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 이슈 있수다] 직지심체요절을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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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 이슈 있수다] 직지심체요절을 아시나요?
  • 최호승
  • 승인 2021.10.1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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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 이슈 있수다]

불광미디어는 뉴스레터 형식의 ‘이슈 있수다’에서 매주 불교계 뉴스 가운데 이슈를 골라 소개합니다. 분초를 다투고 쏟아지는 많은 뉴스 속에 꼭 되새겨볼 만한 뉴스를 선정, 읽기 쉽게 요약 정리해 독자들과 수다를 나누듯 큐레이션 합니다.

이번 주 이슈
1. 세계기록유산 등재 20주년 ‘직지’

2001년 9월에는 어떤 일들이 있었을까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현존하는 금속활자본’ 『직지심체요절』(이하 ‘직지’)이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됐어요. 올해가 2021년이니까 딱 20주년이 된 거죠. 그런데 우리는 ‘직지’를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 기록유산으로서 가치는 알겠고, 그리고 또? 이름부터 ‘직지’에 담긴 내용과 만든 사람까지 이번 주 수다로 준비해봤습니다.

첫 번째 이슈 있수다 | ‘직지’를 친견한 첫 한국의 스님
다큐멘터리 출연한 혜원 스님

프랑스 국립도서관에서 직지를 친견한 파리7대학 브뤼느통 교수, 혜원 스님, 다큐멘터리 감독 제롬 쎄실 오프레, 제작사 프로듀서 포랑스 파브로(사진 왼쪽부터). 혜원 스님 제공.
프랑스 국립도서관에서 직지를 친견한 파리7대학 브뤼느통 교수, 혜원 스님, 다큐멘터리 감독 제롬 쎄실 오프레, 제작사 프로듀서 로랑스 파브로(사진 왼쪽부터). 혜원 스님 제공.

‘직지’가 새삼 화제에요. 불교 주간지 ‘불교신문’이 지면 톱으로, ‘현대불교신문’이 지면 한 판을 다뤘어요. 혜원 스님이 출연하게 된 다큐멘터리가 인연 고리에요. 19세기에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보관된 ‘직지’를 친견한 첫 한국의 스님이 됐다고 하네요. 지난 9월 다큐멘터리 *‘직지, 활자의 시간여행’은 KBS 전파를 탔고요.

*다큐멘터리는 문화재청과 한국문화재재단이 운영하는 문화유산채널(www.k-heritage.tv) 미디어 카테고리 최신콘텐츠에서 볼 수 있어요.

혜원 스님이 누구야?
프랑스 파리에 있는 사찰, 길상사 주지스님이에요. 길상사는 무소유의 가르침을 전한 법정 스님이 프랑스 파리 외곽에 창건한 사찰이고요. 혜원 스님은 15년째 홀로 길상사를 지키며 한국불교를 세계에 알리고 있다고 해요.

어떻게 다큐에 출연한 거야?
다큐멘터리는 한국의 문화유산채널과 프랑스 팔콘미디어 제데옹이 공동으로 제작했어요. *‘국제 에미상’을 수상한 이력이 있는 제롬 쎄실 오프레 감독이 ‘직지’에 담긴 한국 불교의 사상적인 면을 많이 부각하고 싶어 했고, 혜원 스님이 출연한 거예요. 스님은 제작 과정, 기획단계부터 프랑스 제작팀과 가까이서 작업을 했다네요.

*국제 에미상(The International Emmy Awards) : 에미상은 미국 방송업계를 아우르는 대표적인 시상식으로 오랜 역사와 높은 명망을 자랑. 국제 에미상은 미국을 제외한 국가의 콘텐츠를 대상으로 한 시상식.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보관된 ''직지' 원본. 혜원 스님 제공.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보관된 ''직지' 원본. 혜원 스님 제공.

‘직지’가 왜 프랑스에 있어?
우리나라 문화재이자 성보인데,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보관돼 있어요. 주한 프랑스 공사였던 콜랭 드플랑시가 고서 및 각종 문화재를 수집할 때 ‘직지’가 프랑스로 건너갔어요. 대부분의 고서가 드플랑시의 모교인 동양어 학교에 기증됐는데, 180프랑에 ‘직지’를 산 앙리 베베르가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기증했고요.

구텐베르크 성서보다 78년 앞섰다고?
네. 지금까지 발견된 금속활자본으로는 가장 오래됐어요. 독일의 금속활자본 ‘구텐베르크 42행 성서’보다 78년 앞서서 간행됐다고 해요. ‘구텐베르트 42행 성서’는 독일의 인쇄업자 구텐베르크가 만든 금속활자를 사용하는 활판 인쇄술로 1454~1455년 무렵에 제작한 책이에요. ‘직지’는 1377(1455-1377=78)년 청주 흥덕사에서 금속활자로 인쇄했고, 그 가치를 세계에서 인정해서 2001년 9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됐어요.

그런데 뭐가 문제야?
문제라기보다 인쇄술 그러니까 너무 *서지학적인 측면에서만 ‘직지’를 바라보고 있다는 점이에요. 세계기록유산이라는 명칭에만 집중하다 보니, 문화재이자 불교 *성보로서 ‘직지’의 가치와 본질은 제대로 알려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에요. 성보로서 가치를 재조명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거죠.

*서지학(bibliography, 書誌學) : 책을 물질적 존재로 보면서 조사하고 연구하며 기술하는 과학.
*성보(聖寶) : 사부대중의 신심과 원력, 수행 방편으로 만들어져 신앙과 예불 대상으로 모셔져 온 불상, 탑, 탱화 등 불교 성물(聖物)들의 총칭.

가치 조명 안됐다는 근거는?
현대불교(http://www.hyunbul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402618)가 자세히 소개하고 있어요. 몇 가지가 있는데, 우선 출판 현황을 꼽고 있어요. 일단 내용을 잘 몰라요. 우리말 번역으로 내용을 확인할 수 있는 책은 동국대역경원이 편찬한 『직지』(조계종 출판사), 『무비 스님의 직지 강설 상·하』(불광출판사), 청주 혜은사 주지 덕산 스님의 『돈오의 길 직지심경 상중하』(비움과소통) 등 몇 권에 불과하다고 해요. ‘직지’ 관련 어린이·청소년 대상 책들도 대부분 금속활자나 인쇄술, ‘직지’를 발견한 박병선 박사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고 하네요.

인식도 우려스러운 부분이 있어요. 이양호 직지나라사랑조직위원장은 현대불교와 인터뷰에서 “시낭송 대회 참가자들을 보면 대부분 ‘직지’에 담긴 내용을 알지 못한 채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로만 인식하고 있다”라고 했어요. 더 심각한 건 심지어 불자들조차 ‘직지’가 불교 서적이라는 사실을 아예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해요.

다큐멘터리에 출연한 혜원 스님은 이런 경험을 했어요. 프랑스 국립도서관에서 ‘직지’를 성보로 친견하고 염불했는데, 촬영팀과 도서관 관계자가 엄숙함에 이끌려 기도에 참여하기도 했다는 거예요. 촬영팀과 도서관 관계자는 ‘직지’를 그동안 어떻게 바라봤을까요?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보관된 '직지' 원본. 혜원 스님 제공.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보관된 '직지' 원본. 혜원 스님 제공.

‘직지’ 내용이 뭔데?
‘직지’는 백운이라는 호를 가진 경한(백운경한白雲景閑, 1298~1374) 스님이 편찬했어요. 부처님은 물론 자신보다 앞서 수행한 큰스님들 말씀이나 편지 등에서 뽑은 내용을 수록한 불서이에요. 스승인 석옥 스님에게 받은 『불조직지심체요절』의 간략한 내용에 *과거 7불과 *인도 28조사, *중국 110선사의 방대한 게‧송‧찬‧가‧명‧서‧법어‧문답 등 더 수록한 거예요. 부처님과 조사들의 선의 요체에 대한 가르침 중 핵심을 발췌한 이 책은 ‘직지인심 견성성불(直指人心 見性成佛)’의 지침서이자 선의 교과서라고 불린다고 해요.

*과거 7불 : 비바시불(毘婆尸佛)·시기불(尸棄佛)·비사부불(毘舍浮佛)·구류손불(拘留孫佛)·구나함모니불(拘那含牟尼佛)·가섭불(迦葉佛)·석가모니불(釋迦牟尼佛).
*인도 28조사 : 석가모니불로부터 불법을 계승한 인도의 제1조(祖) 마하가섭(摩訶迦葉)부터 제28조 보리달마(菩提達磨)까지.
*중국 110선사 : 혜가(慧可)·승찬(僧璨)·도신(道信)·홍인(弘忍)·혜능(慧能)의 5조사와 그 법통을 이은 후세의 고승 대덕들.

조금 더 자세하게 알려줘
중심 주제가 ‘직지심체(直指心體)’인데 ‘직지인심견성성불(直指人心見性成佛)’에서 따왔다고 해요. 쉽게 말하면 사람이 마음을 바르게 깨달을 때 그 심성이 바로 부처님의 실체라는 뜻이에요. 자기 마음 밖으로 눈을 돌리지 말고 자기 마음을 똑바로 바라보면서 정진한다면 마음 밖이 아니라 자기 마음이 바로 부처님이라는 의미라고 하네요. 화두를 참구하는 간화선보다는 일체의 망념에서 벗어나는 마음을 중요하게 여기는 경한 스님의 특색있는 선풍(무심선無心禪) 연구에 중요한 자료로도 보고 있어요.

이름이 몇 개야? 직지심경? 직지심체요절? 직지?
두 글자로 줄여 부르기 편하게 ‘직지’라고 해요. 하지만 원래 이름은 ‘백운화상초록불조직지심체요절(白雲和尙抄錄佛祖直指心體要節)’이에요. 백운경한 스님이 편찬했으니까요. ‘직지심체요절’로 불리지만 ‘직지심경’은 잘못된 표현이라고 하네요. 법보신문 데스크칼럼(http://www.beopbo.com/news/articleView.html?idxno=204817)에서 이름 이야기가 나와요. 요약하자면 부처님 말씀을 기록한 경전에만 경(經)을 붙일 수 있는데, 백운경한 스님이 원나라 석옥청공이 편찬한 ‘불조직지심체요절’ 1권을 들여와 증보·편찬한 ‘백운화상초록불조직지심체요절’은 ‘직지심경’으로 불릴 수 없다는 거죠.

그럼 ‘직지’를 어떻게 더 알릴 건데?
현대불교를 계속 보자면, 개인적인 원력으로 ‘직지’를 강의하는 덕산 스님은 더 쉽고 이해하기 쉬운 글로 알려져야 한다고 강조했어요. 프랑스 파리 길상사 주지 혜원 스님은 당시 촬영팀과 관계자들이 ‘직지’ 내용을 몹시 궁금해했다면서, 여러 나라의 언어로 제대로 된 번역이 필요하다고 했고요. 기사에 따르면 조계종 사회부는 한불 전문가들과 함께 ‘직지’의 프랑스어 번역을 추진 중이라는 소식도 있네요.

이번 수다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20주년을 맞은 ‘직지’를 되새겨 봤어요. 몰랐던 사실들을 새삼 아셨다면 이번 주 수다는 성공! 그럼 다음 수다를 기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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