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담한지미술관은 아담하지만 이름있는 미술관이다. 스님은 출가 이전부터 한지와 인연을 맺었다. 하지만 수행자로서 종이를 만들게 된 이유는 따로 있었다. 전통 종이의 맥을 스님들이 지켜왔다는 자부심이었다.
“아버님이 한의사셨어요. 한약방에 첩약을 싸는 종이를 순지라고 하는데, 전통한지를 사용했습니다. 한지는 닥섬유가 얼기설기 얽혀 있어 그 사이에 미세한 공기구멍이 있어요. 약탕기에 한약을 끓일 때, 한지를 약탕기 뚜껑 삼아 입구를 막아서 끓이면 습도 조절이 잘돼 약이 잘 다려지곤 했지요. 초등학생 시절 어느 떠돌이 할아버지가 우리 집에서 지내게 됐는데, 그분이 양평 무내미에서 종이를 뜨던 통꾼이었어요. 아버님은 그 할아버지에게 종이 뜨는 시설을 간단히 갖춰 주고 종이를 만들게 하셨어요. 그 덕분에 종이 뜨는 것을 보고 자랐습니다.”
한지에 대한 애정을 물었더니 어린 시절의 인연을 꺼낸다. 옛적에는 스님들이 종이를 만들어 왕실과 관에 납품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본격적으로 일을 벌이기 시작했다. 옛 스님들의 맥을 잇고 싶었다고.
“옛날에는‘한지’라는 단어가 없었어요. 그냥 종이 하면 ‘한지’를 말했죠. 용도와 재질, 지역에 따라 문창호지, 벽지, 책지, 다리니지, 혼서지, 태지, 구름종이, 야들종이 등 이름이 다양했습니다. 서양 문물이 들어오면서 ‘종이’의 의미가 변하고, 옛날 종이에 굳이 한지라는 이름을 붙이게 됐지요. 한지를 제작할 때, 일본식으로 만들기도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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