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철학자의 사색] 숲은 詩다, 눈부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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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철학자의 사색] 숲은 詩다, 눈부처다
  • 김용규
  • 승인 2021.01.07 09: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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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예뻐서일까, 아니면 아까워서일까? 최근 주말마다 여남은 명의 사람들이 숲으로 찾아와 숲을 읽어 달라 청하고 있다. 기쁜 요청이기에 필자는 그들을 숲으로 안내한다. 지금 숲은 겨울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지구 북반구의 리듬에 따라, 살아 있는 모든 존재의 형상이 날마다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이동할 수 있는 생명과 붙박이로 서 있는 생명, 땅 위 생명과 땅속 생명, 물속 생명과 물 밖 생명, 누구도 가릴 것 없이 우주의 리듬을 따라 일제히 제 삶의 리듬을 조율하고 있다.

날마다 숲이 달라지므로 그 숲을 읽어주는 내 이야기의 주제와 장소, 그리고 대상 역시 날마다 달라진다. 하지만 여는 이야기의 주제는 항상 같다. 우선 당신들의 닫힌 눈을 열라는 것이다. 머리에 갇혀 있는 인식의 좁은 경계를 가슴으로 몸으로 확장해보자는 것이다. 하루하루라는 미시의 시야를 일생이라는, 아니 태어나기 전과 태어난 이후라는 거시의 시선으로 넓혀보자는 것이다. 무수한 연기의 인드라망이 빚어내는 저 숲 존재들의 화엄. 이를 봄으로써 오직 나 하나의 욕망을 붙들고 씨름하는 삶의 태도를 바꾸자는 말이다. 온 생명의 향연과 조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재정렬해 보자는 것이다.

 

| 숲을 읽는다는 것

최근 지인이 보내준 시집의 글을 소개하는 것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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