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던걸, 불교에 빠지다] 일엽 스님과 나혜석을 안은 덕숭산 수덕사
상태바
[모던걸, 불교에 빠지다] 일엽 스님과 나혜석을 안은 덕숭산 수덕사
  • 유동영
  • 승인 2022.02.28 10: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포토에세이

원효 스님이 예언하기를 ‘(불기) 3천 년경에는 대한국에 있는 덕숭산에서 무수한 도인이 나오게 되는데, 불법의 성광이 전 세계에도 두루 비치게 된다’며 이를 만공 스님이 입증한다고 했다. 해발 500m가 채 되지 않는 덕숭산은 크지도 높지도 않으나 곳곳에 우뚝 솟은 바위들과 소나무들이 어우러져 편안하고 넉넉하다. 눈이 제법 내리는 겨울철엔 아름드리 소나무들이 눈 지붕을 만들어 더 없는 절경을 이룬다. 

(결제 중임에도 취재에 기꺼이 도움을 주신 환희대 경완 스님, 정혜사 원주 지상 스님 그리고 방사와 여러 실무를 친절히 처리해준 템플스테이 정현주 팀장님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눈 내리는 새해 첫날 새벽, 전기가 들어가지 않는 국보 대웅전에는 촛불이 그윽하다. 눈발은 도량석의 가락에 맞춰 덕숭산 자락에 사분사분 앉는다. 대웅전은 ‘춥게 살아도 그 향기를 팔아 안락을 구하지 않는다’는 매화의 기개처럼이나 군더더기 없이 당당하고 꼿꼿하다. 천하제일 전각이라도 눈에 보이는 현상일 뿐이랄 수 있으나, 천 오백 년 넘게 이어지는 도량석에 청정한 나를 구하지 않을 수 없다. 

방장스님의 새벽 예불은 7년쯤 전에도 이미 법당 밖에서부터 시작했다. 오늘은 새해 첫날이라 온 세상을 깨우는 사물 소리가 더 특별하다. 수덕사는 다른 총림과 다르게 사물 중 서쪽의 대종이 먼저 울리고, 동쪽 법고각의 목어와 운판이 뒤를 잇는다. 법고는 저녁 예불에만 울린다. 학인스님과 행자님이 분주하게 눈을 치워 길을 트자, 방장스님부터 학인스님까지 말 없는 발걸음들이 하나하나 대웅전으로 향한다. 

아침 공양을 마친 아침 8시, 40여 명의 사부대중이 새벽부터 쌓인 미끄러운 눈길을 뚫고 정혜사 마당에 모였다. 수덕사만의 전통으로 이어져 오는 새해 첫날 통알을 위해서다. 통알은 위로는 부처님으로부터 아래로는 사중 모든 대중에게 올리는 절집의 세배 의식이다. 많은 절은 새벽 예불 뒤 주전각에서 통알 의식을 치르는데, 수덕사만은 유독 높은 곳에 자리한 정혜사까지 오른 뒤 다시 대웅전 부처님 전에서 통알을 한다.   

눈이 내리지 않는 여느 해 같으면 정혜사 선방 스님들을 비롯해 견성암 비구니 스님 등 100여 명에 이르는 대중이 통알 의식에 동참했을 것이다. 정혜사 어른이신 설정 스님을 선두로 만공 스님이 기거하셨던 금선대를 거쳐, 만공탑 등에 예를 올린 뒤 대웅전에 이른다. 대략 1시간이 걸린다. 현재와 같은 통알의 정확한 유래를 알기는 어려우나, 사중 스님들에 의하면 아마도 만공 스님 이후 결제 중에 행하는 세배가 방해돼 그 번거로움을 피하고자 합동 통알로 갈음한 것 같단다. 


관련기사

인기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 불교 뉴스, 월간불광, 신간, 유튜브, 붓다빅퀘스천 강연 소식이 주 1회 메일카카오톡으로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많이 구독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