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당] 불법승 깃발 세우고 땅의 인연까지 갖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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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당] 불법승 깃발 세우고 땅의 인연까지 갖추다
  • 세준 스님
  • 승인 2021.03.04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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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보사찰에서 만나는 선禪 풍수
불보종찰 통도사는 일주문부터 대웅전까지 냇물을 따라 동서로 길게 배치됐다. 통도사에는 영축사에서 발원한 서쪽에서 솟아 동쪽으로 흐르는 명당수(明堂水)가 흐른다.(통도사 사진 제공)

장점 드러난 땅이 명당, 단점 드러난 땅이 흉지

풍수는 자연의 원리를 연구하는 학문이며, 자연 친화적이고 조화로운 삶을 살아가는 방법을 현실에 바로 적용하는 게 선풍수지리(禪風水地理)이다. 선풍수(禪風水)는 자연과 인간이 함께하는 조건으로 땅을 상정한다. 땅 위의 인공적인 구조물인 건물이나 주거공간은 황금비율, 대칭, 균형을 기본으로 한다. 땅은 용(龍)이라 하고, 명당(明堂)은 건물·주택·마을 등 주거공간으로 양택(陽宅)을 말하며, 혈(穴)은 묘지 터를 의미하고 음택(陰宅)이라 한다. 장점이 드러난 땅이 명당이고, 단점이 드러난 땅이 흉지다. 인간의 길흉 속에서 삶과 죽음의 시간을 공간으로, 공간을 바탕으로 시간적 통일성을 시공간으로, 만물이 형태를 갖춰 있는 공간을 시간으로 바꾸어 보는 게 풍수의 개운법(開運法, 운을 트이게 하는 방법)이다. 그 속에서 만물이 태어나고 자연과 인간이 최고로 상승한 에너지로 조화를 이루는 방법을 설명하는 풍수지리가 선풍수다. 

대혜종고 선사는 『서장』에서 “법의 깃발을 세우고 한 곳에서 종지를 세우고 다섯 가지 인연을 갖추어야 성공할 수 있는데, 그것은 토지연(土地緣)·외호연(外護緣)·단월연(檀越緣)·납자연(衲子緣)·도연(道緣)이 그것이다”라고 말씀했다. 이렇게 선풍수는 토지연이 중요함을 알 수 있다. 그것은 인간의 삶과 실전, 현실, 수도(修道)에도 좋은 자연의 기운이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또 명당 터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풍수는 산의 좌우와 전후 사면에 있는 산을 뜻하는 사신사(四神砂, 청룡·백호·현무·주작)를 기준으로 명당과 명혈의 땅을 찾는 이론이다. 한국 사찰은 우리 강산 지형의 생김새에 맞도록 구성 시대에 따라, 신앙적 배경에 따라, 지역에 따라, 그리고 사찰에서 살아가는 스님들의 개성에 따라 다양한 형식이 존재한다.

시대별로 보면 삼국 시대에는 평지형, 통일신라 시대에는 구릉형, 고려 시대에는 산지형, 조선 시대에는 암자형의 가람 배치가 이뤄졌다. 평지형은 바닥 높이의 변화가 적고 좌우는 나무와 숲으로 막혀 있다. 사방이 건물로 둘러싸인 형태로 다소 폐쇄감이 있는 통로를 형성하는데, 보은에 있는 속리산 법주사를 떠올리면 된다. 구릉형의 경우는 높은 구릉 지대에 여러 단의 석축을 쌓아 사찰을 조성한다. 진입로 주변이 사방으로 트여 조망이 좋고, 공간의 결속력이 강하면서도 개방적이고 대체로 큰 규모의 가람이다. 지리산의 구례 화엄사가 구릉형 사찰에 속한다. 산지형 사찰은 보통 넓은 산지로 규모가 크고 넓은 구릉지에 형성되며, 주로 누(褸)가 활용됐다. 1~2개의 높은 석축이 있고 누를 중심으로 산지형 진입 공간이 잘 갖추어진 입지형으로 공간이 폐쇄적이며 통로 성격이 강한데, 조계산에 자리한 순천 송광사를 연상하면 된다. 암자형은 주로 좁은 길을 지나 바위나 벼랑 끝 등 험한 곳에 있으며, 기도처나 수행처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봉정암, 도솔암, 연주암, 보리암 등이 그렇다. 

비보형(裨補形) 사찰은 지맥(地脈)이 허하거나 실한 곳에 금당(金堂, 본존불을 안치한 중심 건물)이나 탑, 석불, 조형물을 조성하거나 건물 좌향(坐向, 자리하고 있는 방향) 혹은 연못을 메워 단점을 보완해서 비보하는 사찰을 말한다. 전등사, 통도사 등이 있다. 해조음(海潮音) 암자는 바닷가 주변에 있는 암자로서 파도가 높지 않으며 전망이 좋다. 조수가 흐르는 파도 소리에서 알파파(뇌파의 하나로 긴장을 풀고 쉬는 상태에서 나타남)가 발생하는 자연적 조건을 갖춘 장소다. 깊은 집중과 명상, 참선수행, 기도 등에 도움을 주는 사찰을 말하며 양양 홍련암, 남해 보리암, 강화 보문사, 여수 향일암 등이 있다. 

일찍이 통일 신라말 옥룡사의 도선 국사가 풍수도참(風水圖讖)의 원리를 전한 후 인간의 삶과 풍수는 밀접한 관련이 있음이 밝혀졌다. 역사가 깊고 유명한 한국 사찰들은 왜 명산의 명당에 자리하고 있을까? 풍수의 핵심요소는 Space(공간), Time(시간), Timing(때, 적기), Speed(속도) 등 네 가지의 개운비보(開運裨補)이다. 내가 사는 장소 환경과 조건은 내가 선택하고 개선할 수 있는 것이 개운법이자 선풍수다. 풍수적 입장에서 한국불교의 삼보사찰(三寶寺刹, 불법승 세 가지 보물을 간직한 사찰)을 살펴보자. 

 

저절로 되는 마음의 고향, 물의 명당 통도사

경상남도 양산시 하북면 지산리에 백두대간 낙동정맥으로 이어진 영축산에 있는 통도사는 삼보사찰 중 불보(佛寶)를 간직한 곳이다. 불지종가(佛智宗家)로서 1,300여 년 전인 646년(선덕여왕 15)에 신라의 대국통(신라 시대 최고 스님 관직) 자장 율사가 창건했다. 이곳에 금강계단(金剛戒壇)을 축조하고 부처님의 진신사리와 친히 입었던 가사를 봉안해 불보종찰이 됐다. 통도사는 평지형이며 일주문과 천왕문 등 직렬로 배열된 수직형 구조다. 기운이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비보형 사찰로 신좌을향(辛坐乙向, 서쪽을 등지고 동쪽을 마주하는 자리)에 속한다. 

창건 당시 절터는 아홉 마리 용[九龍]이 사는 큰 연못이었다고 한다. 사찰을 창건하면서 문수보살의 부촉(불법 보호와 전파의 부탁)으로 용들의 항복을 받아 쫓아냈다. 오직 용 한 마리만 그곳에 남아 터를 지키겠다고 굳게 맹세했다. 자장은 용의 청을 들어 연못 한 귀퉁이를 메우지 않고 남겼다. 이 연못이 바로 대웅전 동쪽에 있는 구룡지다. 비록 작고 깊이도 얕은 타원형 연못이지만 심한 가뭄이 와도 물이 마르지 않는다고 한다. 나머지 연못을 메워 지금의 대가람을 창건했다. 보통 연못을 메운 땅은 풍수에서 흉지로 본다. 통도사는 다르다. 풍수에서는 보통 혈을 맺는 산, 즉 용이 물을 만나면 멈추는데, 입지적 조건에 따라 용혈이 물을 건너기도 한다. 이를 도수협(渡水峽)이라 하는데 통도사가 도수협이 일어난 물 명당이다.

통도사의 사찰 형태는 일주문부터 대웅전까지 냇물을 따라 동서로 길게 배치됐다. 법당을 중심으로 세 구역으로 나누는데 상로전, 중로전, 하로전이라 부른다. 노전(爐殿, 대웅전과 그 밖의 법당들을 맡아보는 스님들 숙소)이 3개라는 것은 통도사가 3개의 사찰을 합한 복합형이라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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