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러두기 : 이 글에 사용한 진묵 대사 관련 나한 설화는 동국대학교 불전간행위원회가 펴낸 『한국불교전서』에서 인용했습니다.
진묵(震黙, 1562~1633)은 한국불교사에서 조금은 특이한 인물에 속한다. 그는 한 권의 저서도 남기지 않았고, 그의 이름은 사서(史書)·문집 등 동시대의 어떠한 기록에도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도 진묵의 설화는 전북 김제·완주·전주 지역을 중심으로 현재까지 전해지고 있으며, 신흥 종교인 증산교·원불교의 경전에서는 불교를 대표하는 인물로 그려지고 있다.
이러한 진묵의 삶은 그가 죽은 지 200여 년 후인 1857년(철종 8)에 간행된 『진묵조사유적고(震默祖師遺蹟攷)』(이하 『유적고』)를 통해 알 수 있다. 이 책은 전주의 유학자였던 김기종의 요청으로 초의(草衣, 1786~1866) 스님이 편찬한 것이다. 『유적고』에 수록된 17편의 진묵 관련 일화는 김기종이 마을의 노인이나 스님들에게 어렸을 때부터 들어왔던 이야기들을 초의 스님에게 구술한 것이다. 이를 통해 『유적고』는 스님의 문집 및 고승전기와 다른, 19세기 당시 전주를 중심으로 구전되던 설화들을 한문으로 기록한 문헌설화집임을 알 수 있다.
진묵을 부처의 화신으로 만드는 장치
『유적고』의 설화들에는 진묵 외에도 신장(神將)·금강역사(金剛力士)·나한 등의 불교적 인물과, 유학자·계집종·사냥꾼·소년 등 다양한 계층의 인물들이 등장한다. 『유적고』는 이들 인물과 진묵의 관계 맺음을 통해 진묵이 부처의 화신(化身)임을 보여준다.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당시 민중들은 진묵을 ‘부처님’으로 받아들이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필자가 여기에서 살펴보고자 하는 나한 관련 설화 역시 부처의 화신으로서 진묵 형상화와 관련이 있다.
월간불광 특집 기사 전문은
유료회원에게만 제공됩니다.
회원가입후 구독신청을 해주세요.
불광미디어 로그인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