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밥·공기, 당신과 함께하는 ‘바로 그것’_나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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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밥·공기, 당신과 함께하는 ‘바로 그것’_나태주
  • 정태겸
  • 승인 2020.10.1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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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광 줌人 | 등단 50주년 맞은 시인 나태주

그의 시는 사랑스러웠다. ‘풀꽃’을 처음 읽으며 가슴이 먹먹해졌고, 나의 이야기를 써 준 것만 같은 ‘외로운 사람’을 읽으며 위로받았다. 나태주 시인을 마주하던 날, 심장이 요란하게 뛰었다.

 

사진. 유동영

 

| 나의 고향 서천, 나를 키운 공주

유난히 비가 많이 내리던 날이었다. 그칠 듯 좀처럼 그치지 않는 비를 뚫고 서울 남산의 ‘문학의 집 서울’로 향했다. 길가의 여린 풀 내음이 싱그러운 여름의 한 자락을 맑은 초록빛으로 물들이는 듯한 그런 날이었다. 나태주 시인은 올해 초 한국시인협회의 회장을 맡아 무척 바쁜 일정을 소화 중이었다. 그의 일정이 끝나기를 기다려 마주 앉았다. 구태여 손을 마주 잡고 인사를 나누지 않아도 따스한 온기가 전해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표정에서 그가 아름다운 낱말을 모아 시로 완성하는 사람이라는 게 보였다. 손으로 쓰는 문장이 아니라 입으로 조물조물 씹어서 뱉는 문구인데도 단어 선택이 남달랐다. 50년 넘도록 매일 시를 써 온 이의 언어는 그 자체로 시가 되는 것만 같았다.

그가 머무르는 것으로 알려진 공주의 풀꽃문학관이 그토록 유명해서일까. 많은 사람이 그의 고향을 공주로 알고 있지만, 실제로는 서천이다. 공주에서 한 시간 남짓한 거리에 있는 곳. 나태주 시인은 그때 자신이 뛰어놀던 고향을 “아직 깨어나지 못한 순박한 곳”이라고 소개했다. 문물이라는 요소와는 거리가 먼, 지극히 농촌에 머물러 있던 고장. 그는 고향을 두고 ‘젊을 때는 절망을, 나이 들어서는 비애를 주는 곳’이라고 쓰기도 했다. 그런데도 ‘푸릇한 풀 내음을 담은 시가 돋아난 고장’이라며 자신을 시인으로 길러낸 어린 날의 서천을 이야기했다. 바다를 가진 땅이었어도 ‘산 너머 어딘가에 바다가 있겠지’라고 생각했을 만큼 바다보다는 천방산을 더 많이 바라보았다. 외가 마을과 친가 마을 사이의 시골길 20리(약 8km)를 걸어서 오가며 유년의 기억을 쌓으며 그는 자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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