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멸보궁] 어떻게 잘 살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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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멸보궁] 어떻게 잘 살 것인가
  • 지미령
  • 승인 2021.02.24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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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스님 왜 보궁에 가셨나요
태백산 정암사.

 

네 손가락 연비한 일타 스님

‘부처님, 사문 일타는 세 가지의 원력을 세워 연비하려 합니다. 옳은 중노릇을 하기 위해 연비하려 합니다. 법을 따르는 결정심을 갖고자 연비하려 합니다. 

속세 업장을 없애기 위해 연비하려 합니다.’ 

 —  정찬주 소설 『인연』 중에서

연비는 스스로 불에 살을 태우고 뼈를 태워 적멸의 상태에 들어가고 거기서 비로소 자유로워지는 장엄한 구도의식(求道儀式)이다. 동곡당(東谷堂) 일타 스님(1929~1999)이 오대산 적멸보궁에서 오른손, 네 손가락을 연비한 일화는, 스님의 속가 일가친척 40여 명이 모두 출가한 이야기와 함께 잘 알려졌다.

스님은 통도사 승가대학을 졸업한 후, 대학에 가서 문학을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강렬하게 일어났다고 한다. 그러던 1954년 어느 봄날, 『능엄경』에서 ‘삼매를 닦고자 하여 여래의 형상 앞에서 소신(燒身), 연비(燃臂), 연지(燃指)를 한다면 이 사람은 옛 빚을 일시에 갚아 끝내는 사람이라 하리라’는 부분을 접했다. 스님은 대학에 가겠다는 마음 또한 속세에 대한 미련임을 깨달아 바로 오대산 상원사 적멸보궁으로 향했다. 적멸보궁에서 7일 동안 매일 삼천배 기도를 올린 후, 자신의 손에 촛농을 떨어뜨려 연비했다. 이로써 스님은 모든 미련을 깨끗이 씻어내고, 수행에 전력하는, 중노릇만 하는 대전기(大轉機)를 마련했다고 한다.

세수 26세의 나이에 오대산 적멸보궁을 향했던 그 마음, 살아있는 관음보살이라 불리면서도 스님 자신에게는 항상 냉철했던 그 마음은 감히 헤아리기조차 어렵다. 다만, 중국 선종의 2대 조사 혜가 스님이 달마 스님에게 법을 구하고자 하는 굳은 의지를 증명하기 위해 자신의 왼팔을 잘랐다는 ‘혜가단비’와, 업장을 소멸하고 수행에 진력하고자 자신의 오른손, 네 손가락 열두 마디를 연비한 ‘일타연비’는 시공간을 초월해 일맥상통할 것이다. 스님이 대관령꼭대기에서 흘러가는 구름 한 점을 보고는 인생의 무상함과 연비 공양의 마음을 가다듬으며 부른 게송이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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