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던걸, 불교에 빠지다]
춘원 이광수와 육당 최남선이 불교에 심취한 때가 1920년대 초반이다. 조금 후 신여성 김원주가 불교에 귀의하고, 나혜석도 부처님을 찾았다. 무용가 최승희도 이즈음 승무를 통해 불교와 인연을 맺는다. 여성 혁명가 우봉운은 이들보다 조금 이른 시기에 절집 안으로 들어온다. 1920~1930년대는 한 시대를 이끌었던 지식인들이 불교 품으로 들어오는 시기였다. 계몽과 독립, 혁명을 꿈꾸었던 빛이 바래지고, 외면했던 내면의 상처가 이곳저곳에 나타났다. 상처는 새로운 살을 돋기도 하지만, 삶을 폐허화하기도 한다. 업의 과보는 이생에 오기도 하고, 다음 생에 받을 수도 있다.
덕숭산은 큰 산이다. 근대의 선지식 경허 스님이 법을 세운 곳이고 밑에 만공 스님이라는 또 다른 거인이 그곳에 있었다. 세상이 ‘모던걸’을 ‘못된걸’이라는 용어로 비아냥거릴 때, 덕숭산은 그녀들을 맞이했다. 그녀들이 세상을 흔들고자 했던 꿈을 꾼 지 100년이 지났다. 그녀들이 꿈꿨던 삶은 한 세기가 흐른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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