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랐다. 참선해서 견성하는 길과 경학을 공부해서 후학을 지도하는 길이 전부인 줄로만 알고 나섰던 길이었다. 출가해보니 달랐다. 심신이 온전히 출가하여 기본을 잘 다듬은 수행자라면 존재하는 그곳이 수행처였고, 하는 일이 무엇일지라도 수행으로 연결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 법대 교수의 전화 한 통
1997년 9월 1일부터 모 프로그램을 진명 스님이 진행한다는 예고기사가 교계 신문에 실렸다. 기사를 본 모 대학 법학과 교수에게 전화 한 통을 받았다. 물론 신심 돈독한 불자 교수였다.
“스님, 안녕하세요. 먼저 그 유명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게 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그런데 스님, 속세 연예인들의 인기라는 것은 물거품과 같습니다. (아무쪼록) 스님께서는 그 인기에 편승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저 방송 포교하는 수행자로 자리해 주시기를 간곡하게 부탁드립니다.”
편하게 전화를 주고받는 인연이 아니었기에 참 당황스러웠다. 첫 방송을 시작하기 전이었고, 프로그램 진행 제안을 갑자기 받고 어렵게 수락했던 터라 더 그랬다. 부처님 제자로 출가해서 방송하는 일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고, 무엇보다 방송에 대한 아무런 준비도 없었다. 방송 시스템도 모르던 때였기에 그저 ‘첫 방송을 어떻게 해야 하나’, ‘사투리가 심한 경상도 출신인데 그 다양한 외국어 발음을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만 가득했다. 그래서 생각지 못한 그 전화 한 통에 뒤통수를 한 대 세게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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