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안의 문화이야기] ‘DNA: 한국미술 어제와 오늘’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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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안의 문화이야기] ‘DNA: 한국미술 어제와 오늘’展
  • 노승대
  • 승인 2021.09.0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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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수궁미술관에 다녀왔다. 한국 전통문화 속에서 빛나는 귀중한 문화재들과 함께 근·현대의 미술 작품들 중 엄선된 작가들의 작품이 나란히 전시된 전시회가 개최되고 있어서다.

아마도 국보, 보물과 더불어 미술 작품을 함께 전시한 경우는 이번 전시가 처음일 것이다.

국가에서 지정한 문화재 속에는 우리 민족문화의 DNA가 당연히 녹아있다.

그러한 문화유산들이 근래의 우리 예술에 어떻게 스며들고 나타났는지를 다시 한번 돌아보고, 또 앞으로 어떻게 흘러가야 하는지를 모색해 보는 전시가 바로 이번 전시회의 지향점이다.

그래서 전시회의 이름도 <DNA:한국미술 어제와 오늘>이다.

전시회는 고구려 고분벽화에서부터 신라의 불교조각, 고려의 청자, 조선의 백자와 진경산수, 불화와 민화, 무속문화 등이 근·현대 미술에 미친 영향을 함께 살펴볼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

따라서 한국을 대표하는 미술 작가들의 작품이 거의 망라되어 있어서 도상봉, 김환기부터 백남준에 이르는 모든 작가의 작품들을 감상해 볼 수 있다.

삼성 고 이건희 회장의 소장품도 네 점이 출품돼 있고 그중에는 이중섭의 <은지화> 작품도 있다.

10월 10일까지 열리는 전시는 국립현대미술관 홈페이지로 들어가 예약하면 된다.

 

배롱나무꽃이 한창인 덕수궁 국립현대미술관은 과천관, 서울관(삼청동), 덕수궁관을 함께 운영하고 있다.

 

박노수의 <수렵도>. 고구려 벽화는 사신도와 수렵도가 널리 알려져 있다. 무덤 벽화에는 신화가 등장하듯이 그림의 분위기도 어딘가 신화적 향기가 있다.

 

조각가 권진규의 <해신(海神)>. 고구려 고분벽화에 나오는 사신도나 동물들을 참고해 만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평소에도 고분벽화 도록을 즐겨 보았다.

 

사진계의 원로인 이경모의 석굴암 사진. 서산마애불도 발견되자마자 내려가서 찍었다. 새한칼라 사장도 지내셨고 필자와도 인연이 있어 자택에서도 뵈었다.

 

신라의 불교조각은 현대미술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장욱진의 <진진묘>는 석가모니 탄생불을 단순화시켜 그렸다. 불심이 깊은 부인의 불명이 진진묘였다.

 

경봉 스님이 장욱진에게 물었다. “자네는 뭐 하는 사람인가?” “저는 까치를 그립니다.” “십 년 선방 수좌보다 낫네.” 군더더기를 뺀 선적인 동화 그림.

 

최영림의 <불심(佛心)> 또한 깨달음의 세계를 몽환적인 분위기로 연출한다. 녹야원과 염화미소가 함께 어우러져 있음도 살며시 감지된다.

 

이종상의 <연기緣起>. 모든 존재는 인(因, 씨앗)과 연(緣, 조건)에 의해서 생긴다. 이렇게 정다운 너 하나 나 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이중섭의 <봄의 아동>. 상감청자 포도덩쿨 속에서 노는 동자들에 영감을 얻은 듯하다. 일본인 부인과 아이들이 일본에 있어 항상 가족을 그리워했다.

 

이중섭의 <부부> 또한 청자빛 바탕에 뜨겁게 포옹하고 입맞춤을 나누는 한쌍의 새를 그렸다.일본에 있는 부인에 대한 그리움이 짙게 배어있는 명작이다.

 

조선이 지향하는 것은 맑고 고운 선비의 정신이다. 화려함과 사치함은 선비정신과 맞지 않았다. 순백의 백자는 고결한 선비와 걸맞았고 백자시대가 열렸다.

 

김환기의 <정원>. 순백의 달항아리와 용춤이 조선의 우아함과 정감어린 분위기를 자아내고 산과 구름 물고기 등 간략화된 경관이 조용히 깃들었다.

 

겸재 정선의 <박연폭포>. 조선의 실물 산수를 그린다는 진경산수는 겸재에 이르러 확고히 뿌리를 내렸다. 내리 꽂히는 세찬 물줄기의 묘사가 뛰어나다.

 

겸재의 금강산 그림 또한 뛰어나지만 박연폭포와 금강산 그림을 함께 엮은듯한 박대성의 <금강전도>는 옛 것을 본받은 새로운 창조의 길을 보여준다.

 

19세기 들어 민간에 퍼진 민화는 백성들의 염원을 담고 크게 유행했다. 새해 대문에 부쳤던 까치호랑이 그림은 삼재를 물리치기 위한 소망을 담았다.

 

호랑이 민화를 널리 알린 저의 스승 조자용박사는 흔히 해방 후 민화의 개척자로 불리운다. 제자 김현의 호돌이 그림은 88올림픽 마스코트가 됐다.

 

판화가 오윤의 <마케팅 V:지옥도>. 불교의 지옥도탱화를 끌어와서 현대문명의 폐해를 신랄히 비판하며 마케팅에 의한 소비의 창조가 지옥임을 묘사한다.

 

한국의 전통 채색화는 오방색을 기본으로 한다. 단청도 그렇고 불화도 그렇다. 이화자의 <기원>은 신들린 춤사위에서 우러나오는 간절한 소망을 담았다.

 

이화자는 스승 박생광처럼 오방색을 기본으로 쓰지만 파스텔톤의 섬세하고 부드러운 감성이 있다. 불화 앞의 목탁과 타는 촛불이 영원한 염원을 노래한다.

 

달은 한민족에게 소망과 신화,전설을 들려준다. 또 물에 뜬 달은 관세음보살의 자비로도 상징된다. 달님에게서 품었던 희망, 아직도 유효한듯 곱기만 하다.

 

사진. 노승대

 

(필자의 카카오스토리에도 실린 글입니다.)

 

노승대
‘우리 문화’에 대한 열정으로 조자용 에밀레박물관장에게 사사하며, 18년간 공부했다. 인사동 문화학교장(2000~2007)을 지냈고, 졸업생 모임 ‘인사동을 사랑하는 사람들 모임(인사모)’, 문화답사모임 ‘바라밀 문화기행(1993년 설립)’과 전국 문화답사를 다닌다. 『바위로 배우는 우리 문화』, 『사찰에는 도깨비도 살고 삼신할미도 산다』(2020년 올해의 불서 대상)를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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