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에서 커피를 마신다고요? 전통차가 아니고?”
커피를 업(業)으로 삼은 뒤로 종종 듣는 이야기다. 고즈넉한 산사. 불어오는 바람에 은은히 울리는 법당 처마 끝 풍경소리. 그 아래 놓인 다탁에 오래된 다구를 벌이고 우려내는 맑은 차. 작은 찻잔에 쪼르륵 차 따르는 소리도 청아하게 들리는 듯하다.
절에서 무언가를 마신다면 흔히 떠올리는 모습이다. ‘다선일미(茶禪一味)’라든가 ‘선다일여(禪茶一如)’라는 말도 있으니 불교와 차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일 것이다. 하지만 이제 이러한 생각도 고정관념일 수 있다.
| 일상다반사가 된 커피
다반사. 다반(茶飯)이란 ‘차를 마시고 밥을 먹는’ 지극히 일상적인 일을 말한다. 본래는 항다반(恒茶飯), 항다반사이지만 줄여서 다반사라고 한다. 참선 수행에 특별한 방법이 있는 것이 아니라 일상에서 차를 마시고 밥을 먹고 잠을 자는 모든 일상, 즉 행주좌와(行住坐臥) 일상다반사(日常茶飯事)가 그대로 수행이고 선이라는 선가의 언어였다. 그러나 이제는 ‘다반사’의 ‘다(茶)’는 커피다. 출근길에 한 잔, 점심 먹고 또 한 잔, 졸음이 밀려오는 오후에 또 한 잔. 커피는 이제 일상다반사다. 일상에서 다구 펴고 전통차를 마시는 일은 흔치 않으니….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이 2018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7년 한국인은 자그마치 265억 잔의 커피를 마셨다. 1인당 한 해 512잔의 커피를 마신 셈이다. 생두 수입량도 세계 7위다. 2007년에 우리 국민이 마신 총 커피 잔수가 204억 잔이었던 점을 생각하면 10년 만에 30% 증가한 것이다. 물론 한 해 512잔 중 절반 가까이는 달콤한 커피믹스가 차지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제 우리에게 커피는 ‘일상다반사’가 되었다.
그 일상이 절집이라고 다를까? 산중과 도심을 막론하고 사찰에 작은 카페가 들어서고 스님들이 잠시 쉬는 지대방에는 다구 세트와 나란히 핸드드립 기구 세트가 놓이고 있다. 직접 커피를 볶는 스님들의 이야기도 종종 들을 수 있다. 여름 겨울 안거 수행 중인 선방의 대중공양 물품 목록에 커피가 올라간 지도 한참 됐다. 스님들이 신도들과 나누는 차담도 이제 커피와 함께한다. 이제 절집에서도 커피는 ‘일상다반사’가 되었다.
월간불광 과월호는 로그인 후 전체(2021년 이후 특집기사 제외)열람 하실 수 있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