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쿡의 선과 정토] 보시행과 자선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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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쿡의 선과 정토] 보시행과 자선사업
  • 현안 스님
  • 승인 2021.12.0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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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쿡의 선과 정토 이야기(21)]
Practice of Giving & Charity Work
출처 셔터스톡.

벌써 연말이 다가옵니다. 생각해보니 시간이 참으로 빨리 흘러갑니다. 연말이 되니까 미국에서 지냈던 시간이 기억납니다. 미국에서는 11월 추수감사절, 12월 크리스마스 그리고 섣달그믐(연말)을 1년 중 가장 중요한 날로 여깁니다. 이때가 되면 어김없이 여러 기업과 단체에서 전 세계적인 자선 활동을 시작합니다. 특히 기업은 이런 활동으로 좋은 일도 하고, 기업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홍보합니다.

여러분도 아시겠지만 자선 활동을 가장 조직적이고 활발하게 하는 곳이 바로 천주교와 개신교를 포함한 기독교 단체입니다. 미국은 개신교와 많이 관련돼 있어서, 기독교 자선 활동의 규모도 매우 큽니다. 여러분은 자선 활동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나요? 마음이 뭉클해지나요? 우리는 보통 이런 자선 활동을 보면 마음이 따뜻해지고, 마음속에 있었던 질투, 미움, 탐심과 같은 나쁜 생각을 돌이켜보게 됩니다.

사실 저는 어릴 때부터 불교인보다 기독교인에게서 더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기독교인은 사랑, 베풂, 용서, 포용과 같은 가치관과 믿음을 갖고, 제가 실수하거나 혼란스러울 때도 곁에서 힘이 돼주곤 했습니다. 시골의 작은 교회 목사님이 유치원 선생님이었고, 중학교 때 마음이 혼란스러우면 가장 힘이 되어준 친구도 기독교인이었습니다. 그 친구 부친이 목사님이었는데, 아직도 그의 이야기가 기억납니다. 그때 그는 “사람은 종교에 상관없이 믿음이 있어야 행복할 수 있다”라고 말해줬습니다. 고등학교 때 반항심과 저항으로 가득한 마음을 달래준 것도 독실한 기독교인 국어 선생님이었습니다. 이런 번뇌로운 시절은 시간이 지나면서 잊혔지만, 이들의 따뜻함과 배려는 아직도 마음속에 좋은 씨앗으로 남아있습니다.

우리는 이렇게 종교를 떠나서 좋은 건 받아드리고 서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언론에서 흔히 종교의 혐오 사건을 다루길 좋아합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보다 마음 뭉클한 좋은 일들이 더 많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성공적인 자선 사업이 매일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러니 언론에서 다룬 극소수의 혐오 사건으로 우리 마음속에서 미움을 퍼뜨리지 말아야 합니다. 차라리 종교를 넘어서 다른 이들의 선행을 격려하고 공경하는 건 어떨까요?

출처 셔터스톡.

기독교에서 자선을 강조하듯이 불교에서는 보시바라밀을 수행의 가장 기본이라고 배웁니다. 사실 불교의 보시행보다 기독교의 자선 활동이 훨씬 더 활발하고 조직적입니다. 그게 사실입니다. 자선에 대해서는 우리보다 기독교가 월등합니다. 불교는 전통적으로 자선에 초점을 두지 않습니다. 그러면 불교의 초점은 뭘까요? 불교는 여러 생에 대해서 고려합니다. 우리가 단순히 1년, 10년, 30년, 이번 생과 같은 좁은 시간 범위만 생각한다면 기독교가 훨씬 잘하는 겁니다. 하지만 일천만 번의 생에 대해서 생각해보십시오. 그것이 바로 불교입니다. 불교는 훨씬 더 멀리까지 내다봅니다. 이렇게 기독교와 불교는 각기 전문분야가 다릅니다. 불교에는 윤회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우리가 현생만 살 것이라면 모든 자원과 노력을 이번 생에 집중하면 됩니다. 계획할 수 있는 기간이 매우 짧습니다. 그것이 바로 기독교입니다. 반대로 불교는 훨씬 더 길게 봅니다. 윤회의 개념이 있기 때문입니다.

서양 문화와 교육의 영향을 받은 요즘 시대에는 자선 사업과 같은 가시적인 프로젝트가 있어야 불교도 다시 꽃필 수 있습니다. 그래야 더 많은 이들이 불교에 관심을 가질 것입니다. 마음을 울리고 따뜻하게 해줄 수 있는 감동적인 이야기만 한 게 없습니다. 그래서 한국 불교에서 요즘 하듯이 여러 자선사업을 추진하는 건 좋은 일입니다. 불교는 매우 광대하기 때문입니다. 불교의 수행으로 어떤 이는 수행해서 고단계까지 갈 수 있고, 지혜를 얻고, 생사에 끝을 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전부 다 그렇게 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므로 그렇게 할 수 없는 이들은 자선 활동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기독교에서 자선 사업을 하는 것처럼 우리도 보시행 즉 ‘Giving’을 더 하면 어떨까요?

기독교에서 하는 자선 사업을 거부하거나 싫어할 필요가 없습니다. 좋은 것은 따라 하고 배우면 됩니다. 이런 활동을 통해 많은 이들이 대승불교에 대한 호의적인 마음을 가질 수 있습니다. 불교도 세상에 관심이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습니다.

흔히 대승불교는 세상과 동떨어져 있으며, “외부와 연루되지 않는다”라는 이미지가 있습니다. 사실 그렇지 않습니다. 그리고 대승은 그래서는 안 됩니다. 사찰의 담벼락 속에 숨어있으면 안 됩니다. 국가, 인종 간의 경계를 허물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스리랑카 불교, 베트남 불교, 중국 불교, 한국 불교가 아니라 글로벌 불교이어야 합니다. 안 그런가요? 인터넷에 보면 사람들은 한국 불교, 티베트 불교, 베트남 불교라고 하면서 스스로를 너무 자랑스럽게 여깁니다. 우리는 보통 국적이나 언어로 시야가 좁아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영화 스님이 가르쳐주신 불교는 그렇지 않습니다. 영화 스님은 한국 불교만 도와야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모두를 도와야 한다는 마음을 가지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왜 사람들은 국적과 언어, 종교에 연연할까요? 개인적으로 스승이 학생에게 개방적인 마음을 갖도록 가르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불교가 아름다운 것은 누구든 다 포용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닫힌 마음은 불교가 아닙니다. 그건 대승과 거리가 멉니다. 다른 문화권의 불교를 보면서, ‘흥! 역시 한국 불교가 더 수준이 높아’라고 생각하신 적 있으신가요? 불교를 삶 속에서 실행하기 전엔 저도 그런 마음이 있었습니다. 불교는 언어와 국경, 믿음을 초월해야 합니다. 인종, 문화, 나이의 장벽도 넘어야 합니다. 우리 모두 불교에 대한 마음가짐을 그렇게 해야 합니다.

‘아프리카 머시쉽(Africa Mercy ship)’. 출처 셔터스톡.

여러분은 혹시 ‘아프리카 머시쉽(Africa Mercy ship)’이란 기독교 자선 단체에 대해서 들어보신 적 있나요? 머시쉽은 1978년에 시작된 국제적 자선 단체로 아프리카에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백인들이 이 배를 타고 아프리카에서 많은 이들의 생명을 구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대의를 위해 진정으로 헌신합니다. 아름다운 일입니다. 이들이 아는 건 오직 하나뿐입니다. 매일 아침에 일어나서 다른 이를 돕는다는 단 한 생각밖에 없습니다. 이런 배에서 자선 활동을 하는 사람들 정말 대단하지 않나요?

아프리카 머시쉽에 탑승하는 환자들(좌)과 의료진. 출처 MAN Energy Solutions 홈페이지

그런 게 바로 불교의 핵심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그것을 그냥 기독교라고 부를 수 있지만, 사실 그런 게 바로 불교의 정신입니다. 그러니 그게 불교인지, 기독교인지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영화 스님은 늘 저에게 말해주셨습니다. 대승은 제일 좋은 게 있으면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말입니다. 그러니 내일 아침엔 일어나서 누군가를 도와보려 노력해보십시오. 자기 자신을 돕지 마십시오. 자신을 도와줄 시간은 늘 많습니다. 아무런 대가나 보상을 바라지 않고, 순수하게 선한 마음으로 누군가를 위한 생각을 해보십시오. 그리고 더 나아가 누군가를 위해서 무언가를 해보십시오. 그럴 수 있다면 당신의 종교가 무엇이든 상관없습니다. 그것이 대승의 첫걸음입니다.

*참고법문: 영화 선사의 법문(2013년 2월 24일) ‘기독교의 자선사업’

 

현안(賢安, XianAn) 스님
영화 선사(永化 禪師, Master YongHua)를 만나 참선을 접한 후 정진해왔으며, 2015년부터는 ‘공원에서의 참선(Chan Meditation in the Park)’이라는 모임을 캘리포니아 남부지역 중심으로 이끌었다. 그와 동시에 전 세계를 다니며 많은 이에게 참선법을 소개해왔다. 스승의 은혜에 보답하고자 사업을 정리하고 미국 위산사(潙山寺, Wei Mountain Temple)에서 영화 선사를 은사로 출가했다. 2020년 한국으로 돌아와 현재 분당 보라선원(寶螺禪院, Jeweled Conch Seon Center)의 개원을 도우며, 정진 중이다. 불광미디어 홈페이지 연재를 비롯해 미주현대불교, 브런치 등에서 활발히 집필하며, 청주 BBS불교방송 라디오 ‘4시의 불교산책’에서도 활동 중이다. 국내 저서로 『보물산에 갔다 빈손으로 오다』(2021, 어의운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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