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적 철학 시점] 뜨거운 지구에 찬물 끼얹기 1주일에 하루라도 채식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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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적 철학 시점] 뜨거운 지구에 찬물 끼얹기 1주일에 하루라도 채식하기
  • 민정희
  • 승인 2021.03.30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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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와 불교 행동철학

지난해 우리는 기록적인 장마를 경험했다. 장마가 54일이나 계속되면서 농산물 가격이 2~3배 이상 급등했다. 장마가 지나가고 쌀 수확이 끝난 직후 통계청은 2019년 대비 쌀 수확량이 3% 정도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쌀을 직접 재배하고 수확한 농민들의 체감은 달랐다. 농민단체들에 따르면 쌀 수확량이 30% 이상 줄었다. 장마 또는 가뭄이 반복되고 지속되면 한국의 식량 공급은 수요를 충족시킬 수 없게 될 것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한국이 식량 자급률 50% 이하의 대표적인 식량 부족국가라는 점이다. 한국은 전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많은 식량을 수입할 정도로 대외의존도가 높다. 우리 정부를 포함하여 국제사회가 지금과 같은 속도로 기후위기에 대응한다면 기후변화에 따른 재난은 일상이 될 것이고 우리는 심각한 식량 위기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지난해 역대급 장마를 계기로 호주와 미국에서 발생한 산불, 올해 2월 중동과 북아프리카에 내린 폭설과 같은 기후재난이 먼 나라, 먼 미래의 일이 아니라 우리에게도 현재진행형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이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시민사회연대기구인 ‘기후위기비상행동’에 교육지원을 요청하는 시민들이 늘고 있고, 광역과 기초단위로 조직되는 지역별 기후위기비상행동 또한 점차 늘고 있다. 

“지구의 기후시스템 붕괴를 막기 위해서는 기온상승을 산업혁명 이전 대비 1.5℃ 이하로 유지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전 세계가 배출 가능한 온실가스량이 얼마 남지 않았으며, 7년 이내에 온실가스를 2010년 대비 절반 이상 줄여야 한다.” 

이는 UN 산하의 ‘기후변화에 대한 정부간협의체 IPCC’가 2018년 국제사회에 권고한 내용이다. 기후위기를 우려하는 이들이라면 대부분 이미 이러한 내용을 인지하고 있다. IPCC의 경고대로 기후붕괴와 이에 따른 생태위기를 막기 위해서는 2030년 이전까지 2010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을 절반 이상 줄이고 2050년 이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여 흡수량과 같아지도록 해야 한다. 일부 과학자들은 산업혁명 이전 대비 기온이 1℃ 상승한 현재, 취약한 사람들이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고, 지구가 여섯 번째 대멸종의 초기 단계에 진입했으므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절반이 아니라 70~80%까지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만큼 기후위기 해결이 시급하고 절박하다는 것이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방법으로는 크게 석탄과 석유와 같은 화석연료를 에너지원으로 사용하지 않고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빠르게 전환하는 방법, 전기차 확대, 에너지효율 개선과 건물의 단열 개선, 에너지 소비 자체를 줄이는 방법 등이 있다. 이 가운데서도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은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대안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런데 재생에너지 전환만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절반 이상, 그리고 100% 줄일 수 있을까?

 

에너지 전환만으로는 온전하지 않다

오늘날 세계는 2000년보다 연간 80억MWh(메가와트시) 이상의 전력을, 재생에너지를 이용해서 생산하고 있다. 그러나 같은 기간 동안 전 세계 인구의 에너지 수요는 480억MWh로 증가했다. 현재 재생에너지는 전 세계 에너지 수요의 16%를 감당하고 있다. 세계 인구의 에너지 수요를 충족시킬 정도로 재생에너지를 늘리는 것은 기술적으로 가능하다. 그러나 문제는 지금과 같은 속도로 경제성장을 이루면서 지구의 기온상승을 1.5~2℃ 이하로 제한할 수 있는가다. 전 세계의 GDP(국내총생산)가 매년 3%씩 증가한다고 가정할 때, 지구의 기온을 1.5℃ 이하로 제한하기 위해서는 매년 10.5%씩, 2℃ 이하로 제한하려면 매년 7.3%씩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여야 한다. 

인구가 계속 증가함에 따라 에너지 수요도 증가할 것이므로, 2050년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는 약 100억 명의 에너지 수요를 모두 감당할 수 있는가도 문제다. 이처럼 증가하는 에너지 수요를 감당할 만큼 재생에너지를 늘리려면 이에 필요한 광물자원의 채굴량 또한 엄청나게 늘려야 한다. 2017년 세계은행의 보고서에 따르면 205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제로로 만들려면 세계가 재생에너지 100%로 전환해야 하는데 이때 필요한 광물자원이 어마어마하다. 구리는 3,400만t, 납은 4,000만t, 알루미늄은 1억 6,200만t, 철은 48억t 이상 필요하다. 희토류 금속의 일종으로 풍력 터빈(풍력 에너지를 기계 에너지로 변환시키는 장치)의 핵심 재료인 네오디뮴의 채굴량은 35% 이상, 태양광 패널에 중요한 은의 경우는 최고 105% 이상, 인듐의 경우는 920% 이상 추출을 늘려야 한다. 에너지 저장시스템(ESS)에 사용되는 리튬도 현재보다 2,700% 이상 추출량을 늘려야 한다. 

광물자원의 추출량을 과도하게 늘린다는 것은 그만큼 이 광물들이 매장되어 있는 자연이 파괴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광물을 캐낼 때마다 어마어마한 양의 화공 약품과 물이 사용되기 때문에 수질 오염, 생태계 파괴, 생물다양성 손실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산화탄소의 주요 흡수원이기도 한 삼림을 파괴해 더 많은 이산화탄소 배출을 초래한다. 

그런데 최근, 육지에 묻힌 광물자원의 부존량(賦存量, 자원이 존재하는 양)이 고갈되면서 바다로 눈을 돌리는 기업들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현재 육지에 매장된 리튬의 양이 매우 제한적이라고 판단한 기업들이 심해 해저를 개발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바다는 삼림과 마찬가지로 이산화탄소의 주요 흡수원이다. 또한 대기에 있는 열을 흡수함으로써 온난화를 늦추는 역할을 하고, 지구 산소량의 50~85%가량을 만들어낸다. 바다가 없다면 인간을 비롯한 지구의 생명체는 존속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에너지 전환이라는 명분으로 바다까지 착취하고 훼손한다면 기후위기를 가속하고 인간을 포함한 생명체의 터전을 빼앗고 절멸시킬 것이다. 

이산화탄소의 주요 흡수원인 자연을 파괴하지 않으면서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고 온실가스를 줄이려면,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것은 물론 에너지에 기반한 물자생산과 소비도 줄이는 길밖에 없다. 

 

저에너지수요 시나리오

2018년 IPCC의 「1.5℃ 특별보고서」는 ‘탄소포집과 저장 기술(BECCS)’과 같은 투기적인 기술에 의존하지 않는다는 파리기후협약의 원칙에 부합하는 시나리오를 소개한 바 있다. 에너지 경제학 분야의 아널프 그루블러(Arnulf Grubler) 교수가 개발한 저에너지수요(Low Energy Demand, LED) 시나리오다. 이 시나리오의 주요 특징은 세계의 물자생산과 소비를 20%까지 줄여서 2050년까지 세계의 에너지 소비를 40%까지 줄이는 것이다. 북반구를 중심으로 물자생산을 42% 줄이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렇게 하면 2050년에 100% 재생에너지 전환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시나리오에 따라 물자생산을 줄이면 기후변화뿐만 아니라 삼림벌채, 농약 오염, 토양침식, 생물다양성 손실을 비롯하여 물자생산에서 야기되는 생태적 영향을 줄일 수 있다.

이러한 저에너지수요 시나리오는 지금까지 너무나 당연시해온 경제성장의 중독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자연과 인간을 둘로 보고, 자연을 착취의 대상으로 삼으며 과잉생산과 과잉소비에 기반한 경제성장과 시스템을 좌시한 것이 바로 기후위기의 근본적인 원인이라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필요하지 않은 상품을 끊임없이 만들어내고 광고를 통해 사람들에게 결핍감을 만들어냄으로써 상품을 끊임없이 구매하도록 하는 경제 시스템에서 벗어나야만 가능한 시나리오다. 사람 대부분은 상품생산을 줄이면 일자리가 줄고 경제가 침체에 빠질 것이라는 걱정 때문에 이 시나리오에 반대할 것이다. 그런데 계속해서 지금처럼 과잉생산하고 과잉소비한다면 21세기 말 전에 기후재난으로 인해 인간과 자연이 함께 공멸하는 길로 나아갈 것이다.

저에너지수요 시나리오에 부합하는 대표적인 정책은 ‘계획적인 진부화’를 금지하는 것이다. 계획적 진부화란 기업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고 제품을 더 많이 판매하기 위해 제품이 빨리 고장 나게 만들거나, 기능은 거의 그대로인데 디자인만 바꾸어 신제품을 출시하거나, 또는 단종된 모델의 부품을 생산하지 않는 기업 전략이다. 계획적인 진부화를 금지하기 위해 정부는 제품 보증기한을 연장하고, 제품 수리에 관한 권리를 보장하며, 저렴한 비용으로 수리할 수 있게 독점부품을 없애도록 제도적으로 강제해야한다. 영국 정부가 올해 여름부터 시행하기로 한 ‘수리에 대한 권리(right to repair)’에 관한 법률이 바로 계획적 진부화를 금지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이러한 수리에 관한 권리 보장은 제품의 수명을 연장함으로써 물자가 과잉생산되지 않도록 하고, 원재료의 추출과 제품의 제조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온실가스를 줄이는 효과를 가져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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