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혼밥 한 그릇] 감자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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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혼밥 한 그릇] 감자탕
  • 법송 스님
  • 승인 2021.07.16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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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에는 더위로! 열 식혀줄 얼큰한 맛

오로지 살기 위해 먹어라

‘음식은 외아들 고기처럼 먹어라.’

음식을 아들의 살점 먹듯 먹으라니,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발언의 출처는 다름 아닌 부처님. 『쌍윳따니까야』 「아들의 살」 경에 나오는 이야기다.

한 부부가 외아들과 사막을 건너고 있었다. 그런데 도중에 식량이 떨어졌다. 부부는 고심 끝에 아들을 죽여 그 살을 먹으면서 남은 사막을 건넜다.

이 대목에서 부처님은 묻는다. 이들 부부가 즐기려고 음식을 먹거나, 푸짐하게 음식을 먹거나, 진수성찬으로 음식을 먹었겠느냐고. 오직 사막을 건널 목적으로만 아들 살점을 먹지 않았겠느냐고. 수행자라면 무릇 외아들 고기 먹듯, 오로지 살기 위해 먹어야 한다고.

이런 신념(?)을 지닌 부처님이 보면 목덜미 잡고 쓰러질 현대의 식문화가 있다. 수년째 유행하고 있는 ‘먹방(‘먹는 방송’을 줄인 말로, 출연자가 음식 먹는 모습을 보여주는 방송)’이다. 다양한 먹방이 있지만, 기본적인 내용 구성은 대동소이하다. 먼저 각양각색의 음식들이 푸짐하게 차려진 테이블을 화면 가장 잘 보이는 곳에 두고 출연자가 인사를 한다. 그리고는 먹기 시작한다. 음식 씹는 소리, 음료 삼키는 소리, 맛에 감탄하는 소리를 여과 없이 들려주고, 그릇 하나하나 비우는 모습을 도장 깨듯 보여준다. 외아들의 고기라면 상상할 수 없는 모습이다.

이왕 때워야 하는 끼니인데, 맛에 취해 먹고 배 터지도록 먹는 일이 뭐가 나쁜 걸까. 우리는 분명 살기 위해 먹지만, 먹기 위해 살기도 한다. 경제가 발전하고 생활 수준이 향상되면서 인간의 목표는 단순히 생존을 넘어 ‘즐거움’을 추구하는 삶으로 확장됐고, 미식(美食)은 풍요로운 삶을 구성하는 한 축이 됐다. 불교는 결국 행복을 추구하는 가르침인데 부처님은 왜 먹는 즐거움을 경계하고 음식을 외아들 고기에 비유했을까.

맛보다 윤리, 쾌락보다 도리

외아들의 고기 이야기로 돌아가자. 사막을 건너던 부부가 사랑하는 외아들을 죽이고 그 고기를 취한 행위는 오직 살기 위해 내린 선택이다. 여기서 알 수 있는 사실은 ‘내가 살아가기 위해 누군가의 희생이 불가피하다’는 인생의 역설이다. 인간은 이 거대한 명제 앞에서 한없이 무력한 존재다. 하지만 무력한 상황에서도 인간이라면 누구나 지켜야 할 도리가 있다. 희생양에 감사한 마음을 갖고, 희생양을 존중하며, 비싼 대가를 치르고 얻어낸 삶의 가치를 증명하는 일이다. 아들 고기를 먹게 된 부부는 가슴을 치고 울부짖으며 죽은 아들을 기렸고, 결국 남은 사막을 무사히 건넘으로써 아들의 희생이 무의미하지 않았음을 증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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