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열심히 산 사람은 사자도 물어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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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열심히 산 사람은 사자도 물어가지 않는다
  • 김선경
  • 승인 2021.01.28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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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제 개운하게 참 잘 죽었다
상처 입은 마음의 재생을 돕는 조주록 읽기
 
장웅연 지음 | 248쪽 | 15,000원

 

제목은 책의 운명을 가늠 짓기도 합니다. 일단 제목에 독자의 마음이 꽂혀야 책이 선택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편집자의 고심이 깊어질 수밖에요. 이 책 또한 약간의 과장을 더해 수백 번의 제목 수정이 이루어졌습니다. (간밤에 생각한 ‘이거다’ 했던 제목이 아침이면 마른 낙엽이 되어버리는 초라함이라니!) 문장력 없는 편집자인 저는 내용 속에서 한 문장을 제목으로 뽑아냅니다. 읽고 또 읽을 수밖에 없지요. 

이 책 제목도 그렇게 탄생했습니다. 죽음에 관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살자’는 이야기입니다. 어떻게? ‘아주 잘살자’는 이야기입니다. 그 잘사는 법을 저자는 무려 120세까지 장수한 조주 스님의 삶에서 힌트를 얻었습니다. 말년에 어금니 한 개로 버틴 조주 선사. 마지막 남은 어금니 하나에도 깃든 삶의 의지와 태도가 생생하게 담겨 있습니다. 
  
참, 표지도 주목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언젠가는 표지로 써먹어야지, 하고 오랫동안 마음속에 저축해둔 그림입니다. 〈잠자는 집시The Sleeping Gypsy〉, 앙리 루소의 작품입니다. 피곤에 지쳐 곤히 잠든 집시여인. 곁에 놓인 만돌린과 물병이 그녀의 잘살아낸 하루를 말해줍니다. 그 옆을 배고픈 사자가 지나가지만, 냄새를 맡을 뿐입니다. 하루를 잘 살아낸 이의 곤한 잠은 사자도 건드리지 못하는 것일까요. 그 어떤 고난도 ‘그냥 있는 그대로’ 살아내는 이의 삶을 절대 무너뜨리지는 못합니다. 하루를 잘 넘기고 잊어버리면 어김없이 새로운 하루가 옵니다. 사실 ‘어제의 나’는 죽고, 오늘을 사는 ‘나’만 있을 뿐입니다. 이 책의 메시지가 제목과 그림에 모두 담겨 있습니다. 


살아온 버릇이 그대로면, 병의 재발은 멀지 않다
삶은 누구에게나 지루하고 두렵고 고통스럽다. 그 사이사이 행복이 끼어든다. 이 모든 게 더해져 ‘삶’일진대 이 당연한 사실을 우리는 쉽게 잊는다. 그러고는 좋은 삶, 행복한 삶만 고르려고 애를 쓴다. 그래서 삶은 더 힘들고 아프다. 철학을 전공하고 〈불교신문〉 기자로 활동해 온 저자는 불교적 지혜로 마음 무장을 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폐암이 의심된다는 진단에 죽음이 무서워지고, 또 폐암이 아니라는 번복에 다시 삶이 지겨워지는 아이러니를 경험했다. 이 책은 그 마음의 변화를 기록한 것이다. 다시 경험될 삶의 불안과 두려움, 상처에 버틸 수 있는 힘을 저자는 글쓰기를 통해 비축한 것이다. 저자는 말한다. 
“살다 보면 새로운 고초는 어김없이 찾아올 테고 아무쪼록 그와 비슷한 내구력의 용기가 주어졌으며 한다. 이 책은 그런 마음에 떨어진 몇 개의 청심환과 같은 이야기다.” 
죽음이 코앞에 닥쳤을 때는 삶이 간절해지고, 다시 건강해지자 삶이 지루해졌다는 저자의 고백은 우리 삶이 간절함과 지루함 사이에 놓여 있음을 짐작케 한다. 간절함을 삶의 끝까지 가지고 간다면 매 순간이 소중하고 행복할 것이다. 이 간절함과 지루함, 둘 사이에서의 균형이 인생의 비결이다. 이 책은 바로 그 균형의 비결을 담고 있다. (- 책 소개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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