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싯다르타] 겉옷은 설화 속옷은 대자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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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싯다르타] 겉옷은 설화 속옷은 대자비
  • 이필원
  • 승인 2021.02.24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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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생 비밀을 풀다

싯다르타 탄생 설화 관련 경전들

역사적 인물로서 붓다의 본명은 무엇일까. 이를 정확하게 아는 사람은 의외로 많지 않다. 붓다는 ‘석가모니(Sakyamuni)’라고도 불린다. 그래서 이를 붓다의 본명으로 알고 있는 사람도 있지만, 석가모니는 ‘석가족 출신의 성자’란 의미다. 붓다의 본명으로 가장 많이 알려진 것은 ‘고타마 싯다르타’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정보다. 고타마(Gotama)는 빨리어(Pāli, 팔리어)고, 싯다르타(Siddhārtha)는 산스크리트(Sanskrit)다. 그래서 올바른 표기는 고타마 싯닷따(Gotama Siddhatta), 혹은 가우따마 싯다르타(Gautama Siddhārtha)가 된다. 전자는 빨리어 표기고, 후자는 산스크리트 표기다.

역사적으로 실존했던 붓다의 삶을 그린 것을 불전(佛傳), 혹은 불전문학(佛傳文學)이라고 한다. 대표적인 불전문학으로는 『붓다짜리따(Buddhacarita, 붓다차리타)』가 있다. 이는 『불소행찬(佛所行讚)』으로 한역해서 전한다. 『랄리따비스따라(Lalitavistara)』는 『방광대장엄경(方廣大莊嚴經)』으로 한역해서 전한다. 그 외 『불본행집경』 등이 있다.

싯다르타의 탄생 이야기를 담은 초기 경전에는 『맛지마니까야』에 있는 「아짜리야부후따숫따(Acchariyabhūtasutta, 아주 놀랍고 예전에 없었던 것의 경)」와 『숫따니빠따』 제3품에 있는 「날라까의 경(Nālakasuta)」이 있다. 「아짜리야부후따숫따」는 전형적인 싯다르타 탄생의 이야기를 전한다. 한편 「날라까의 경」은 싯다르타 탄생 직후 아시따 선인의 예언이 담겨 있는 경전이다. 대승경전 혹은 문헌의 경우, 『대지도론』의 「초품중바가바석론제사(初品中婆伽婆釋論第四)」에서 간략하게 게송으로 싯다르타의 탄생과 관련된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대표적인 불전문학인 『불소행찬』 권1과 『방광대장엄경』 권3 「탄생품」에 그 자세한 내용이 기술되어 있다. 이 두 문헌은 대승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들 문헌에 영향을 받은 것이 조선 시대에 편찬된 『석보상절』이나 『월인천강지곡』과 같은 가사집이다.

사실 위에서 언급한 경전이나 불전문학 외에 싯다르타의 탄생과 관련된 내용을 찾기는 쉽지 않다. 대승, 특히 반야경 계통에서는 색신(色身)으로서의 붓다를 철저하게 부정하고 법신(法身)으로서의 붓다를 말하면서 우리가 알고 있는 불전의 내용은 전하지 않는다. 이러한 내용을 토대로 초기경전은 『맛지마니까야』의 「아짜리야부후따숫따」와 『숫따니빠따』의 「날라까의 경(Nālakasuta)」을 중심으로, 대승은 『대지도론』, 『불소행찬』, 『방광대장엄경』을 중심으로 싯다르타 탄생 설화를 고찰해 보도록 하겠다. 그리고 싯다르타 탄생 설화가 오늘날 우리에게 주는 의미가 무엇인지 살펴보기로 한다.

 

초기경전 속 싯다르타 탄생 기록

『맛지마니까야』의 「아짜리야부후따숫따」는 아난다가 붓다에게 직접 들은 바를 말하는 방식으로 싯다르타의 탄생 과정을 설하고 있다. 그 구체적인 과정을 간략하게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보살이 도솔천에 머묾 → 도솔천에서 목숨이 다하여 어머니의 자궁으로 들어옴 → 자궁으로 들었을 때, 일만 세계가 흔들리고 격동하면서 신들의 위력을 능가하는 광대한 빛이 나타남 → 사천왕이 어머니를 수호함 → 보살의 어머니는 본래 계행을 갖추고 있음 → 보살의 어머니는 다섯 가지 감각적 쾌락에 대한 욕망의 대상들을 부여받아 그것을 향유함 → 보살의 어머니는 어떠한 고통도 일으키지 않고, 몸에 피로를 모르는 안락함을 즐기며, 모태를 통해 보살이 모든 지체를 갖추고 감관이 완전함을 봄 → 보살이 태어난 지, 칠 일 만에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도솔천에 태어남 → 보살의 어머니는 정확하게 열 달 동안 보살을 잉태함 → 보살의 어머니는 서서 보살을 출산함 → 보살이 모태에서 태어날 때 신들이 먼저 받고 나중에 사람이 받음 → 보살이 모태에서 나올 때, 보살은 땅에 닿지 않고 사천왕이 받아서 ‘왕비여, 기뻐하십시오. 그대에게 위대한 능력이 있는 아들이 태어났습니다’라며 어머니 앞에 놓음 → 보살은 태어날 때 물에 오염되지 않고 점액에 오염되지 않고 피에 오염되지 않고 고름에 오염되지 않고 어떠한 부정한 것에 오염되지 않고 아름답고 청정하게 태어남 → 보살이 태어날 때 하나는 차갑고 하나는 따뜻한 두 가지 물이 공중에서 쏟아져 그것으로 보살과 어머니가 목욕함 → 보살이 태어나자마자 단단하게 발을 땅 위에 딛고 서서 북쪽으로 일곱 발을 내디디고 흰 양산에 둘러싸여 모든 방향을 바라보며 “나는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존재다. 나는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존재다. 나는 세상에서 가장 선구적인 존재다. 이것은 나의 최후의 태어남이다. 나에게 더는 다시 태어남이 없다”라고 선언함.

이상이 「아짜리야부후따숫따」에 나오는 싯다르타 탄생과 관련된 이야기이다. 전체적으로 ‘도솔천 → 잉태 → 탄생 → 선언’의 과정이다. 싯다르타가 탄생 전 도솔천에 머물다가 잉태했다는 내용이 초기경전에서부터 이미 등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북쪽으로 일곱 걸음을 걷고 나서 선언하는 내용은 다른 초기경전인 『장아함경』의 「대본경(大本經)」 내용과 다소 다르다. 대체적인 내용에는 큰 차이가 없으나 구체적인 몇 장면에서 다른 점이 있다. 「대본경」에서는 북쪽이란 방향이 명시되어 있지 않으며, 우협 탄생이 언급된다. 선언 내용에서도 “하늘 위나 하늘 아래 오직 내가 존귀하다. 중생의 나고 늙고 병들고 죽는 것을 제도하리라[天上天下 唯我爲尊 要度衆生 生老病死]”고 표현되고 있다. 이 세 가지 장면이 「아짜리야부후따숫따」와 다르다.

한편 내용 구성에서 눈에 띄는 것은 보살의 어머니가 일주일 만에 돌아가신다는 내용이 출산보다 앞에 나온다는 점이다. 이는 기술의 관점이 ‘보살 → 어머니 → 보살’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각각의 시점에서의 기술내용이 일종의 완결 구조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또 하나의 특징은 탄생 이후 아시따 선인이 싯다르타의 운명을 예언하는 내용이 없다는 점이다. 이 내용은 『숫따니빠따』의 「날라까의 경」에 기술되어 있다. 그 내용을 간략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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