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붓다] 가을에 꽃피운 불교미술의 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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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붓다] 가을에 꽃피운 불교미술의 향연
  • 마인드디자인(김해다)
  • 승인 2021.11.24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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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회 대한민국불교미술대전 공모전’, ‘제6회 천태예술공모대전’ 수상작 미리 보기
제6회 천태예술공모대전 우수상 수상작
김동수 <오백나한도> 2021
272×195cm, 옥양목, 한지, 금박, 석채, 안료, 아교.

지난 10월, 국내 불교미술 작가들의 관심을 끈 공모전 두 개가 한꺼번에 열렸다. 바로 ‘제31회 대한민국불교미술대전 공모전’과 ‘제6회 천태예술공모대전’이다. ‘제6회 천태불교미술공모대전’ 수상작은 지난 11월 전시됐고, ‘제31회 대한민국불교미술대전 공모전’ 수상작은 오는 12월 전시를 앞두고 있다. 두 공모전의 수상작 중 일부를 직접 만나봤다.

우연히 만난 바위, 빛나는 붓다로 나투다

‘제31회 대한민국불교미술대전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은 김용암 작가의 <49일간의 행복>은 독특한 사연이 깃들어 있다. 20년 전, 이곳저곳을 떠돌며 일하는 석공이었던 작가는 전라남도 영암에서 특별한 바위를 만난다. 당시 작가가 일하던 돌공장 뒤편에서는 4차선 도로 공사가 한창이었는데, 도로를 내다가 바윗덩어리가 나오자 현장 소장이 강도 시험 차 공장으로 옮겨왔다. 비가 내리자 바위의 진면모를 가리고 있던 흙먼지들이 씻겨 나갔고, 두 가지 색깔이 한 면에 공존하는 독특한 맥반석이 제 모습을 드러냈다.

“이놈으로 작품을 하나 만들어 볼라니까 좀 주십쇼” 하고 바윗덩어리를 얻어 놓았지만, 막상 이것으로 무엇을 만들면 좋을지 떠오르지 않아 한참을 더 기다려야 했다. 그렇게 우두커니 돌을 세워 놓은 지 10년째 되던 어느 날, 드디어 형상이 떠올랐다. 상반돼 보이는 해탈상과 고행상을 한 면에 표현해 보기로 한 것이다.

석공으로서 주로 다뤄왔던 포천석이나 황등석보다 월등히 강한 맥반석을 조각하기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우연히 만난 바위의 특성을 이용해 완성한 불상을 두 눈으로 보고 싶다는 일념으로 작업을 마칠 수 있었다. 우연처럼 작가에게 온 바윗덩어리가 빛나는 붓다로 나투는 동안 작가는 해마다 독거노인에게 연탄 1만 800장을 배달했고, 불우한 학생들을 지원하는 불교 봉사단체 ‘마한거사림’ 활동을 꾸준히 이어오기도 했다.

그렇게 완성된 ‘49일간의 고행’이 아닌 ‘49일간의 행복’. 고행과 행복이라는 두 상반된 개념이 하나의 돌 안에서 구현된 작품을 보며 우리는 나와 너, 선과 악을 가르는 분별심을 무너뜨리고, 존재의 실상을 파악하는 중도의 아름다움을 조금이나마 맛보게 된다.

불교미술로 종교와 예술의 결합 꿈꾸다

‘제6회 천태예술공모대전’에서 우수상을 받은 김동수 작가는 본래 만화가를 꿈꾸던 청년이었다. 19세가 되던 해에는 『신의 아들』(1984)로 유명한 한국 만화계의 대부 박봉성 만화가 문하생으로 들어가 수학하며 그림의 기초를 익혔다. 그러다가 처절한 구도 여정을 통해 지혜를 깨우친 구도자 틸로빠가 제자 나로빠의 영혼 속에 부른 『마하무드라의 노래』라는 서적을 접하고, 단숨에 진로를 바꿔 불교미술가가 됐다.

이후 원효 대사가 태어난 경산 자인면 ‘제석사’의 의뢰를 받아 원효 대사 일대기를 그리고, 용성 스님, 고암 스님, 경성 스님 등 큰스님들의 영정을 그려 해인사 ‘용탑선원’에 모시는 등 불교미술가로서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그리고 한 가지 원을 품기 시작했다. ‘상구보리 하화중생(上求菩提 下化衆生)’을 예술로 승화시킨 오백나한도를 완성하고자 하는 원이다.

김 작가는 일반 대중들이 쉽게 즐길 수 있는 시각 언어인 만화를 그림 인생 50년의 출발점으로 삼는다. 그런 그의 오백나한도는 특별하다. 화면을 빽빽하게 채운 500명의 나한이 구석구석에서 자신만의 이야기를 친근하게 들려주고 있기 때문이다. 한글로 적힌 반야심경을 골똘히 바라보는 나한, 구멍 뚫린 가사를 꿰매는 나한, 바위에 팔을 걸친 채 낮잠을 자는 나한, 연못에 자신의 얼굴을 비춰 보며 미소 짓는 나한 등 다양한 모습의 나한이 너무나 인간적인 모습으로 나타난다. 용과 불사조 등 환상 속 동물들은 마치 무협 판타지 만화의 한 장면처럼 역동적으로 등장해 화면에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부처님이 오백 제자에게 수기를 주신 것은 성불의 궁극적 목표, 즉 나 하나 열반에 이르는 데 그치지 말고 이웃까지 모두 구제하는 불보살이 되라는 뜻입니다. 일상에 친숙하게 다가가는 오백나한도가 이러한 여정에 보탬이 되었으면 합니다”라고 이야기하는 김 작가. 다음에는 어떤 재미난 작품으로 우리를 초대할지 무척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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