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륵彌勒] 사냥 즐기던 아이 미륵 오는 길 열다
상태바
[미륵彌勒] 사냥 즐기던 아이 미륵 오는 길 열다
  • 박광연
  • 승인 2021.04.27 17: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진표, 레드 카펫 깔다
부사의방에는 진표 율사의 수행처를 증명하듯 물을 저장했던 웅덩이 혹은 건물 기둥 자리로 보이는 흔적이 있다. 

사진. 유동영

 

두꺼비 해코지한 아이가 받은 수기

먼동이 터올 무렵 길상조(吉祥鳥)가 노래했다. 

“보살이 오신다, 보살이 오신다.” 

흰 구름이 스며들어 다시 높고 낮음이 없고 산천이 평평해지고 은색 세계를 이루었다. 도솔천의 주인이 자재한 모습으로 의장, 병사들과 뒤섞여 석단을 에워쌌다. 향기로운 바람이 불고 꽃비가 내려 잠시 보통 세계의 풍경이 아닌 듯하였다. 

누군가 도솔천에서 무리를 거느리고 천천히 내려왔다. 미륵보살이었다. 미륵보살은 느린 걸음으로 진표에게 다가와 손을 드리워 진표의 정수리를 문질렀다. 그러자 진표의 몸과 마음이 온화해지고 즐거워지고, 천안통(天眼通, 모든 것을 막힘없이 꿰뚫어 환히 볼 수 있는 능력)이 열렸다. 이때 진표는 어떤 경지에 다다른 것 같았다. 현실과 다른 새로운 세계와 닿아 기분이 좋으면서도 어떤 자극도 괴롭거나 즐겁지 않았다. 『송고승전』에서는 진표의 의식이 락수(樂受, 다른 세계와 접촉으로 받는 즐거운 느낌), 사수(捨受, 외부 자극에 대해 괴롭지도 즐겁지도 않은 상태)와 상응하여 활동하는 삼선(三禪)의 경지였다고 한다. 선정 상태에서 미륵보살과 지장보살을 친견했다는 것이다.

두 보살의 친견은 고통이라는 고독에 자신을 가두고 철저하게 홀로 견뎌낸 뒤에 일어난 일이었다. 진표는 몸을 아끼지 않았다. 때로는 자신의 몸으로 돌을 두드렸고, 때로는 바위 아래로 몸을 던지며 참회하고 참회했다. 살갗에 퍼런 멍이 오르고, 팔과 다리는 부서졌다. 극렬한 고통에 휩싸였지만, 진표는 멈추지 않았다. 깎아지른 절벽 위, 부사의방(不思議房)에서, 진표는 미륵보살의 수기(授記, 붓다가 수행자에게 미래의 깨달음에 대해 미리 지시하는 예언과 약속)를 받았다. 


관련기사

인기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 불교 뉴스, 월간불광, 신간, 유튜브, 붓다빅퀘스천 강연 소식이 주 1회 메일카카오톡으로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많이 구독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