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장 발자취 따라 재발견하는 조선시대 불교미술
상태바
승장 발자취 따라 재발견하는 조선시대 불교미술
  • 마인드디자인(김해다)
  • 승인 2022.01.25 10: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상상붓다] 국립중앙박물관 《조선의 승려 장인》 전시 소개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3월 6일까지 조선시대 불교미술을 조성한 승려 장인의 삶과 예술 세계를 살펴보는 특별전 《조선의 승려 장인》을 개최한다. 본 전시는 국내외 27개 기관과 15개 사찰의 협조를 통해 국보 2건, 보물 13건, 시도유형문화재 5건을 포함한 조선의 대표적 불교미술품 145점을 선보인다. 

수많은 승려의 발심으로 꽃피운 조선 불교미술

불교를 억압하고 유교를 숭상하는 정책으로 인해 불교가 쇠퇴한 것으로 알려져 온 조선시대. 성리학을 통치 이념으로 하던 사회였기에 수많은 사찰이 폐사하거나 종파가 통폐합되는 등 불교가 침체했다. 하지만 조선왕조 500년 동안 불교가 시종일관 억압만 당한 것은 아니었다. 특히 임진왜란(1592~1598) 이후는 “불교미술의 르네상스”라고 불릴 만큼 불교미술이 꽃을 피운 시기였다. 왕실의 원당 및 원찰을 중심으로 불사 후원이 이뤄졌고 오랜 전쟁으로 안정된 삶에 대한 간절한 염원을 품은 백성들은 불교미술을 통해 치유와 안식을 얻었다. 그 가운데, 현재까지 파악된 바로만 1,000여 명의 조각승과 2,400여 명의 화승의 활약이 있었다. 

전시는 제1부 ‘승려 장인은 누구인가’에서 종교미술 제작자로서 일반 장인과 구분되는 승려 장인의 성격을 살펴본다. 불화, 불상, 불구, 장엄물 등을 만드는 전문 기술을 갖춘 출가승인 승려 장인의 활동은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이어져 왔는데, 조선에서는 승려 장인을 중심으로 한 공동 제작의 방식으로 많은 불교미술품을 조성했다. 이는 동시기 중국과 일본의 불교미술에서는 보기 힘든 조선 불교미술의 특징이기도 하다.

 

정토淨土에 닿기 위한 승려 장인의 삶과 작업

제2부 ‘불상과 불화를 만든 공간’에서는 화승과 조각승의 작업공간을 연출해 생생한 이해를 돕는다. 작업실은 부처의 모습을 조성하는 신성함과 작업자의 분주함이 공존하는 공간이었다. 화승에게 그림 그리는 일은 경건한 수행의 방편이기도 했기에 일반인은 출입이 금지돼 있었다. 또한 보조 화승이 한 무리의 우두머리로 성장하기까지 선배 화승의 작업 과정을 도우며 실력을 키워나갈 수 있는 배움터이기도 했다. 제2부의 한편에는 <통도사 팔상도>(1775년)가 밑그림에 해당하는 초본과 나란히 전시돼 스케치가 불화로 완성되기까지의 변화과정을 보여준다. 컴퓨터 단층 촬영(CT) 결과를 이용해 기존에 소개된 적 없는 불화 초본과 목조불상의 내부 구조도 공개해 당시 화승과 조각승의 삶과 작업에 대한 관람객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조선 후기 불교미술의 정수가 모여 있는 제3부 ‘그들이 꿈꾼 세계’에는 단응(端應) 등 9명이 조성한 <용문사 목각아미타여래설법상>(1684)과 <용문사 목조아미타여래삼존좌상>(1684)이 전시돼 있다. 여느 조각승과 같이 보조 장인으로 선배 장인들의 불사 작업을 도우며 성장한 단응은 17세기 전반 가장 큰 조각승 유파를 새운 조각승 무염(無染)이 주도한 송광사 나한전 불사를 보조하며 불상 제작 기술을 익힌 것으로 알려져 있다. 후에 그는 어떻게 하면 법당을 더 아름답고 경건하게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한 끝에 ‘목각설법상(木刻說法像)’이라고 하는 독창적인 불상 조각의 장르를 개척한다. 이는 다양한 존상과 장엄이 부조된 판목을 결구해 마치 불교회화와 같은 화면을 구현하는 불교조각의 한 장르다. 즉, 목각설법상은 후불화 대신 불상에 뒤쪽에 배치된다. 평면적인 불화 대신 입체적이고 깊이감이 느껴지는 목각설법상으로 장엄한 불전을 들어선 당시의 사람들이 얼마나 실감 나는 체험을 했을지 상상해볼 수 있다. 

 

그때 그곳에 그들이 있었음을

한편 제4부 ‘승려 장인을 기억하며’에서는 제작자의 이름을 알 수 없는 조선 후기 불상과 보살상 7점과 설치미술가 빠키(Vakki)의 작품 ‘승려 장인 새로운 길을 걷다’를 함께 전시한다. 조선 후기의 문화를 떠받치는 하나의 축이자 이 시기 문화를 풍부하게 만든 주역인 승려 장인들. 그들의 전통은 많이 사라졌지만, 이상향에 대한 꿈을 함께 나누고 지친 사람들에게 치유와 안식을 주고자 했던 승려 장인들의 마음은 여러 모습으로 변모돼 지금도 남아 있을 것이다. 그러한 믿음을 바탕으로 현대미술가와의 이색적인 협업을 시도한 것이다. 존재의 생성과 소멸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다양한 색깔의 기하학적 요소들을 (불)규칙적으로 중첩, 반복, 연결하며 시각적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작업을 해온 빠키가 무명의 불상, 보살상을 위한 공간 연출을 담당했다. 전시장 출구에서는 김홍도의 <염불서승도(念佛西昇圖)>(19세기 초)가 관람객을 배웅한다. 해탈을 향해 구름 타고 홀연히 날아가는 승려의 뒷모습은 비록 이름은 남지 않았지만 그때 그들이 그곳에 있었음을 기억하게 한다.   

 



인기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 불교 뉴스, 월간불광, 신간, 유튜브, 붓다빅퀘스천 강연 소식이 주 1회 메일카카오톡으로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많이 구독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