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유산 연등회] 꺼지지 않는 법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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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유산 연등회] 꺼지지 않는 법등
  • 최호승
  • 승인 2021.05.27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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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덧셈은 무한대
나와 당신 그리고 아이들과 그 아이들로 이어지는 연등은 꺼지지 않는 법등(法燈)이다. 

극히 이례적인 일이었다. 천년 넘게 이어져 내려온 연등회가 전면 취소됐다. 1961년 4·19혁명 그리고 1970년과 1980년 계엄령 발령이라는 정치적인 이유였지만, 자발적 취소 결정은 처음이었다. 코로나19 감염 확산 방지를 위한 대승적 결정이었다.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를 심사한 2020년, 연등회보존위원회는 국민을 선택했다. 

2021년은? 대폭 축소했지만 1m 간격을 유지한 채 코로나19 고통의 치유와 희망의 등을 밝히고 행렬을 했다.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후 역사의 첫 페이지에 ‘온택트(Ontact) 연등회’를 새겼다. 줌(ZOOM)과 유튜브 실시간 중계로 ‘언택트(Untact)’에 온라인을 통한 외부와의 ‘연결(On)’을 더한 연등회의 탄생이기도 했다.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1주년, 연등회는 새로운 개념으로 한 단계 나아간 셈이다. 

 

유네스코가 주목한 연등회보존위원회

역사의 한 페이지 한 귀퉁이에 잘 보이지 않는 이들이 있다.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던 연등회보존위원회다. ‘온택트 연등회’ 준비를 위해 분주했다. 참가단체 실무자들도 주인공으로 참여한 5월 11일 회의에서 ‘온택트 연등회’ 예행연습으로 만반의 준비를 마치기 위해서다. 참가단체 실무자의 적극성 덕에 5월 15일 온라인으로 진행한 연등회에는 60여 개 단체가 ‘줌’을 활용해 연희와 율동으로 신명을 더했다. 연등회보존위원회는 무대에서 주연인 이들이 빛나도록 조연을 자처했다. 이거다. 유네스코가 인류무형문화유산 목록에 연등회를 등재한 또 다른 이유, 연등회보존위원회다. 유네스코는 결정문에서 특별히 연등회보존위원회를 기록했다. 

“연등회는 한국 사회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으며 정부와 참여 공동체에 의해 보호가 촉진되어 왔다. 이러한 면에서 연등회보존위원회의 역할은 특별히 언급될 가치가 있다. 체계적인 교육, 연구, 기록화와 함께 다양한 연구기관이 연등회의 진흥과 보호 활동을 전개해왔다.”

맞다. 연등회보존위원회의 역할이다. 과거 봉축기획단이라는 이름의 연등회보존위원회는 ‘봉축’이란 단어가 들어간 모든 문서를 수배했다. 조계종에 중앙기록관이 생기자 문서고와 각 부서의 먼지 쌓인 상자에 담긴 서류들을 전산화했고, 연등회보존위원회는 연등회 관련 기록을 목록화했다. 1980년대 이후는 실무자들과 참가단체들이 직접 경험했다. 1960년대와 1970년대 중반까지 기록도 서류에서 찾았지만, 그보다 앞선 근대의 기록이 필요했다. 그때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1896년 개항기부터 1945년 광복 당시까지 불교계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사료가 출간됐다. 1999년 선우도량에서 펴낸 『신문으로 본 한국불교근현대사』다. 1896년 4월 독립신문 창간 때부터 1945년 8월 「매일신보」 종간 때까지 「독립신문」·「제국신문」·「황성신문」·「대한매일신보」·「매일신보」·「상해판 독립신문」의 불교 관련 기사 4,184건을 연대순으로 엮었다. 박상희 전문위원 표현을 조금 각색하면 가뭄에 단비 같은 일이었다. 

연등회 관련 기록을 눈에 불을 켜고 찾았고, 연도별로 퍼즐 맞추듯 흩어졌던 조각을 완성하기 시작했다. 1907년 명진학교(현재 동국대)에서 봉축 행사가 있었다는 기사를 시작으로, 800페이지에 가까운 자료를 집대성했다. 그렇게 1907년부터 2007년까지 자료를 정리한 『초파일 행사 100년 – 연등축제를 중심으로』를 2008년에 발간할 수 있었다. 이후에도 동화 『새봄이의 연등회』, 『천년을 이어온 빛 연등회』, 『연등회의 종합적 고찰』 등 연등회를 알리는 다양한 서적을 출간해왔다. 

[인터뷰] 연등회 빅마마 박상희 전문위원

2년 전인 2019년 11월 한 사람에게 시선이 집중됐다. 삶 자체가 오직 연등회로 물든 사람이었다. 오직 연등회 기획과 실무로 30년 외길을 걸어온 종무원 박상희의 정년퇴임이었다. 퇴임식에서는 평생을 헌신한 공덕으로 연등회가 무형문화재로 지정됐다는 감사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까지 함께 하자는 응원이 쏟아졌다. 

그는 연등회 실무로만 30여 년을 봉직했다. 여의도 제등행렬에서 동대문 운동장의 흥겨운 축제로, 국가무형문화재 제122호 연등회로, 2020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바뀌는 모든 순간을 함께했다. 서울 지역 불교청년단체협의회 총무였던 1989년 여의도 제등행렬 때부터 실무자로 참여, 1996년 봉축기획단이 상설된 후 현재 연등회보존위원회까지 연등축제와 연등행렬 등 많은 역할을 소화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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