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혼밥 한 그릇] 연근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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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혼밥 한 그릇] 연근밥
  • 법송 스님
  • 승인 2021.12.10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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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삭아삭 연근과 달곰한 밥의 만남

맛없어서 맛있는 밥

한국인은 밥심으로 산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밥은 한국인에게 ‘소울푸드’다. 하지만 늘 밥상머리에 오르는 당연한 존재여서일까. 밥을 매일 먹으면서도 정작 밥 자체에는 큰 관심이 없어 보인다. 쌀은 어떤 품종인지, 어떤 방법으로 지었는지, 밥맛은 어떤지 깊게 생각하지 않고, 반찬과 함께 곁들이는 음식 정도로 여기며 습관처럼 밥을 먹는다. 이러나저러나 먹는 밥, 아무래도 좋은 밥이다. 한식당이나 백반집에서 식사할 때도 밥맛에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은 거의 없다. 메인으로 나오는 반찬이나 찌개가 맛있으면 밥맛이 조금 떨어져도 불평하지 않는다.

지미무미(至味無味). 청대(清代) 차(茶) 명인이 서호용정차(중국 절강성 항주에서 생산되는 대표적인 녹차)를 찬미하며 한 말로, “맛이 없으나 그 맛이 일품”이라는 뜻이다. 밥은 ‘맛이 없어서 맛있는’ 대표적인 음식이다. 특별한 맛을 내지는 않지만 바로 그 심심한 맛 때문에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는다. 특히 갓 지은 밥은 구수한 풍미와 은은한 단맛, 차진 식감을 내며 ‘최고의 맛은 아무 맛 없는 맛’이라는 말을 더욱 실감케 한다. 식당에서 파는 천 원짜리 공깃밥 맛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이유는 갓 지은 밥이 아니기 때문이다. 미리 대량으로 쪄서 온장고에 저장한 밥은 시간이 지나고 수분이 증발하면서 맛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밥의 진가를 알기 위해서는 먼저 밥맛을 온전히 느껴봐야 한다. 먹다 남은 찬밥이나 즉석밥으로 시작해도 좋다. 반찬 없이 밥에만 온전히 집중해서 먹다 보면 그간 모르고 지나쳤던 밥맛이 느껴지고 각 밥맛의 미묘한 차이를 알게 될 것이다. 밥맛에 관심이 생기면 직접 밥 짓기도 시도해보자. 냄비로든 압력밥솥으로든 전기밥솥으로든 직접 밥을 지어 먹음으로써 갓 지은 밥의 진정한 묘미를 느낄 수 있다.

 

천덕꾸러기 취급 억울한 쌀밥 예찬

쌀밥은 그 자체로 맛이 훌륭해서 여러 반찬이 필요 없다. 갓 지은 쌀밥에 김치만 올려 먹어도 임금님 수라상 부럽지 않다. 쌀밥은 다른 반찬들과 궁합도 좋다. 마치 색을 입히는 대로 왜곡 없이 담아내는 흰 도화지처럼, 반찬 본연의 맛을 완벽하게 살린다. 그런 쌀밥이 당뇨와 비만의 주범으로 꼽히며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고 있다. 혈당을 빨리 올린다는 이유다. 반면 잡곡은 쌀밥과 정반대 이유로 ‘좋은 음식’ 대접을 받는 분위기다. 하지만 좋은 음식은 상대적인 개념이다. 내 몸의 부족함을 채우는 음식을 좋은 음식이라고 한다면, 누가 어떤 방법으로 먹느냐에 쌀밥이 좋은 음식이 될 수도, 잡곡이 나쁜 음식이 될 수도 있다.

잡곡은 건강에 좋다는 이유로 다소 분별없이 소비되고 있다. 하지만 잡곡도 철에 따라 각자의 체질에 따라 가려 먹는 지혜가 필요하다. 당뇨나 혈관 청소에 좋다고 알려진 보리도 사시사철 먹을 필요는 없다. 당뇨 환자에게 보리는 1년 내내 보약이지만, 건강한 사람에게 보리는 여름이 제철인 음식 중 하나다. 블랙 푸드 대표주자인 서리태 역시 겨울에 먹기는 좋지만, 여름에는 몸을 무겁게 만드는 성질이 있어 자제하는 편이 좋다. 쌀밥은 정제 탄수화물이란 이유로 저평가되고 소비량도 줄고 있지만, 건강한 사람이라면 다양한 반찬과 함께 섭취하거나 먹는 양을 조절하는 방법으로 걱정 없이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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