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었다는 말이 끝났다는 말은 아니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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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었다는 말이 끝났다는 말은 아니듯
  • 불광미디어
  • 승인 2020.11.26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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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로이, 『과학이 우리를 구원하지 못할 때 불교가 할 수 있는 것』
에코다르마(ECODHARMA), 생태위기의 시대 새로운 불교 행동철학
데이비드 로이 지음 | 민정희 옮김 | 값 19,000원
데이비드 로이 지음 | 민정희 옮김 | 값 19,000원

1.
배우 류준열 씨가 자신의 SNS에 올린 글이 화제가 된 적 있다.
“플라스틱을 주문하니 과일이 딸려 온 건지…”
플라스틱 없이 장을 보고 싶다던 류준열 씨는 지금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 캠페인 등 환경운동에 적극적으로 동참해 오고 있다.

플라스틱 도구가 우리 생활 곳곳에 깊숙이 침투해 그것을 배제한 삶을 상상하기 힘든 지금. 믿었던(?) ‘햇반’ 용기마저도 재활용되지 않는다는 현실에 배신감이 들어 포기하고 싶지만 그렇다고 현실에 손 놓고 있을 순 없는 때이다.

불교에서 가장 중요하게 이야기하는 교리 중 하나가 “연기(緣起)”이다.
이것이 있으므로 저것이 있고, 저것이 있으므로 이것이 있다는 너무나 당연한 이치.
하지만 빨대가 코에 박힌 거북이, 미세 플라스틱이 배에 가득한 물고기, 비닐 봉투가 다리에 감긴 갈매기를 접해서야 잠시나마 ‘이것’과 ‘저것’을 되돌아보는 우리이다.

2.
불교계에 입문해 이런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모르는 것과 알면서 안 하는 것 중에 무엇이 잘못한 일인 거 같니?”
나는 “알면서 안 하는 게 더 잘못하는 거 아닌가요?”라고 답했다.
“불교에서는 모르는 게 더 잘못이라고 해. 죄를 짓지 않으려면 그게 죄인지 알아야 하잖아?”
모르고 저지를 죄가 더 많고 클 것이므로 맞는 말이라 생각했다. 모르는 것, 즉 무명은 윤회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이기도 하다. 하지만 지금의 생태 위기에 놓인 우리는 그 현실에서만큼은 ‘무명’의 영역을 이미 벗어났다. ‘아는 것’은 우리에게 면죄부가 되지 못한다.

3.
불교학자 데이비드 로이는 자신의 책에서 내면(명상)과 외형(행동주의)의 수행을 실천하는 21세기 생태보살(eco-bodhisattva)이 될 것을 강조한다.
‘개인의 정신적 평화’, 물론 중요한 화두이지만 지금의 불교는 어떤 ‘기능’적인 측면에 치중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현 위기 상황에 불교가 기여할 수 있는, 불교가 평소에도 강조하는 행동 지침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 오계, 사무량심, 육바라밀이 그렇다. 데이비드 로이는 이것들이 우리를 ‘생태보살’로 나아가도록 안내한다고 말한다.

그가 이야기하는 ‘불교행동주의’의 가장 큰 특징은 ‘결과에 얽매이지 않고 행동하는 것’이다.
우리의 현실이 비록 절망적이라 하더라도 지금 해야 할 일이므로 실천한다. 그게 무책임하거나 무의미한 일이라 오해 받더라도 말이다. 결과가 행위를 결정하진 않으므로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보살의 길이다.

 

4.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코미디언 박명수 씨가 한 이 말은 유명하다.
“늦었다고 생각할 땐 너무 늦은 거다.”
별 거 아닌 것 같지만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것 같은 반전의 말이다.

이에 뒤이은 말은 해묵은 조언 같다. 그래서인지 잘 회자되진 않지만, 어쩌면 지금 위기에 놓인 우리에게 더 필요한 말인지 모른다.
“그러니 지금 당장 시작해라.”

무한도전' 박명수 / 사진=MBC 방송화면 캡처
'무한도전' 박명수. 출처 MBC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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