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해의 파도 살피는
해수관음의 금빛 대자대비
해수관음의 금빛 대자대비
어둠의 장막이 걷히기 세 시간 전, 아직 세상은 잠들어 있다. 남해 최고의 일출 명소로 꼽히는 해를 향한 암자 향일암(向日庵)을 가기 위해 숙소에서 이른 채비를 마친다. 여수 끝자락에 있는 향일암은 금오산과 바다가 맞닿은 기암절벽 중턱에 자리해 왼편으로는 한려해상국립공원 섬들이, 오른편엔 다도해해상국립공원 섬들이 펼쳐져 장관을 이루는 곳이기도 하다.
계단 길을 올라 일주문을 지나니 조성된 지 얼마 안 돼 보이는 등용문이 이곳이 한국의 4대 관음성지이자 소원성취 관음기도 도량임을 실감하게 한다. ‘누운 바위는 법당의 초석이 되고/일어난 바위는 출입구가 되어 이룬 그곳’이라는 소개글처럼, 향일암은 표면이 거북등처럼 갈라진 기암괴석이 얽히고설켜 만들어진 곳이다. 해탈문도 거대한 바위 두 개 위에 또 다른 바위 하나를 얹어 놓은 형국이다. 겨우 한 사람이 지나갈 정도의 그 좁은 통로를 비집고 들어가니, 바위를 타고 흘러내린 물이 가을 문턱에 머물러있는 늦더위를 시원하게 날려준다. 계단을 몇 오르니, 염주를 목에 건 돌거북들이 반긴다. 깜깜한 어둠 속, 눈먼 거북이처럼 계단을 조금 더 딛고 올라서니 바다를 향해 전망이 확 트인 원통보전 앞마당이 모습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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