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다의 신화] 붓다 시대의 부동산 스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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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다의 신화] 붓다 시대의 부동산 스캔들
  • 동명 스님
  • 승인 2021.12.1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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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후트 스투파 난간에 새겨진 동산에 금을 까는 장면(콜카타 인도 박물관). 사진 Ken Kawasaki. 

 

사왓티에서 특별한 재판이 열리다

사왓티에서 희한한 재판이 열렸다. 소송을 건 이는 사왓티 최고 거부인 수닷따(Sudatta) 장자였고, 상대는 꼬살라 국 빠세나디 왕의 아들 제따(Jeta) 태자였다. 소송 내용은 제따 태자가 수닷따 장자에게 나중에 기원정사가 될 땅을 팔겠다고 해놓고 이를 이행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꼬살라 국의 수도에서 곧 왕이 될 이가 절대 팔지 않겠다는 땅을 장자가 기어코 매입하겠다는 것도 기묘한 일이었고, 그 땅을 빈틈없이 황금으로 덮겠다는 조건이 달렸다는 것도 황당한 일이었다. 재판관이 장자에게 물었다.

“장자시여, 당신은 도대체 그 땅을 무엇에 쓰려고 그렇게 엄청난 대가를 치러가며 매입하려 하는 것이오?”

“존경하는 재판관님, 저는 그 땅을 매입하여 역사상 가장 위대한 분인 부처님께 공양할 생각입니다.”

“부처님은 어떤 분이십니까?”

“세상 모든 이를 행복하고 안온하게 해 줄 참된 가르침을 펼치고 계시는 분입니다.”

“태자님께 여쭙겠습니다. 태자님은 그 땅을 어떻게 활용하실 생각이십니까?”

“글쎄, 아직 생각해보지 않았소만…… 아무튼 나는 그 땅을 팔겠다고 한 적이 없소.”

재판관은 장자의 편을 들어줬다.

“장자는 그 땅을 간절하게 필요로 하고 있고, 더욱이 개인적인 소유물을 늘리기 위한 것이 아니라 위대한 성인에게 기증하기 위한 것이라고 합니다. 태자께서 양보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사왓티의 특이한 재판은 이렇게 마무리됐지만, 이 재판으로 인해 붓다의 교화는 새로운 역사를 맞이하게 됐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제따와나(Jetavana), 한역경에는 기원정사(祇園精舍) 또는 기수급고독원(祇樹給孤獨園)으로 번역된 승원이다. ‘기수’는 제따 태자를 말하고, ‘급고독’은 수닷따 장자이니, 기수급고독원은 이 땅과 관련된 두 사람이 한꺼번에 표현된 이름이다. 

 

고독한 이 돌보는 수닷따 장자

위대한 업적을 남긴 영웅에게는 여러 가지 면에서 충실한 후원자가 있게 마련이다. 인도의 서사시 『마하바라타』의 영웅 아르주나에게는 끄리슈나가 있었고, 또 다른 서사시 『라마야나』의 영웅 라마에게는 원숭이의 왕 수그리바가 있었고, 예수에게는 갈릴리에서 온 두 명의 마리아가 있었으며, 한글을 창제한 세종대왕에게는 신미 대사가 있었고, 임진왜란 때 나라를 구한 이순신에게는 류성룡이 있었다. 붓다를 후원한 이는 너무도 많아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지만, 대표적인 이를 뽑으라면 죽림정사를 보시한 마가다국의 빔비사라 왕과 기원정사를 보시한 수닷따 장자를 들 수 있겠다.

수닷따 장자는 늘 고독한 사람들을 돌봐줬기 때문에 고독한 이를 돕는다는 뜻의 아나타삔디까(Anāthapiṇḍika, 給孤獨)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그의 직업은 오늘날 용어로 말하면 무역업이었다. 그는 여러 나라를 돌면서 이 나라의 특산물을 다른 나라에 가서 팔고, 또 그 나라의 특산물을 자신의 나라에 가져와서 판매함으로써 큰 이익을 남겼다. 이렇게 무역업이나 상업을 통해 부를 축적한 이들을 장자(長者, seṭṭhin)라고 불렀다. 여러 나라를 여행하다 보니 장자들은 정보가 빨랐다. 정보가 빠르다 보니 장자들이 붓다의 명성을 먼저 듣게 됐고, 그들은 붓다에게 귀의해 든든한 후원자가 됐다.

 

수닷따, 어둠 뚫고 붓다를 만나다

수닷따는 자신과 똑같은 일을 하는 라자가하의 대부호와 친밀하게 지냈는데, 서로의 누이와 혼인해 겹사돈이 됨으로써 더욱 가까워졌다. 그는 라자가하에 가면 항상 처남 집에 머물렀다. 붓다가 라자가하에서 두 번째 안거에 들어갔을 때 수닷따 장자가 500대의 수레에 물건을 잔뜩 싣고 라자가하를 찾았다. 여느 때 같으면 처남이 동구 밖까지 나와서 환대하곤 했는데, 그날따라 마을 입구에는 처남은커녕 마중 나온 하인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집안에 들어서니 온 집안 식구들과 하인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처남, 무슨 잔치라도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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