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함과 아라한: 불교 성인들에 관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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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함과 아라한: 불교 성인들에 관한 이야기
  • 현안 스님
  • 승인 2022.03.0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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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쿡의 선과 정토 이야기(34)]
십육나한도,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옛날에 한 천신(天神)이 부처님 앞에 내려와서 절을 하고는 옆에 서서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사실 신(神, spirit)들은 부처님 앞에서 앉을 수 없습니다. 서 있어야 합니다. 이들이 부처님 앞에 앉는 것은 공경스럽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보살과 아라한은 부처님 앞에서 앉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보살과 아라한은 누구일까요? 사람들은 ‘보살’이란 보통 절에 자주 가는 여성 신도라고 잘못 알고 있습니다. 보살은 대승에서 큰 깨달음을 얻어서 성자의 지위에 오른 존재를 뜻합니다. 아라한은 어떤 존재일까요? 아라한은 성문과 4단계 중 가장 마지막 단계이며, 선 수행에서는 생각을 자유자재로 멈출 수 있는 존재이기도 합니다. 여러분이 불교 수행을 시작했다면, 그리고 명상을 하고 계신다면, 목표로 삼아야 할 단계가 바로 성문과 4단계 중 첫 단계인 수다원입니다. 그리고 출가자라면 아라한의 단계를 목표로 삼아야 합니다. 이걸 염두에 둬야 합니다. 왜냐하면 이런 이름들이 전설 속에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이 수행하면, 그리고 여러분을 인도해줄 뛰어난 선지식이 있다면, 이런 선정의 단계는 누구나 경험할 수 있습니다.

다시 원래 이야기로 돌아가서, 이 신(神)이 부처님께 말하길 “세존이시여, 무번천(無煩天, 번뇌가 없는 천상)에 갔다가 부처님의 제자를 보았습니다”라고 했습니다. 무번천, 즉 번뇌가 없는 천상은 어디일까요? 그곳은 아나함(성문과 4단계 중 3번째 단계)이나 그 이상인 자들이 여기 아래서 끝나면 가는 곳이라고 합니다. 그들이 거기 위에 가서 뭘 할까요? 아나함은 거기 위로 가서, 거기에 머물면서 아라한이 됩니다. 이들은 다른 건 하지 않아도 됩니다. 좋지 않나요? 더는 훈련하지 않아도 됩니다. 달리 말해서 이들은 아라한이 되기 위해서 다시 인간계에 돌아오지 않아도 되는 것입니다. 아나함은 여기서 죽은 후 무번천에서 태어납니다. 무번천은 무색계의 천상입니다. 그들은 꽤 긴 겁(劫, kalpa) 동안 그 위에서 살다가 삶을 마치면, 아라한과에 증득합니다.

그래서 이 천상의 존재, 그 신이 부처님께 와서 “와! 부처님의 일곱 제자가 이 무색계 천상에 태어났습니다. 얼마나 경이로운 일입니까?”라고 말했습니다. 이것은 이 천상 존재가 무번천 또는 그보다 더 높은 천상에서 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그가 무번천에서 부처님 제자들이 태어난 걸 볼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이 신이 더 낮은 천상의 존재였다면 볼 수 없었을 것입니다. 그러니 이 존재는 그 단계 또는 더 높은 단계입니다. 아무튼 이 천상 존재가 부처님께 ‘당신의 가르침이 옳습니다!’라고 말한 셈입니다.

아라한, 메트로폴리탄 소장

부처님께서는 무번천이 아나함을 위해서 마련됐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부처님께서 다른 천상의 존재들은 무번천이 보이지 않으며, 오직 아나함만 거기서 태어날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그러므로 그가 ‘와우! 부처님, 당신의 제자들은 경이롭습니다. 정말 다르군요!’라고 말한 것입니다. 부처님께서는 “맞다. 하지만 네가 그것을 어찌 알고 있느냐?”라고 물었습니다. 그는 “전 그들과 함께 살았습니다. 부처님의 법(가르침)이 이들을 훈련해서 그 위로 데려간 것이 너무나 경이롭습니다. 놀랍습니다. 이 제자들이 당신(부처님)의 법(가르침)을 수행해서 그 위에서 태어난 것입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서 “전생에 전 도공이었습니다. 가섭불의 제자였습니다”고 말했습니다. 가섭불은 석가모니 부처님 이전의 부처님을 뜻합니다.

그 신은 “저는 청정한 삶을 살았습니다. 오계(五戒)를 지켰습니다. 그래서 천상에서 태어났습니다”라고 했습니다. 부처님께서 “그래 네가 맞다. 하지만 너는 모른다. 너와 나는 함께 있었다. 우리는 같은 마을에서 태어났는데, 이제 너는 천상에 있다. 내 제자들은 아라한이 되었다.”

이 이야기로 여러분은 뭘 알 수 있었나요? 이 천상 존재는 가섭불의 신심있는 제자였지만, 결국 수행을 위해 바른 지도는 받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여전히 천상에 멈춰있습니다. 이 천상의 신은 석가모니 부처님과 알았는데도, 여전히 천상에 머물러 있습니다. 이제 신이 됐고, 매우 행복하고 안락이 가득합니다. 평화롭습니다. 하지만 그는 아직 해탈 근처도 못 갔습니다. 정법을 만나서 수행할 수 있는 충분한 복은 없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에게 큰 복이 있어서 진정한 선지식을 만나게 된다면, 어떤 걸 배우고 싶은가요? 그에게 뭘 원한다고 말할 건가요? 평화나 안락, 행복과 같은 걸 얻고 싶은가요? 아니면 해탈을 얻을 수 있는 바른 방법을 배우고 싶은가요? 진정한 선지식은 여러분에게 어떤 것도 강요하지 않습니다. 그는 여러분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얻도록 도와줄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목표가 뚜렷해야 합니다. 만일 평화와 안락을 얻고, 더 행복해지고 싶다면 그것도 괜찮습니다. 하지만 기억하세요. 여러분이 바른 법을 배우고, 수행하길 원한다면, 평화와 안락, 행복감, 사랑과 같은 사소한 것들은 저절로 이루어질 것입니다. 작은 목표에 만족하지 마십시오. 최고로 높고 큰 목표를 세우십시오. 여러분이 진정한 선지식을 만나서 대승을 수행할 기회가 생긴다면, 무엇이든 가능할 것입니다!

 

현안(賢安, XianAn) 스님
출가 전 2012년부터 영화(永化, YongHua) 스님을 스승으로 선과 대승법을 수행했으며, 매년 선칠에 참여했다. 2015년부터 명상 모임을 이끌며 명상을 지도했으며, 2019년 미국 위산사에서 출가했다. 스승의 지침에 따라서 2020년부터 한국 내 위앙종 도량 불사를 도우며 정진 중이다. 현재 분당 보라선원(寶螺禪院)에서 상주하며, 문화일보, 불광미디어, 미주현대불교 등에서 활발히 집필 중이다. 국내 저서로 『보물산에 갔다 빈손으로 오다』(어의운하, 2021)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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