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당백佛] 넷플릭스 지옥? 사실은 나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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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당백佛] 넷플릭스 지옥? 사실은 나락
  • 최호승
  • 승인 2022.01.20 13: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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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당백佛. 불광미디어가 상 속 신이 알아두면 쓸모 있는  가지 불교(佛敎) 용어를 소개합니다.

넷플릭스 6부작 드라마 '지옥' 포스터
넷플릭스 6부작 드라마 '지옥' 포스터 ⓒ넷플릭스

2021년 가을, 전 세계적으로 <오징어 게임>이 흥행했습니다. 그해 가을 끝자락인 11월, 넷플릭스는 6부작 콘텐츠 <지옥>으로 K-드라마를 세계에 알렸습니다. <오징어 게임>은 깐부 오영수 배우가 한국인 최초로 남우조연상 TV 부문 수상을 했고, <지옥>은 미국 비평·리뷰 모음 사이트 ‘로튼 토마토’ 선정 2021년 호러 시리즈 1위로 뽑혔습니다.

수차례 언급된 <오징어 게임>은 물론 <지옥>도 유아인(정진수 역), 김현주 (민혜진 역), 박정민(배영재 역), 원진아(송소현 역), 양익준(진경훈 역), 김신록(박정자 역) 등 연기력을 인정받는 배우들의 열연, 스토리텔링, 연출이 큰 역할을 했습니다. 그리고 가장 한국적인 콘텐츠가 가장 세계적인 콘텐츠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입증한 사례였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지옥은 어디에서 유래한 용어일까요? 요즘 “나락 간다”, “나락에 떨어진다”라는 말이 심심찮게 예능 프로그램 자막과 출연진 입에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지옥 이야기하면서 왜 나락을 꺼낼까요? 지옥은 사실 나락이기 때문입니다.

지옥은 나락이라고도 합니다. 사실 같은 말이에요. 지옥의 원래 용어가 나락이지만, 도저히 벗어날 수 없는 극한상황을 비유적으로 표현할 때 나락을 씁니다.

나락은 인도에서 왔습니다. 고대 인도의 표준문장어인 산스크리트 나라카(Naraka)에서 유래했습니다. 중국으로 넘어와 한문으로 음차(音借, 한자의 음을 빌려 우리말로 표기)해서 나락(奈落)이라고 해요. 이 나락이 지옥이 된 거죠. 기독교에서는 천국과 지옥, 불교에서는 극락과 지옥이라고 사용하고 있습니다.

불교만 놓고 보자면, 고대 인도의 관념이 이른 시기에 불교에 수용된 사례라고 해요. 그래서 지옥이라는 말은 『맛지마 니까야』, 『숫타니파타』, 『법구경』 등 초기불교 경전에 자주 나옵니다. 대승불교 경전으로 오면서 지옥이 더 세밀해졌다고 합니다.

옥천사 '시왕도' 부분, 지옥의 여러 세계를 보여주는 '시왕도' 하단에 그려진 확탕지옥
옥천사 '시왕도' 부분, 지옥의 여러 세계를 보여주는 '시왕도' 하단에 그려진 확탕지옥
옥천사 '시왕도' 부분, 온통 칼로 덮인 산을 의미하는 도산지옥
옥천사 '시왕도' 부분, 온통 칼로 덮인 산을 의미하는 도산지옥

그런데 말입니다. 나락, 즉 지옥은 어떤 곳일까요? 불교는 크게 이 세계를 2개로 구분합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을 뭔가에 미혹된 세계인 미계(迷界), 뭔가에 미혹되지 않은 깨달음의 세계인 오계(悟界)로 봅니다. 미계에는 지옥, 아귀, 축생, 아수라, 인간, 천상이라는 6개의 세계가 또 있습니다. 윤회로 돌고 도는 세계입니다. 여기서 지옥, 아귀, 축생 세계를 삼악도라고 하는데 이 중에서도 지옥이 가장 고통스러운 곳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나락, 그러니까 지옥은 몇 곳이나 될까요? 영화 <신과 함께>에서 저승사자들이 여러 지옥을 건너가는 장면 보셨죠? 조계종 교육아사리 현주 스님이 정리한 지옥(월간 「불광」 통권 568호 ‘지옥은 어떤 곳인가?’)을 보면, 큰 지옥이 8개나 됩니다. 간단히 볼게요. 1. 살생의 죄업으로 떨어지는 등활지옥, 2. 도둑질의 죄업으로 떨어지는 흑승지옥, 3. 삿된(보기에 바르지 않은 행동) 음행의 죄업으로 떨어지는 중합지옥, 4. 술과 관련한 죄업으로 떨어지는 규환지옥, 5. 입 혹은 말로 지은 죄업으로 떨어지는 대규환지옥, 6. 삿된 소견으로 진리를 무시하는 이가 떨어지는 초열지옥, 7. 오계를 범한 죄인이 떨어지는 대초열지옥, 8. 부모를 상생하는 등 죄업을 지으면 떨어지는 아비지옥(=무간지옥)이 있습니다. 이 8개의 지옥 아래에는 각각 4개의 작은 지옥이 딸려있다고 합니다.

영화 '신과 함께' 스틸컷
영화 '신과 함께' 스틸컷

영화 <신과 함께_죄와 벌>에서는 7개 지옥이 나옵니다. 도산지옥(刀山地獄, 칼을 심어 놓은 산이 있다는 지옥), 발설지옥(拔舌地獄, 말로써 죄를 지은 사람이 죽어서 간다는 지옥), 검림지옥(劍林地獄, 불경, 불효, 무자비한 죄를 지은 사람이 떨어지는 지옥), 확탕지옥(鑊湯地獄, 혹은 화탕지옥, 쇳물이 끓는 솥에 삶는 고통), 독사지옥(毒蛇地獄, 독사가 우글거리는 지옥), 한빙지옥(寒氷地獄, 얼음으로 뒤덮인 지옥), 거해지옥(鋸骸地獄, 톱으로 몸을 자르는 지옥)이 나오죠.

그런데 말입니다. 나락 혹은 지옥이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뭘까요? 나락에, 지옥에 가면 상당히 고통스럽습니다. 죽어서 가는 곳이라지만, 정작 나락 혹은 지옥에는 ‘죽음’이 없으니 고통은 영원합니다. 나락 또는 지옥의 존재는 믿고 안 믿고 여부를 떠나서 이런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게 아닐까요? 고통스러운 세계가 기다리니 죄짓지 말고, 죄를 지었으니 교회나 성당, 절에 와서 참회하라는 메시지가 전부가 아닐 거예요. 지금 여기 우리가 사는 세계에서 조금만 양보하고 배려하며 사는 삶의 태도로 천국이나 극락으로 만들어 가자는 메시지를 강조하는 게 아닐까요?

참고
월간 「불광」 통권 568호 ‘지옥세계의 변호인, 지장’
『불교에서 유래한 상용어 지명 사전』
『이판사판 야단법석』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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