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능화, 불교계에 단군을 논하다
상태바
이능화, 불교계에 단군을 논하다
  • 김남수
  • 승인 2021.06.14 09: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26일에 중부 사동(中部 寺洞)에 있는 조선 임제종 중앙포교당에서 개교식을 거행할 때에 신사 이능화(李能和) 씨가 연설하기를 조선의 종교(宗敎)는 단군교(檀君)가 확실한바 불가에서도 단군을 삼천 년 이후로 지금까지 숭봉하며, 단군교에서도 불가의 화엄경과 법화경은 석가모니불(釋迦牟尼佛)이 상천할 때에 단군이 도리천(叨利天)에서 제불 제천을 집합하고 인간의 선악을 설명한 역사가 소연한 것을 아는 고로 불교를 찬양함이 조선에 종교는 단군교와 불교라 하며 격렬히 연설하는 고로 만장 인원의 갈채가 있었다더라.
 
위 기사는 1912년 5월 30일 매일신보에 실린 단신 기사이다. 일제 강점기의 사학자이자 불교 신도였던 이능화(1869~1943)가 불교 행사에서 조선의 종교는 단군과 불교라고 강조한 강연 내용이다. 내용에 두 가지 특이점이 있다.
 
먼저, 이 행사의 성격이다. 임제종은 이회광 스님이 주도한 원종에 반대하기 위해 설립된 조직이다. 박한영 한용운 등 당대의 스님들이 참여하였고, 중앙포교당 건립 사업을 시작하여 이날 개교식을 하게 되었다.
 기사에 따르면 1,300여 명이 참하였다. 행사는 한용운 스님의 취지 설명, 백용성 스님의 교리 설명, 정운복과 이능화가 연설을 하였다.
 
즉, 단순히 단군 혹은 불교와 관련된 강연회가 아니라 당시 조선 불교를 둘러싼 양대 흐름의 한 축에서 오랫동안 준비한 행사였다. 이곳에서 이능화는 단군과 불교라는 주제를 다룬다.
 
이능화

두 번째로 특이한 점은 이능화가 ‘조선의 종교는 단군교와 불교’라는 격렬히 연설하였는데, 만장 인원의 갈채가 있었다는 점이다. 행사의 주된 내용이 중앙포교당 개원식이기에 일반적인 의례라 할 수 있지만, 불교도들이 단군과 불교에 대한 이해를 엿볼 수 있다.

강조할 것은 “불가에서도 단군을 삼천 년 이후로 지금까지 숭봉하며”라고 주장한 내용이다.

 
사실 불교와 단군을 직접적으로 연결 짓기는 상당히 곤란한 문제에 직면하는데, 이를 이어주는 유일한 지렛대가 일연 스님의 삼국유사이다.
 

寧邊 境내 妙香山은 檀君 古基라. 五白餘年 古刹의 七白間 普賢寺가 現在하야..
영변 묘향산은 단군의 옛 무덤이라. 오백여 년 고찰의 7백 칸 보현사가 현재 있어..

 
1908년 3월 4일 대한매일신보에 실린 기사이다. 오백 년 역사를 지닌 보현사 기사를 다루면서 영변 묘향산이 단군의 고기(古基), 즉 무덤이 있는 곳으로 기사화하였다.
이 역시 삼국유사에 따른 것이다. 일연 스님은 “환웅이 무리 3천 명을 거느리고 태백산 정상 신단수 밑에 내려왔다”고 하면서 태백산을 지금의 묘향산으로 보았다. 위 기사는 이 예를 따른 것이다.
 
삼국유사 범어사 소장본, 문화재청 홈페이지

 

단군에 대한 관심
 
이능화의 단군에 관한 관심은 비단 이뿐만이 아니다. 연설이 있던 해에 발간된 「백교회통(百敎會通)」이라는 책에서 불교를 중심으로 여러 종교를 비교하면서 당시 단군 신앙의 중심이었던 대종교를 다룬다.
 
대종교와 불교와 대조를 하는 장에서 대종교를 이르면서 다음과 같이 기록한다.
 
고금기(古今記)에 “환인(桓因)은 하늘(天)이요, 환웅(桓雄)은 신(神)이며, 단군(檀君)은 신인(神人)이니 이른바 삼신(三神)이다.
수산 이종휘는 신사지(神事志)에 이르기를 ‘조선의 맨 처음에 환국(桓國)이 있었는데, 제석(帝釋)의 서자(庶子)인 환웅(桓雄)이 3부3인을 받아 그 무리 3천과 더불어 태백산에 내려왔는데... 환웅의 아들은 단군이라고 불렀다.”
 
그리고 불교와의 비교에서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법화경주(法華經註)에 “석제환인(釋帝桓因)은 하늘의 주인인데 그 이름을 도리천왕(忉利天王) 왕황상제(王皇上帝), 또는 제석(帝釋)이라고도 한다.”
 
이능화의 단군에 관한 관심은 그의 생애 전 기간에 걸친다. 1918년 발간된 「조선불교통사」에서도 단군을 적지 않은 비중으로 다루며, 이후에 발간한 「조선신사지」는 단군과 천신(天神) 신앙에 관한 내용이다.
 
이능화는 위의 신문 기사와 저작에서 어떤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일까? 이능화의 임제종 포교당 개교식 연설이 단순한 수사인지, 아니면 믿음이었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다음에 계속)
 
<참고자료>
 이능화 저, 강효종 역, 백교회통, 운주사, 1992



인기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 불교 뉴스, 월간불광, 신간, 유튜브, 붓다빅퀘스천 강연 소식이 주 1회 메일카카오톡으로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많이 구독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