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개국과 불교] 압록강 넘는 스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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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개국과 불교] 압록강 넘는 스님들
  • 박현규
  • 승인 2021.10.27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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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스님, 국경 넘어 피신하다
산등선에서 바라본 반야선사수탑.

중국 북경은 한국불교와 인연이 매우 깊다. 북경 남성(南城)의 흥복사(興福寺), 창의문(彰義門) 바깥의 대보은광교사(大報恩光敎寺), 담로방(湛露坊)의 고려대성경선사(髙麗大聖慶禅寺), 금성방(金城坊)의 법왕사(法王寺), 완평(宛平) 지수촌(池水村)의 금손미타사(金孫彌陀寺), 통주(通州) 장가만(張家灣)의 고려사(高麗寺) 등은 고려인이 세운 사찰이다. 

대천원연성사(大天源延聖寺)는 고려 스님 순암의선(順菴義旋), 대숭은복원사(大崇恩福元寺)는 해원(海圓), 광제사(廣濟寺)는 나옹혜근(懶翁慧勤)이 각각 주석했고, 영녕사(永寧寺)는 태고보우(太古普愚)가 설법했으며, 석불사(石佛寺)는 고려 충선왕이 머리를 깎은 곳이다. 방산(房山) 석경산(石經山) 화엄동(華嚴洞)은 혜월(慧月)이 불교 경판을 보각했던 곳이다. 

북경의 서쪽 외각에 위치한 곡적산(穀積山)은 중국불교협회에서 꼽은 불교 성지다. 당나라 때 사찰이 처음 들어섰고, 이후에도 여러 사찰이 세워졌으며 많은 스님이 들어와 수행했다. 요나라 때 곡적선원에 『거란대장경』을 안치하고 독송대회를 열기도 했다. 오늘날 곡적산을 돌아다녀 보면 한국불교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영엄선사(靈巖禪寺, 현 영취선사), 반야선사수탑(般若禪寺壽塔)을 찾아볼 수 있다. 

영암선사는 요나라 때 곡적선원을 처음 세웠고, 원말 대도(현 북경) 궁궐에서 활동하던 고려인들이 대대적으로 중건 작업에 나섰다. 사찰 뒤편에는 고려인의 불사 활동을 말해주는 ‘대원칙사상만곡적산령암선사비(大元勅賜上萬穀積山靈巖禪寺碑)’가 세워져 있다. 1346년(충목왕 2)에 중귀인 장씨(中貴人 張氏)가 현몽에 따라 곡적산을 찾아가 보니 사찰이 크게 훼손돼 있다며 안타깝게 여기자, 고려 출신 자정원사 고용보(資政院使 高龍普)가 대단월로 자칭하고 중건에 나서 이듬해에 마쳤다. 원 지정제는 ‘영암선사’라는 사액을 내리고, 고려 천담(天湛)에게 ‘묘덕장로(妙德長老)’라는 존호를 주며 고려 승려들을 이끌어가게 했다.

1354년(공민왕 3)에 무학자초(無學自初)가 여기에 머물던 나옹혜근을 찾아가기도 했다. 영암선사 동쪽 봉우리에는 고려 출신 내관 박쇄로올대(朴瑣魯兀大)가 세운 석탑이 있었다. 

영암선사는 원명교체기 이후에 건물이 낡고 헤졌다. 1436년(정통 1)에 진공(眞空)이 단월 류보허(劉普虛), 백각지(白覺志), 왕덕정(王德正)의 도움을 받아 중건에 나서 1439년(정통 4)에 마쳤다. 명 조정으로부터 현재의 사찰명인 ‘영취선사(靈鷲禪寺)’라는 사액을 받았다. 최근 북경시 문물 당국은 영취선사에 대대적으로 보수 작업을 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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