업을 발전시켜 경제를 일으켰습니다. 세계 10위권이라는 엄청난 부를 창출했습니다. 4·19혁명, 5·18민주화운동 등 피 흘리며 민주주의를 이룩했습니다. 정말 놀라운 일이자, 한국인의 위대함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자살률 세계 1위입니다. 산업재해도 1위입니다. 40~50년 전만 해도 유럽 국가들이 자살률 1위를 돌아가면서 했습니다. 30년 전부터 일본이 1위를 차지하다, 우리나라가 지금 자살률 세계 1위를 10여 년 하고 있습니다. 기록이라고 합니다. 뿐만 아닙니다. 영국 어느 대학에서 OECD 국가를 대상으로 한 12가지 불평등 설문조사에서 이념, 세대, 교육, 종교, 지역 등 7개 분야에서 우리나라가 1위를 했습니다.

굉장히 풍요롭지만, 과학과 물질문명이 고도로 발달했지만 폐해가 분명히 있습니다. 바로 이것입니다. 우리는 폐해를 입고 있습니다. 이쯤에서 다시 한번 우리를 돌아봐야 합니다. 우리 선문(禪門)에는 호시우행(虎視牛行)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호랑이의 안목과 소의 우직한 실천력, 걸음이라는 말입니다. 날카로운 호랑이의 안목으로 소의 우직한 실천력으로 실천해야 할 때입니다.

불행하게도 90년 전부터 유럽에서 서구 문명의 몰락을 주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서구의 많은 철학자, 미래학자, 석학들이 사형선고를 내렸습니다. 과학과 물질문명이 고도로 발달했지만, 이대로 가면 몇십 년 안에 지구촌이 멸망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또 하나! 사람들은 본성을 잃어 버렸습니다. 본성을 잃어버리고 지독한 이기주의에 빠져 돈이면 부모형제도 해하는 사회가 됐습니다. 이를 극복하는 게 중요한 일입니다. 더는 기댈 곳이 없습니다.

서구 문명의 중심에는 합리주의가 있습니다. 우리나라 학교 교육도 합리주의입니다. 이성을 중심에 둔 사고를 강조합니다. 서구의 이 합리주의는 뭐든지 분석하고 분해하고 나눕니다. (합리주의에 기댄) 인간은 만나면 서로 갈등하고 대립하고 분열하고 투쟁하고 전쟁을 하는 존재가 돼 버리고 말았습니다.

서구 사람들이 선(禪)에 매력을 느끼고 좋아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선은 일원화된 사유 체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2000년까지 지구촌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책이 바로 선, 명상에 관한 책입니다. 이원적인, 이분법적인 사고의 한계를 봤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일원화된 사고야말로 미래의 희망으로 생각했습니다.

선은 이분법적 사고를 버리라고 가르칩니다. 제자 혜가가 스승 달마에게 묻습니다. 마음이 불편하니 마음을 편안하게 해달라고 합니다. 달마는 ‘불편한 그 마음을 가져오면 편하게 해주겠다’라고 합니다. 그런데 아무리 찾아봐도 불안하고 불편한 마음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사실 편안하다 불안하다라는 것은 망상입니다. 본래 마음에는 없습니다. 일어났다 사라는 것 뿐이지요. 혜가가 ‘없다’라고 하자 달마는 ‘내가 너를 펀안하게 했다’라고 하자 혜가는 그 자리에서 깨닫습니다.

혜가의 제자 승찬의 이야기도 있습니다. 승찬은 문둥병 환자였습니다. 승찬은 스승 혜가에게 전생의 죄가 많아 문둥병을 앓고 있다면서 죄를 소멸해 달라는 청을 합니다. 혜가도 달마처럼 답합니다. ‘너의 죄를 가져오너라. 너의 죄를 소멸해주겠다’라고 말입니다. 그런데 승찬도 죄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 죄가 많으니 없느니 그런 망상에 사로잡혀 있었던 것입니다.

선종은, 간화선은 일원화 사상의 끝판왕입니다. 불교는 한 마디로 계정혜(戒定慧), 삼학입니다. 남방불교에서는 계행을 철저히 지킨 그릇 위에, 선정의 물이 고여, 거기에 깨달음의 달이 뜬다고 합니다. 대승불교에서는 계정혜가 조화를 이뤄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육조 혜능 스님은 『육조단경』에서 계정혜가 하나라고 했습니다. 하나이면서 셋, 셋이면서 하나라는 것입니다. 셋으로 나눠 보는 것은 하근기라고 합니다. 계정혜, 삼학을 하나로 보는 게 한국불교입니다. 거기서 나온 수행법은 아주 간명합니다. 선종은 간명하고 빠른 방법으로 나아가는 길을 알려 줍니다.

누구든지 무심(無心)만 되면, 언제든지 순식간에 깨닫는다라고 합니다. 마음을 비운다[무심(無心)]라는 것은 ‘마음이 없는다’라는 게 아닙니다. 우리의 마음속에 망념이, 망상이 없는 게 무심입니다. 간화선은 무심으로 만드는 가장 강력한 수행법입니다.

눈 푸른 납자가 마조 스님에게 찾아가 법을 물었습니다. 마조 스님은 주장자로 마당에 원을 하나 그렸습니다. ‘원 안으로 들어가도 때리고 안 들어가도 때린다. 일러봐라.’ 앞뒤가 꽉 막혔습니다. 인간의 이성으로 긍정과 부정으로 답하는 출구를 막아버린, 앞뒤가 꽉 막힌 것입니다. 이것을 활구(活句)라고 합니다. 펄펄 살아서 뛰는 화두입니다. 이분법적인 사고로 이것일까 저것일까 답을 구하는 게 아닙니다. 이런 사고방식은 죽은 화두입니다. 평생 깨닫지 못합니다. 일원화된 사유밖에 없습니다. 화두의 위대함이 여기 있습니다.

제가 출가한 지 50여 년입니다. 쭉 정진하면서 가장 어려운 부분이 바로 합리주의적인 사고였습니다. 이건 옳고 저건 그르다. 크고 작고, 길고 짧고, 좋아하고 싫어하고, 추하고 아름답고…. 합리주의의 끝은 반대와 상대적인 개념으로 이뤄졌습니다. 그게 골수에 사무쳐서 여기서 벗어나서 사유할 수 없었습니다. 이분법적 사고를 버리는 데 몇십 년 걸렸습니다. 우리는 뼛속까지 합리주의적 사고가 박혀 있습니다. 그래서 화두가 살아있을 수 없고 공부엔 진전이 없습니다.

선지식 탄허 스님은 한국이 세계의 중심이 되고 정신문화의 중심이 될 것이라고 말씀했습니다. 그 유명한 역사철학자 토인비도 극동에서 인류의 문명을 이끌어 갈 가장 강력한 사상이 나올 것이라고 주장했고 한국에 주목했습니다. 우리는 미래가 굉장히 밝은 나라에 살고 있습니다. 만일 껍데기 한류가 아니라, 한국의 정신문화에 선까지 장착한다면 오랫동안 인류문명을 선도할 것입니다.

의정 스님
참선지도자협회 이사장이자 선원수좌선문화복지회 이사장. 선의 대중화 세계화를 꿈꾸며 전 세계 30여 개국 국제 명상센터를 직접 탐방해 봉암사 세계명상마을을 구상하고 건립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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