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 불교] 세상을 보고 웃으면 세상도 따라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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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 불교] 세상을 보고 웃으면 세상도 따라 웃는다
  • 신정일
  • 승인 2021.06.29 15: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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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드높고 은미한 이름 백제 불교 | 백제의 미소로 품은 불심
서산 용현리 마애삼존불(국보 제84호)의 미소를 한국의 대표적인 고고학자 김원룡 선생은 이렇게 평했다. “어느 것을 막론하고 말할 수 없는 매력을 가진 인간미 넘치는 미소를 띠고 있다. 나는 이러한 미소를 ‘백제의 미소’라고 부르기를 제안한다.”

유레카! 미소의 발견

“등잔 밑이 어둡다.” 

“낫 놓고 기역 자도 모른다.” 

전해 오는 속담이다. 그런데 그 말이 맞다. 자기 옆에 보물이 있어도 그것이 보물인지 모르고, 보석 같은 사람이 있어도 소중한 사람인지 모르고 지나치다가 나중에야 그 진가를 너무 늦게 깨닫는 경우가 많다.

2011년 봄, 부산에서 동해 바닷가 길을 따라 통일전망대까지 이르는 해파랑길을 걷고 있을 때 일이다. 경주시 양남면 읍천항을 지나가는데, 군부대의 철조망 때문에 바닷가 길을 갈 수가 없었다. 우뚝 서 있는 군부대의 초소에 마침 병사가 없어서 들어갔는데, 유레카! 놀라운 풍경이 펼쳐졌다. 읍천항과 하서항 사이의 해안을 따라 약 1.5km에 이르는 주상절리 중 바다 한가운데에 한 떨기 연꽃이나 부채처럼 누워 있는 비경 중의 비경 주상절리가 세상 처음 사람들에게 알려진 순간이었다. 군인들은 오랜 세월 그 주상절리를 보았지만, 바다에 떠 있는 기이한 것으로 보았을 뿐, 그것을 나라 안에서도 손꼽히는 절경이라고 여기지 못한 것이다.

괴테가 『파우스트』에 적은 “온갖 것 보러 태어났건만, 온갖 것 보아서는 안 된다 하더라”라는 말을 어기고 금지된 곳에 들어가서 발견한 주상절리를 사진 찍어 내보내자 전국의 수많은 사진작가의 사진 속에 담겼고, 지금은 관광객들이 줄을 잇는 곳이 되었다. 중국 귀주성의 만봉림이나 장가계가 뒤늦게야 사람들에게 알려진 것과 같이, 해파랑길을 제안한 사단법인 ‘길 위 인문학, 우리 땅 걷기’ 덕분에 알려진 명승이다. 

그와 똑같이 대한민국 국민에게 ‘유레카’ 하면서 알려진 곳이 서산시 운산면 용현리에 있는 서산마애삼존불이다. 운산면 일대 사람들에겐 잘 알려진 서산마애삼존불이 일반에 공개된 것은 1959년이다. 당시 부여박물관의 홍사준 관장은 보원사지의 유물을 조사하러 이 마을에 와 있었다. 

그때 인바위 아래에서 만난 나무꾼이 홍 관장에게 산 위에 있는 마애불 이야기를 다음과 같이 들려주었단다.

“부처님이나 탑 같은 것은 못 봤지만, 인바위에 가면 환하게 웃고 있는 산신령님이 한 분 새겨져 있고요. 양옆에 본마누라와 작은 마누라도 있지요. 그런데 작은 마누라가 의자에 다리를 꼬고 앉아서 손가락으로 볼따구를 찌르고 슬슬 웃으면서 ‘용용 죽겠지’ 하고 놀리니까 본 마누라가 장돌을 쥐고 집어 던질 채비를 하고 있구먼유.”

고상하다는 것은 스스로 꾸미지 않는 것, 즉 자연스러운 것을 말한다. 그 지역에 대대로 살았던 사람이 보고 들은 것이기 때문에 마애삼존불을 있는 그대로 묘사한 것이다. 홍사준 관장은 곧바로 국보고적보존위원회의 김상기, 이홍직에게 보고했다. 

그 후  국립박물관장 김재원 박사와 황수영 교수가 현장 조사를 벌였다. 여러 차례 연구조사를 거쳐 1962년에 서산마애삼존불이 국보 제84호 불상으로 지정되었다.

세 부처 가운데에 있는 것이 본존인 석가여래입상이고, 그 왼쪽이 제화갈라보살, 오른쪽에 미륵보살이라고 본다. 그러나 당시에 성행했던 신앙에 따르면 석가세존을 중심으로 관음보살과 미륵보살이 협시하고 있다고 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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