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붓다] 예술에서 마음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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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붓다] 예술에서 마음 찾기
  • 마인드디자인(김해다)
  • 승인 2021.05.27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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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회 광주비엔날레 '떠오르는 마음, 맞이하는 영혼' 

예술가들이 끊임없이 되묻곤 하는 ‘빅퀘스천’이 있다. 바로 “예술이란 무엇인가?”이다. 이에 대한 대답은 그 물음을 묻는 사람들의 수만큼이나 다양하다. 누군가에게 예술은 자연을 모방하고 재현하기 위한 수단이고, 누군가에게는 의미 있는 형식이며, 또 누군가에게는 제도에 의해 규정되는 사물의 존재 양식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필자 역시 몇 가지 답안지를 가지고 있다. 그중 하나는 “예술은 사물에 깃든 마음이다”라는 정의이다. 의외로 ‘마음’이라는 단어는 예술에 대해 말하고 쓰는 사람들 사이에서 그리 인기 있는 단어는 아니다. 마음을 전면에 내세우는 순간 다소 유치해 보이거나 감성에만 호소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글로 명료하게 표현하거나 객관적으로 분석하기 어려운 마음은 그래서 주류 미술사에서 다소 배제됐다. 그런 의미에서 ‘떠오르는 마음, 맞이하는 영혼’이라는 타이틀을 내 걸은 이번 광주비엔날레는 아주 의미심장하다.

 

사진. 광주비엔날레 재단

 

마음이 깃든 사물

국군광주병원은 1964년 광주 도심에 개원했다. 2007년 함평으로 이전한 이후 지금까지 도심 속 폐허처럼 남아 있는 병원 건물은 1980년 5월 민주화운동 당시 계엄사에 연행되어 고문을 당한 학생과 시민이 치료를 받았던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12명의 광주 지역작가들이 <볼 수 있는 것과 말할 수 있는 것 사이>라는 제목으로 5·18민주화운동을 둘러싼 치유와 회복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었다. 임민욱(1968~) 작가는 <채의진과 천 개의 지팡이>라는 제목의 작품을 선보였다. 고(故) 채의진은 문경 석달리 민간인 집단 학살 사건 당시 할머니와 어머니, 형, 형수, 누나 등 9명의 가족을 한꺼번에 잃었고, 이후 한국전쟁 전후 자행된 민간인 집단 학살의 진실을 드러내는 데 한평생을 바친 인물이다. 그는 나무를 깎아 지팡이를 만들곤 했는데, 그 수가 무려 천 개에 달한다. 형의 시신에 깔렸다가 가까스로 살아남은 그가 겪어야만 했던 통한은 천 개의 지팡이에 그대로 깃들었고, 비슷한 상처가 서려 있는 장소에서 수술대 위 환자들처럼 놓였다. 다 썩고 뼈만 남은 시신처럼 말라비틀어진 지팡이들 앞에서 그의 마음을 느끼지 못할 사람이 있을까. 사물에 깃든 마음이야말로 사물을 예술로 탈바꿈하는 무엇임을 절감하는 순간이었다.

마음을 치유하는 예술

한편, 옛 국군병원 근처에 자리한 교회 건물에는 마이크 넬슨(Mike Nelson, 1967~)의 <거울의 울림(장소의 맹점, 다른 이들을 위한 표식)>이 설치되어 있었다. 국군병원에 있던 거울들을 떼어 와 예배당에 재배치해 설치한 작업이다. 군인의 두발규정에 관한 스티커가 붙어 있는 거울, 한쪽 귀퉁이가 깨져버린 거울, 문짝에서 떼어온 듯 보이는 거울 등 수십 개의 낡은 거울들이 천정에 거꾸로 매달려 있었다. 병원이 운영되던 약 40년간 수많은 환자와 의료진이 자신의 모습을 비춰보았을 거울들. 작가는 “거울 속에 압축된 은밀한 역사를 정화”하고자 하는 염원을 담아 거울들을 원래의 자리로부터 제거해 예배당으로 옮겨왔다. 국군병원 내부 한 복도를 데이지꽃 밭으로 수놓은 문선희(1978~) 작가의 <묻고, 묻지 못한 이야기> 역시 치유의 바람을 담은 작품이다. 꽃밭 근처에서는 5·18민주화운동 당시 광주에서 국민학교에 다니고 있었던 사람들을 인터뷰한 내용이 현재 광주에 사는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목소리로 녹음되어 흘러나오고 있었다. 독재를 비판하는 날 선 말도 민주주의를 외치는 숭고한 목소리도 아니었다. 많이 아팠고 아주 무서웠다는 지극히 개인적이며 일상적인 아이들의 이야기가 심장에 날아와 꽂혔다. 꽃잎과 줄기, 뿌리까지 모두 치료용으로 사용된다는 데이지꽃들은 39일간의 전시 동안 아이들의 상처를 어루만졌다. 전시가 진행되는 내내 혹여나 꽃이 시들까 봐 작품 곁을 정성스럽게 지키고 있던 작가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그의 예술에서 ‘마음’을 찾을 수 있었다고, 참 고맙다고, 전하고 왔다.

떠오르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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