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감춘 그림, 알타이 암각화' 탁본 전시 여는 일감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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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감춘 그림, 알타이 암각화' 탁본 전시 여는 일감 스님
  • 최호승
  • 승인 2020.08.31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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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가지 궁금증에서 인터뷰를 시작했다. 똑같이 바위에 새긴 어떤 마음일 텐데, 왜 마애불이 아니라 암각화(岩刻畵)일까? 큰 바위에 존경과 외경, 신심을 부처님 형상으로 새긴 마애불에 마음이 끌렸다면 궁금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스님은 암각화에 끌렸다. 암각화에는 어떤 매력이 있을까? 단순한 일탈(?)일까? 아니면 호기심? 차 한 잔 마시며 나누는 대화가 깊어지자 의문이 풀렸다. 수락산 용굴암 주지 일감 스님은 왜 암각화에 빠졌을까? 

‘하늘이 감춘 그림, 알타이 암각화’라는 제목으로 9월 15일부터 서울 아라아트센터에서 암각화 탁본 전시회를 여는 일감 스님을 미리 만났다. 

 

| 하늘 향한 지고지순함

일감 스님은 조계종 백년대계본부 사무총장 소임을 맡고 있다. 궁금증을 풀고자 백년대계본부 사무실로 찾아갔다. 너그러운 미소로 반기는 스님은 자리를 내어주고 차를 내렸다. 인터뷰 전 마음 속에 뭉게뭉게 피어오르던 호기심은 인내를 몰랐다. 차 한 잔 내리는 그 짧은 시간에 안부와 암각화에 대한 질문을 한꺼번에 쏟아냈다. 

 

: 언제부터 암각화와 인연이 됐나요?

“15년 전일 겁니다. 화가이자 암각화 연구가인 김호석 화백이 해인사에 와서 장기리 암각화를 조사하러 가는 길을 동행하면서부터 암각화와 인연이 됐어요. 까마득히 잊고 지냈는데 2016년에 김 화백의 연락을 받고 알타이로 같이 떠났고, 다시 암각화를 만난 거죠. 가슴 벅찬 경이로움에 압도됐어요.”

 

: 스님이 마애불 아닌 암각화에 빠졌다고 하니 언뜻 이해가 안 돼요.

“연구자라든지 미술가라든지 무슨 직업의식이나 목표가 뚜렷했다면 그것 때문에 암각화가 좋다고 하겠는데, 보는 것 자체가 좋아요. 또 가서 보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그냥 좋은데 왜 좋냐고 물으면 잘 모르겠어요(웃음).”

 

스님의 말씀은 진심이었다. 날씨는 덥고 건조하고 땡볕에 살갗이 노출되면 금방이라도 익어 버릴 듯했지만, 그림이 새겨진 바위 하나라도 더 보려고 스님은 바삐 움직였단다. 아침에 해가 뜰 때 올라가서 보고, 해가 질 때도 올라가서 봤다. 빛의 있고 없음에 따라 느낌이 달라지기도 하지만, 매번 볼 때마다 새롭기 때문이다. 2019년에는 해발 3,500m가 넘는 고지에 있는 암각화를 만나기 위해 30kg 배낭을 짊어지고 산길 7km를 오르기도 했다. 거센 바람 때문에 불을 피우지 못해 생라면으로 저녁을 때우고, 뼛속까지 파고 드는 추위에 밤을 꼬박 새워도 이튿날 암각화만 보면 모든 고생이 눈 녹듯 사라졌다고.    

 

: 그렇게 매력적인가요.

“자연이 주는 경외감과 힐링, 거기에 암각화가 있다면 감격스럽습니다. 암각화를 보면서 단 한 번도 나쁘거나 교묘한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어요. 눈코입도 갖춰지지 않은 사람, 사슴, 태양, 화살 같은 단순한 그림이지만 그 속에는 수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어요. 바위에 한 점 한 점 쪼아 새긴 이들의 간절함이죠. 수만 년 전 사람들의 간절함이 지금 나에게 전해지는 것은 얼마나 신비롭고 아름다운 일인지요.”

| 원령공주와 사슴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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