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에 들르면 하얀 소나무를 꼭 찾아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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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에 들르면 하얀 소나무를 꼭 찾아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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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06.11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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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철 스님 산문집 『낡아가며 새로워지는 것들에 대하여』

 

서울 종로구 조계사 경내

 

종로구 조계사에 들를 때면 대웅전 정면에 자리 잡은 회화나무가 가장 눈에 띄고는 했습니다. 적어도 세 사람이 손을 맞잡아야 품을 수 있을 정도로 우람한 덩치를 자랑하기도 하고, ‘만지면 영험한 기운을 받을 수 있다’는 믿거나 말거나 식의 이야기를 들어서인지 유독 더 신경이 쓰였지요. 하지만 원철 스님에게는 다른 나무가 더 눈에 들어오셨나 봅니다. 대웅전 바로 옆 천진불 뒤에 서 있는 백송(白松)입니다. 이름처럼 나무 줄기가 하얀 소나무지요. 

 

“오래전에 북경을 방문했을 때 일이다. 공식 일정을 마치고 일행과 함께 관광을 겸해 인근 지역에 멀지 않은 계단사를 찾았다. (…) 가람의 역사보다 더 시선을 끈 것은 1,300년 역사를 자랑하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 묵었다는 백송인 구룡송(九龍松)이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경내 여기저기 있는 몇백 년 된 백송은 명함도 못 내밀 정도였다. 더 놀란 것은 뒷산에 있는 나무 숲이 전부 백송으로 이루어졌다는 사실이다. 그야말로 입을 다물지 못할 만큼의 문화 충격이었다. 애지중지하며 돌보고 있는 조계사 경내에 단 한 그루뿐인 백송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 『낡아가며 새로워지는 것들에 대하여』 중에서

 

백송은 중국 북서 지방이 원산지라서 과거에는 중국을 드나들 수 있는 실력자만 볼 수 있는 나무였습니다. 소나무를 좋아하는 데다 흰색도 좋아하는 우리 민족 정서상 백송을 본 사람은 ‘우리 집에 가져다 심어야겠다!’ 이 생각을 했을 겁니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숲을 이룰 정도로 울창하게 잘 자라던 백송들은 기후와 토질이 달랐던 조선 땅에 잘 적응하지 못하고 대부분 사라졌습니다. 하지만 중국에 다녀올 수 있는 권세 있는 양반가들이 모여 있는 동네여서였을까요? 몇 년 전까지 종로에만 세 그루가 남아 있었습니다. 조계사 백송만이 아니라 헌법재판소에 있는 ‘재동 백송’, 지금은 밑동만 남아 있는 ‘통의동 백송’입니다.

불교계 대표 문필가, 원철 스님이 4년 만에 펴낸 산문집 『낡아가며 새로워지는 것들에 대하여』 는 종로에 있는 세 그루 백송에 대한 이야기를 비롯하여 60여 곳 유적지와 옛사람들 100여 명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낸 책입니다. 한국, 중국, 일본, 베트남 등의 다양한 장소는 물론, 시간을 초월한 옛사람들의 이야기, 그리고 사소한 것에서 시작하여 점점 확장되는 사유가 스님의 간결한 글로 모두 담겨 있지요. 
코로나19로 훌쩍 여행을 떠나기도 어려운 요즘, 시원한 실내에서 스님과 함께 ‘방구석 역사문화 기행’을 떠나보시면 어떨까요?

 

원철 지음 | 312쪽 | 1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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