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처럼 무수했던 신라 사찰·탑 전시관 오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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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처럼 무수했던 신라 사찰·탑 전시관 오픈
  • 송희원
  • 승인 2021.11.24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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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경주박물관, 신라미술관 ‘불교사원실’ 신설

국립경주박물관이 “절이 별처럼 많고 탑이 기러기처럼 늘어서 있었다(寺寺星張 塔塔雁行)”는 『삼국유사』 구절을 시각적으로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새로운 전시실을 11월 24일부터 선보인다.

‘불교사원실’이라고 불릴 새 전시실은 신라미술관 2층에 있던 기존 황룡사실을 공간과 내용 면에서 크게 확장해 신라 최초 사찰인 흥륜사부터 9~10세기 사리기까지 아우르는 풍성한 이야기를 담았다. 지진에 대비한 면진 진열장 설치, 전면 저반사 유리 도입으로 문화재 안전과 전시 관람에 최적화된 환경을 제공한다. 또한 신라미술관 중층의 환경을 개선하고 2층 계단 홀 공간을 전시 일부로 편입해 관람객들이 보다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했다.

경주 갑산리 전불.

계단 홀에 전시된 황룡사 출토 치미(지붕 마루 끝에 올려서 장식하는 기와)가 관람객을 가장 먼저 맞이한다. 전시실 안에 있던 치미를 밖으로 옮겨 불교사원으로의 본격적인 진입을 예고하고, 치미의 진열대 높이를 관람객 눈높이에 맞춰 더욱 편안하게 전시품을 관람할 수 있도록 했다. 계단 홀은 따뜻하고 밝게 연출하여 건물 내부로 진입하기 전의 분위기를 조성하고 전시실에 대한 기대감을 높일 수 있도록 꾸몄다.

전시 도입부에 놓인 석조물은 사원 외부와 내부를 자연스럽게 연결해주는 역할을 담당한다. 현재는 흔적도 없이 사라진 절터에 놓였던 석탑 부재들을 도입부에 선보임으로써 과거 번성했던 신라 사찰의 모습을 상상해볼 수 있게 했다.

 

| 전시 내용과 주요 전시품

신라 왕경과 지방의 주요 사찰 유적에서 발견된 사리장엄구, 탑 장식, 불상, 기와 등을 활용하여 신라 사찰의 역사 전반을 조망할 수 있게 구성했다.

황룡사 찰주본기.

황룡사 구층목탑과 분황사 모전석탑에서 발견된 다종다양한 사리기와 공양품은 불교 공인 이후 사찰에 투입된 왕실의 막대한 정치적, 경제적 지원을 엿볼 수 있다. 황룡사의 사리기 외함 표면에 새겨진 ‘찰주본기(刹柱本記)’는 7세기의 탑 건립과 9세기 중수에 대한 상세한 내용을 담고 있어 탑을 둘러싼 다양한 역사적 상황을 전하는 귀중한 자료다.

(왼쪽부터) 좌측 녹유신장상(왼손에 검을 든 신장상), 중앙 녹유신장상(활을 든 녹유신장), 우측 녹유신장상(오른손에 검을 든 신장).

통일 직후의 대표 사찰인 사천왕사 녹유신장상벽전(綠釉神將像甓塼)과 감은사 서탑 사리장엄구에서 볼 수 있는 한층 정교해진 도상과 높은 조형미를 통해 통일이라는 대업을 달성한 신라의 정치, 종교, 예술적 역량을 느낄 수 있다.

감은사 서탑 사리갖춤.

통일신라 후반기의 봉화 서동리, 창녕 술정리, 함양 승안사, 포항 법광사의 사리기는 당시 지방 사찰에서 전개된 불교 신앙의 일면을 보여주는 동시에 『무구정광대다라니경(無垢淨光大陀羅尼經)』의 유행이 가져온 사리장엄구의 변화를 잘 보여준다. 이외에 신라의 최초 사찰인 흥륜사를 비롯한 주요 사찰의 기와와 전돌 180여 점이 전시된다.

봉화 서동리 석탑.

 

| 출토 맥락 고려한 전시 연출

시간순으로 전시된 사리장엄구 진열장을 중심축으로 양옆에 여러 절터에서 수습된 기와와 전돌, 불교 신앙의 대상과 사천왕사 녹유신장상벽전을 전시한다. 도입부에는 절터에서 수습한 석탑 부재, 완결부에는 신라 사원의 현재를 몽환적으로 포착한 영상을 배치해 시간의 궤적을 보여준다.

기와와 전돌을 전시한 진열대 디자인, 전시실 중앙의 천장은 전통 목조건축의 지붕 구조를 모티브 삼아 과거와 현재가 조화된 분위기를 연출했다.

물결무늬 녹유전.

황룡사 구층목탑에서는 심초석 하부와 심초석 내 사리공에서 사리기와 공양품이 발견되었는데, 진열장의 높낮이에 변화를 주어 다양한 발견 위치를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게 했다. 사천왕사 녹유신장상벽전은 주위에 배치되어 있던 당초문전(唐草文塼)과 지대석 등을 재현해 건축적 맥락을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사천왕사 목탑 터 바닥을 장식했던 물결 형태의 녹유전을 전시실 바닥 일부에 재현해 관람객들이 당시 신라인들이 구현하고자 했던 정토의 모습을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국립경주박물관은 “이번 전시실 신설은 2018년 이후 국립경주박물관이 진행해 온 전시 환경 개선 사업의 일환으로서 관람객들이 더욱 나은 환경에서 신라의 사원 문화를 접하게 하는 데 목적이 있다”며 “앞으로도 우리나라 역사를 새롭게 전달하고 관람객과의 소통의 폭을 넓히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가사유상. 
반가사유상. 

 

사진. 국립경주박물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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