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한] 그곳에 가면 나한이 있다
상태바
[나한] 그곳에 가면 나한이 있다
  • 조정식
  • 승인 2021.08.30 18:4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의 집과 인간의 집, 화려함과 단순함의 경계
돌계단을 오르는 비교적 높은 기단 위에 소박하고 간결하게 지은 국보 제14호 거조사 영산전. 앞면 7칸, 옆면 3칸으로 지붕은 옆에서 봤을 때 ‘사람 인(人)’자 모양인 맞배지붕이다. 

한국 절들은 대부분 경관이 수려한 깊은 산중에 있다. 한반도에 불교가 전래되었던 초기에는 도심지에 자리했으며, 경주 황룡사나 불국사와 같이 본존불을 모신 금당과 탑을 회랑으로 둘러싸는 정형화된 모습이었다. 하지만 통일신라의 후기부터 선종이 유행하게 되면서 점차 수행과 예불을 위한 산지가람이 한국 사찰의 전형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부석사나 화엄사 등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산지가람의 경우, 기나긴 진입로를 지나서 경내로 진입하면 자연적인 지세에 맞도록 기단을 쌓고 많은 불전이 적절히 자리 잡은 것을 보게 된다. 일견 무질서하게 보이지만 전체적으로는 크고 작은 전각들에 의해서  하나의 완성된 세계가 조성되어 있다.

한국의 전통사찰은 본존불을 모신 주불전(대웅전, 대웅보전, 대적광전, 무량수전 등)을 중심으로 많은 부불전이 어우러져 있는데, 각각의 전각들은 거기에 모셔진 불보살의 성격에 부합하는 명칭이 붙어있다. 그런데 각 전각에 걸려있는 현판은 일반인들은 읽기조차 어려운 한자로 쓰여 있을 뿐더러 같은 불상을 모셔도 사찰에 따라서 전각의 명칭이 다른 때가 있어서 혼란스러운 경우가 적지 않다. 예를 들어 관음전(원통전), 미륵전(용화전). 영산전(팔상전) 등이 그러하다. 그 밖에도 약사전, 대장전, 조사전이 있으며 민간신앙을 흡수하면서 산신각, 삼성각, 독성각 등 불교와는 무관한 전각까지 있다. 이쯤 되면 유명한 사찰에 평생 몇 번 정도 갈까 말까 한 일반인들에게 사찰의 전각명칭은 고도의 암호와 같이 여겨질 수밖에 없을 정도이다. 전통사찰이 한국문화의 정수라고 말하지만, 국민 대부분이 개략적인 전각의 명칭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현실이 아이러니하다.

이상과 같이 많은 전각 중에서 나한전(또는 응진전)은 깨달음을 얻은 붓다의 제자인 아라한 또는 나한을 모신 전각이다. 나한에 대한 종교적 정의는 불교학의 영역이기 때문에 건축학도인 필자는 전통사찰의 다양한 전각 중에서 나한을 모신 전각, 즉 나한전이 갖는 건축적 특징에 한정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인기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 불교 뉴스, 월간불광, 신간, 유튜브, 붓다빅퀘스천 강연 소식이 주 1회 메일카카오톡으로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많이 구독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