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 스님, 사람과 세상은 이미 그대로 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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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 스님, 사람과 세상은 이미 그대로 답입니다
  • 불광미디어
  • 승인 2022.03.02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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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은 원제 스님의 스토리텔링 채널에서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타임라인)

00:00 질문이 멈춰지면 스스로 답이된다

08:05 글을 쓴 이유

13:11 어른스님의 가르침

18:53 눈앞과 노릇

24:40 여러 역할들

29:00 세상과 수행

33:17 눈앞과 실체

41:23 마무리

제가 존경하는 한 어른스님께서는 ‘중놀이’라는 말을 자주 언급하셨습니다. 말씀하시는 맥락에선 수행자로서의 삶이나 스님으로서의 노릇을 뜻합니다. 그런 스님의 뜻을 십분 이해하면서도 저는 한편으로 이런 생각을 하기도 하였습니다. 그 놀이가 삶이나 노릇만을 뜻할 것이 아니라, 놀이 그 자체를 뜻하는 것이 되어도 좋겠다고 말입니다.

삶을 고통으로 규정하는 것은 사람의 분별과 집착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 어떤 가르침을 거치든, 나름의 방식으로 깨달음을 얻든 해서 이 분별과 집착의 층이 엷어진다면, 삶이 본래 지닌 자유스러움의 면목이 한결 드러나게 됩니다. 더 나아가 삶을 바라보는 안목과 ‘나’라는 존재가 온전한 전환을 이룬다면, 그때의 삶은 고통으로 허덕이는 진흙탕이 아니라 본래 있어 왔던 자유가 생생하고도 신명나게 벌어지는 장이 될 수 있습니다. 나에게만 갇혀 산다면 사람이나 세상은 상대해야 할 의문투성이겠지만, 나라는 집착에서 벗어난다면 사람이나 세상은 그대로 온전한 답입니다. 그때에 비로소 나 또한 답으로서 노릇할 수 있는 것입니다.

저는 출가해서 선원에 살고 있는 수행승입니다. 그러나 이뿐만이 아닙니다. 저는 부모님에게 아들이며, 누군가에겐 오랜 친구이고, 어느 공부인에게는 스승이며, 세계 일주를 한 여행가이며, 컴퓨터 게임을 즐기는 땡중이고, 틈틈이 글을 쓰는 작가이기도 합니다. 세상에 여러 삶이 있는 것 뿐 아니라, 단 한 개인에게도 이처럼 다양한 삶의 모습과 역할이 있습니다. 답을 정해서 고정시키려고만 하지 않는다면, 이미 답은 다채롭게 펼쳐져 있습니다. 어느 한 역할에만 머무르려 고집하지 않는다면 동시에 여러 역할들도 아무런 걸림 없이 원만하게 이루어 갈 수 있음을

고정된 실체란 없습니다. 실체화라는 망념의 감옥에서 벗어날 수만 있다면, 나로 향한 편중된 집착에서 벗어날 수만 있다면, 그렇게 그릇된 질문에서 벗어날 수만 있다면, 사람과 세상은 이미 그대로 답입니다. 엄숙한 분위기가 서려 보이는 절도, 치열한 수행의 열의가 가득해 보이는 선원도 수많은 답들이 즐겁게 어우러지는 삶의 공간이며, 어찌 보면 즐거운 놀이터입니다. 질문한다면 고민이겠지만, 답이기에 누리는 것입니다. 답은 펼쳐진 것이고, 확인하는 것이고, 누리는 것이고, 써먹는 것입니다.

답은 구하는 것이 아닙니다. 단지 잘못된 질문이 멈춰지는 것입니다.

그러할 때 답으로서 살게 되는 것입니다.

*원제 스님의 첫 수행 에세이 [질문이 멈춰지면 스스로 답이 된다]의 제목과 서문에 대한 해설입니다.

 

원제(圓帝)
세상이 가짜 같아 삶에 대한 의문이 많았다. 그런 세상에 잘 적응은 했으되, 현실에서 5센티미터 정도 떠 있는 듯한 분리감에 많이 힘들었다. 사람과 인생을 모조리 알게 된다는 3수를 거친 방황의 끝에 서강대학교에 들어갔지만, 이 말은 거짓말이었다. 사람과 인생 모두 혼란스러웠다. 그런 와중에 종교학을 전공하면서 불교를 접했는데, 그간의 모든 방황과 실패가 불교를 만나기 위함이라는 것을 확신했다. 그러나 불교 강의 학점은 D였다. 그래도 결심했다. 나는 진리를 위해서 살겠노라고. 군 시절 ‘고무신’이었던 착한 여인에게 홍대 앞에서 거침없는 하이킥으로 두들겨 맞는 진리를 경험한 후 출가를 결정했다.

2006년 해인사로 출가, 도림법전 스님의 제자로 스님이 되었다. 그러나 선원에서의 수행은 녹록지 않았다. 너무 힘들어서, ‘에라 모르겠다, 세계 일주나 가자!’ 하고 2012년 9월부터 2년여간 티베트 카일라스를 시작으로 5대륙 45개국 세계 일주를 했다. 수많은 고생을 한 후 수행은 훨씬 수월해졌다. 이후 ‘최선을 다하지 않으리라’는 삶의 좌우명으로 그냥저냥 쉬는 듯 노는 듯 지내고 있다. 현재 김천 수도암에서 정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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