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승단의 딜레마와 불교 민족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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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승단의 딜레마와 불교 민족주의
  • 김남수
  • 승인 2021.06.0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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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기준 미얀마 인구가 54,706,358명이다. 이중 스님이 551,587명(2014년 기준)이다. 인구의 대략 1%가 스님이고, 비구니를 인정하지 않는 전통에 따라 남자만을 기준으로 하면 2%다.  미얀마 불교 승단은 식민지 시절 이후 참여 불교의 전통이 있었다. 독립운동과 독립 이후 사회적 항쟁의 중심에 항상 스님이 있었다. 그렇기에 이번 쿠데타에 승단에 대한 기대가 내외로 높았다. 

인터뷰 마지막은 미얀마 승단의 구조와 딜레마, 불교민족주의 운동에 대해서 다뤘다. 정기선 박사와의 인터뷰는 5월 27일 불광미디어 사무실에서 진행되었다. (앞선 기사는 아래 링크를 참조) 

① 미얀마, 발우를 뒤엎은 스님들 
② 쿠데타, 미얀마 불교의 참여와 갈등  
③ 미얀마 승단의 딜레마와 불교 민족주의

 

▷ 쿠데타에 바라보는 승단 내의 차이도 있겠죠?

아무래도 장로급 스님들은 보수적인 면을 보이고, 소장파 스님들은 진보적인 편이죠. 미얀마 사람들이 생각하고 있는 스님으로서 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잖아요?

미얀마에서 가장 유명한 승려 중에 한 분인 시타구 샤야도라는 분이 계셔요. 이 스님이 얼마 전에 군부에서 행하는 불교 법회에 참석했어요. 이 자리에 쿠데타 주역인 민아웅홀라잉 총사령관도 있었죠. 부처님 점안식인가 불탑 점안식인가, 참석해서 증명 법사 역할을 한 거예요.

재가자들이 생각할 때는 스님이 최고지도자를 만난다고 하니깐, ‘스님으로서 무슨 말을 해 주겠지’하는 기대를 했었습니다. 근데 축원만 하고 왔다는 거에요.

그러니 일반 사람들이 실망하죠. 스님에게 실망한 여러 가지 것이 있지만 이분들이 스님을 직접적으로 비방하지는 않아요. 삼보를 비방하면 스스로가 지옥에 떨어진다는 믿음을 강하게 갖고 있기 때문에 직접적인 비방이나 욕설을 하지는 않아요.

대신 카툰(만화) 같은 것을 만들어 돌려봐요. 그림에는 스님이 나 몰라라 하는 표정을 짓고 있어요. 밑에다가 뭐라고 썻냐면  ‘그 사람이 정부의 돈을 훔쳤건 팔아먹었건, 혹은 죽은 사람이건 산 사람이건 나에게 보시하면 나는 불법을 전파할 거야’라고... 

 

▷ 냉소적인 조롱이네요

 본인은 누구를 말하는지 알겠죠. 그 카툰을 페이스북에서 보고 미얀마인에게 번역해다오 부탁했더니, 안 해주는 거예요. 그건 스님을 욕하는 것이라고.

 

▷ 승가의 승적을 승단에서 관리하나요, 국가에서 관리하나요?

현재에는 국가에 등록하게 되어 있습니다. 승단에 들어가서 정식으로 비구계를 받으면 지역 승가위원회에 보내고요,  더 큰 단위로 모아서 (정부) 종교부에서 관장합니다.

 

▷ 국가가 승적에 관여하고 있지는 않은 건가요?

승적으로 등록되는 그것까지만 하는 것 같습니다. 국가에서는 출가하는 사람들의 전과 관계 등을 알 수 있지 않습니까? 그런 것들을 관리하고 특별한 하자가 있던가 하면 위원회에 알려서 비구로서의 자격을 인정하지 않는 그런 제도인 듯합니다.

 

▷한국불교의 최대 종단인 조계종은 승단의 전승이 주로 문중 중심으로 됩니다. 미얀마는 어떨까요?

미얀마에서도 조금 다르긴 하지만 문중 개념으로 전승이 됩니다. 미얀마에서 제일 큰 종파가 수담마 종파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조계종과 위치가 비슷합니다. 18세기 말의 승가 정화 이후 당시 회의장의 이름이 수담마 자얏이었는데, 이 회의에 참석했던 스님들을 수담마 사야도라고 불러습니다. 이 이름을 따서 수담마 종파가 만들어지게 된 것이지요. 숫자 있어서 87%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다음으로 계율 상으로 굉장히 엄격한 종파가 하나 있는데 쉬웨진, 미얀마에서 제5차 결집에 쉬웨진 종파는 참여하지 않았죠. 계율 상의 이유로요. 이 종파는 돈 자체를 만지지 않습니다. 밖으로 나갈 때는 항상 정인이 따라가야 합니다. 

미얀마에는 대략 9개 종단이 있고, 2014년 기준으로 수담마 종파는 483,207명, 쉬에진 종파는 50,105명이 있습니다. 전체 스님들은 551,587명입니다.

미얀마 불교민족주의 운동을 전개한 우 위라투.
2013년 타임지 표지에 등장했다.

▷ 몇 년 전 미얀마에서 로힝야족 문제가 이슈되었을 때 알려진 스님들, 이슬람 배척 운동에 앞장섰던 스님들은 누구예요?

미얀마애국협회(Mabatha)를 말씀하시는 거지요?

 

▷ 주 세력이 스님이에요?  

그 운동의 지도자가 스님이었어요. 

 

▷ 지도자만 스님인 거죠?

스님들도 많구요, 재가자도 많습니다. 당시 대통령이었던, 원래 군부 4성 장군 출신인데, 그 사람이 옹호를 했었거든요. 그것으로 인하여 로힝야족이 엄청난 탄압을 받게 됐습니다.

 

▷ 이분들은 자신들을 어떻게 불교도로 정당화하죠? 

(아래 사진에) 969 숫자가 있습니다. 미얀마 고유의 숫자를 씁니다. 아라비아 숫자가 아닙니다. 마바타를 이야기하려면 미안마 불교민족주의 얘기를 안 할 수 없습니다. 불교민족주의를 이야기하려면 영국 식민지 시절로 거슬러 올라 가야하는데...

사진 정기선 박사 제공.

짧게는 2007년도 샤프란 혁명 이후 2012년도에 969운동이 일어납니다. 969운동이 무엇이냐면 우 위라투(1968~) 승려에 의해서 주창되었던 것입니다. 969는 미얀마에서 예경할 때 삼보에 대한 예찬을 합니다. 불보, 법보(-가르침), 승보에 대한 예찬이죠.

우리는 여래 10명호라 하지만 미얀마는 9명호라고 합니다. 앞의 9는 부처님의 9가지 덕성을 상징하는 것이죠. 6은 가르침, 즉 담마의 특성 여섯 가지를 하는 겁니다. 마지막 9는 승보의 덕성 9가지를 상징합니다. 

이런 분들께는 공양을 올릴 가치가 있다. 이것을 기치로 969운동을 했는데, 사실 969운동의 본질은 무엇이냐, 불교민족주의이구요. 이슬람이 미얀마에서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그리고 이슬람은 철저하게 배타적인 종교이고 그런 이슬람교도들이 불교도들을 살상하고 하고 있으니, 이 사람들을 배격하고 더 이상 성장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 

그러니까 우리는 969운동으로서 이슬람을 배격하고 불교를 보호하자는 취지로 만들어 진 거에요. 

 

▷ 이분들이 승단 내에서 세력이랄까, 이런 것은?

그다지 강하지는 않습니다. 일부고요, 그러한 성향을 지진 수도원이 몇 개 있는데 이 스님은 그중에서도 특별한 스님입니다. 

불법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면 총칼을 들어도 좋다 주장을 했었죠. 모든 스님한테서 지지를 받았던 게 아니에요. 일부의 아주 급진적인 극우 불교 지도자였어요. 그런데 이 운동이 군부가 로힝야를 탄압하는데 있어 결정적으로 써먹게 되었던 것이죠.

그래서 그 당시 온건파이거나 정상적인 사고 활동을 하는 스님들로부터 ‘그것은 부처님의 자비와 관용의 정신을 포함하고 있는 것이 절대 아니다’, ‘불교 어디에 그 같은 것을 옹호하라고 나와 있느냐’라는 지적을 받았죠.

당신들은 969의 진정한 의미를 다른 의도로 곡해하고 왜곡해서 사용하고 있다고 비판했어요. 결국은 미얀마 불교의 큰 최고의결기구 전국승가대장로위원회에서 승적이 박탈되었어요.

위라투 스님의 체포 소식(불광미디어)

▷ 이분은 비구계를 받은 건가요?  
비구계를 받고 승적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박탈되었죠.

 

▷ 로힝야족하고 버마족 간의 갈등 이야기를 짧게라도 했으면 하겠는데, 쉽게 해결될 문제는 아닌 거죠?

모든 것의 출발은 식민지 시절 영국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현재 방글라데시하고 국경선도 영국이 그어 놓았거든요. 방글라데시에서 살던 불교도들은요, 미얀마에서 로힝야족을 탄압하는 바람에 방글라데시 무슬림한테 탄압을 받았어요. 악순환입니다. 

 

▷ 아웅산 수지에 대한 실망도 예전에 많았어요. 노벨평화상까지 받더니 로힝야족 학살과 탄압에 너무 한 거 아니야. 그런데 이번 군부의 쿠데타를 보면서 저간의 사정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아웅산 수지가 미얀마 정치사에서 가지고 있는 위치의 상당수는 그분의 아버지, 아웅산 장군에 의해서 만들어진 이미지가 더 많습니다. 아웅산 장군이 가지고 있던 그런 카리스마에 기대다 보니까 그분의 따님이라면 이렇게 할 거라는 기대감이 있는 것이 사실이에요.

우 위라투가 아웅산 수지를 비난하게 된 이유는 (아웅산 수지가) 적극적으로 로힝야를 비난하지 않고 자기를 후원하지 않았다는 거예요. 그런 것이 아웅산 수지의 딜레마였죠. 인권 지도자라는 그런 이미지와 정치 지도자라는... 

더구나 불교 민족주의 상황이 강하게 뿌리 내리고 있는, 불교적 자긍심이 강한 불교 사회에서 정치 권력을 쟁취하기 위해서는 불교도의 힘이 가장 세거든요. 서구에서는 좀 더 인권 지도자로서의 성향을 보여주기를 바랬는데 이게 안 된 거죠.

그리고 본인이 정치 지도자로서 할 수 있는 한계가 있었죠. 그러기 때문에 어중간한 입장이 나오지 않았나.  

미얀마 사람들은 아직도 아웅산 수지를 사랑합니다. 아웅산 수지를 부를 때 이름을 부르지 않구요 아메 수, 어머니 수라고 불러요. 우리 엄마 수, 아니면 고모 수, 이모 수, 혹은 아주머니 수라고 부릅니다. 가장 친근한 이미지로 불러요.

군부는 자신들의 집권 시절에 아웅산 수지를 어떻게 불렸냐면요, 군부 지도자들이 수지를 통칭할 때 이름으로 부르지 않았습니다. 그냥 레이디(lady)라고 불렀어요. 미얀마 군부들이 레이디로 이야기할 때, 그것은 수지에요. 아웅산 장군을 상기하지 않게요.

그리고 아웅산이라는 이름을 부르지 않으려고 그냥 수지라고 불러요. 아웅산이라는 이름을 빼버려요. 

아웅산 수지.

▷마지막으로 미얀마인에게 불교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예전에 어느 서양 학자가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버마인으로 태어난다는 것은 불교도가 된다는 것이다. 흔히 우리나라에서는 불교를 종교라고 부르지 않습니까? 그런데 미얀마에서는 불교를 종교하고 부르면 안 될 것 같아요.   

전체 인구의 89%가 불교도이고요, 특히 버마족의 경우에는 98%에 육박하는 인구가 불교도이거든요. 이들에게 있어 불교는 사실 종교가 아니라 삶 자체인 것이죠. 아침에 일어나면 바로 부처님께 예경을 올리고 공양을 준비하고, 스님들이 오실 것을 대비해서 공양을 준비하다가 공양을 올립니다.

출퇴근하면서 불탑에 예경을 올리고 잠자기 전에도, 즉 조석으로 부처님께 예경을 올리는 문화를 가지고 있고. 삶 자체가 철저하게 불교적인 공덕 쌓기 신행과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미얀마에서 불교는 곧 삶 자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한 견해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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