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섭 스님, 잘 채우고 잘 비우는 한해 - 금강정사 법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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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섭 스님, 잘 채우고 잘 비우는 한해 - 금강정사 법문
  • 불광미디어
  • 승인 2021.02.15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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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채우고 잘 비우는 한 해
-금강정사 도감 가섭스님

새해의 시작도 어느덧 한 달이 되어 가고 있습니다. 올해는 여느 해와는 다른 한 해의 시작입니다. 해돋이도 맘껏 하지 못하고 각자의 마음으로 여는 한 해의 출발입니다, 하지만 어느 해보다 더욱더 간절함으로 여는 새해입니다. 유례없던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한 자신의 건강과 가족의 건강도 더욱 간절하게 기원하는 새해의 첫 달로 채워지고 있습니다.

자연의 실상은 제행무상(諸行無常)이라 모든 것은 영원하지 않고 변하고 있습니다. 요즘 사회가 여러 가지로 힘들지만, 우리 불자들은 눈앞의 일에만 급급하지 말고 이 무상을 생각하고, 지혜롭게 살아가야 합니다. 부처님 가르침에 따라 밖으로 향하는 마음을 거두어서 내면의 본성, 마음의 중심에 집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내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나의 중심을 찾아야 합니다. 일상생활 속에서 내면에 집중하는 것, 그것이 하루하루 주인으로 살아가는 길입니다. 스스로 주인이 되는 마음이 있다면 셀프리더십을 갖출 수 있을 것입니다.

造憂後憂 行惡兩憂 彼憂惟懼 見罪心懅

(조우후우 행악양우 피우유구 견죄심고)

걱정거리를 만들어 나중에 걱정하고 악을 행하면 두번 걱정한다.

저것(나중 일)이 걱정되어 두려울 뿐이고 죄를 보면 마음이 부끄럽다.

[법구경 쌍요품 015] 심리학적으로 인간에게는 현재의식, 잠재의식, 무의식과 같은 세 가지 의식이 있다고 합니다. 현재의식은 가장 표면적인 의식으로 이성적으로 생각할 때 사용되는 의식으로 회의나 사고(思考), 계산 등의 일상생활을 할 때 활성화되는 의식이며 누구나 쉽게 자작할 수 있는 영역에 존재한다고 합니다.

잠재의식(潛在意識)은 그 안쪽 깊숙한 곳에 있는 의식으로 인간이 자각할 수 없는 의식입니다. 자고 있을 때, 한 가지에 몰두한 상황일 때, 명하게 있을 때 활성화되는 의식으로 현재 의식에 크게 영향을 미칩니다. 잠재의식에 담긴 감정들이 무의식으로 우리의 생각들을 지배하게 됩니다.

“괴로움의 원인은 괴롭다는 생각 때문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현상적으로 관계로 인하여 괴로운 일들이 있지만 많은 부분 괴로운 생각으로 괴로울 때가 많습니다. 습관적으로 괴롭다고 힘들다고 번민하다가 진짜로 괴롭게 되는 것이죠. 그래서 우리의 잠재의식 속의 무의식적으로 하는 괴로운 생각으로 흐르는 의식을 알아차려야 합니다. 괴롭다는 생각이 들 때 그 흐름에 따르기보다는 괴로워하는 의식을 바라봐야 합니다. 그러면 관념적으로 괴롭다는 습관에 의한 것이라면 그 괴로움은 바로 사라질 것이며, 현상적으로 괴로운 일이 있다면 담대하게 그 문제의 출발점을 찾게 될 것입니다. 감성적으로 흐르던 지각과 생각들이 이성의 힘으로 감정을 추스르게 될 것입니다. 그러니 괴롭다는 생각이 들 때 그 생각을 바라보십시오.

번뇌(煩惱,Kleśa)의 한자를 풀이해보면 ‘번(煩)은 불 화(火)에 머리 혈(頁), 즉 불붙은 머리, 열나는 머리입니다. 그리고 뇌(惱)는 두뇌 뇌(腦)자에서 몸 육(肉,⺝) 대신 마음 심(心,忄)을 쓴 것이니, 두뇌와 결부된 또는 결박된 마음이다.

(번뇌,박찬욱 저,2020)

우리의 삶을 번뇌로 느끼고 생사윤회를 고통으로 느끼는 것은 역설적이게도 우리가 사실은 청정무구의 본래 마음을 지니고 있고 그렇게 세상을 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러기에 번뇌는 마음 바깥에서 인연 따라 왔다가 인연 따라 떠나가는 손님과도 같은 것입니다. 다시 말해 객(客)으로 찾아온 번뇌는 나의 본래 마음을 찾게 해주는 귀한 손님입니다. 번뇌는 단순히 끊어버려야 하는 방해물이 아니라 병을 알려주면서 그 너머의 건강을 지시해 주는 상처처럼 보듬어가면서 함께 해야 할 마음의 그림자와 같습니다.

그래서 옛 어른들은 번뇌가 일어났다 사라지는 번뇌의 현상 너머 그 번뇌를 바라보는 본래의 마음, 항상 거기 그렇게 있는 청정무구(淸淨無垢)의 마음을 열어주는 기호이고 암호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그 마음을 우리는 “마하반야바라밀”로 성취한 마음이자 승리한 삶이라고 말합니다. 새해에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마하반야바라밀로 잘 비우고 잘 채우는 한 해가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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