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다의 신화] 목욕재계와 성스러운 한 끼
상태바
[붓다의 신화] 목욕재계와 성스러운 한 끼
  • 동명 스님
  • 승인 2020.11.03 09: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수자타의 공양을 기념하여 만들어진 수자타 마을의 수자타 스투파.

| 고행을 포기하다

죽음 직전까지 가는 고행 끝에 싯다르타는 생각했다. 

‘아니야, 아니야! 고행은 아니야! 이 세상 누구도 나보다 더 지독한 고행을 한 이는 없을진대, 고행을 통해 아무것도 얻지 못했어. 더는 고행에 집착할 수는 없어. 분명 인간의 고통으로부터 진정 자유로워지는 길이 있을 거야.’

싯다르타는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로 쇠약해졌지만 정신은 오히려 명료해졌다. 그때 싯다르타의 뇌리를 스치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어린 시절 잠부나무 아래서 선정에 들었던 경험이었다. 

‘그렇지. 그때 경험을 바탕으로 다시 시작해보는 거야. 그러기 위해서는 기운을 차려야 해.’

싯다르타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쇠약해질 대로 쇠약해졌기 때문에 마치 자신의 그림자가 일어서는 것 같았다. 마치 몸에 바윗덩이가 붙어 있는 것 같았다. 지푸라기처럼 야윈 몸을 바위처럼 무겁게 이끌고 일어선 싯다르타는 이제 새로운 길을 걸어가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리고는 시원한 강물 속으로 풍덩 들어갔다.

그러자 다섯 비구가 수군거렸다.

“아무래도 싯다르타가 고행을 포기한 것 같아. 하늘도 부술 것 같은 기개가 어찌 저리 한순간에 무너진단 말인가. 싯다르타는 우리의 스승이 될 수 없을 것 같네.”

“그래도 조금만 더 지켜보세. 무슨 생각이 있는지도 모르니.”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다섯 비구는 결국 그곳을 떠나버렸다. 

싯다르타는 물속에서 조용히 하늘을 보았다. 한없는 평화가 하늘에서 강물로 들어오더니 이내 마음속으로 찾아왔다.

‘그래, 좀 알 것도 같군. 극단적인 고행도 아니고 극단적인 쾌락도 아닌 곳에 길이 있는 것 같아.’

결과적으로 볼 때 싯다르타의 목욕은 깨달음을 위한 중요한 의식이었다. 어느 문화권에서든 중요한 일을 앞두고, 특히 종교적인 의식을 앞두고 목욕재계(沐浴齋戒)를 하지 않던가. 



인기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 불교 뉴스, 월간불광, 신간, 유튜브, 붓다빅퀘스천 강연 소식이 주 1회 메일카카오톡으로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많이 구독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