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철학자의 사색] 삶이 멀미를 겪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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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철학자의 사색] 삶이 멀미를 겪을 때
  • 김용규
  • 승인 2020.09.09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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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나 뱃멀미를 해본 사람들은 안다. 멀미가 말로 설명하기엔 얼마나 어려운 곤경인지. 우선 속이 메스껍고 뒤이어 현기증 비슷한 아찔한 느낌이 나 머리가 아프다. 침의 분비가 늘거나 식은땀이 나며 냄새에 극도로 예민해진다. 그 곤란한 멀미의 느낌을 잘 다루어 가라앉히지 못하면 끝내 토악질한 뒤 기진맥진한 상태에 이르는 수도 있다. 어린 시절 나는 대부분의 탈 것에 대한 첫 경험에서 멀미 상태에 빠지곤 했다. 심지어 에스컬레이터, 엘리베이터까지. 의학에서는 멀미가 발생하는 원인을 눈으로 인식하는 것과 뇌가 감지하는 것이 서로 맞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대략 안식(眼識)이 겪는 세계와 의식(意識)의 가늠 사이에 발생한 불일치가 그 원인이라고 설명하는 것과 같다.

|    선장은 왜 뱃멀미를 하지 않는가

30대 중반 즈음에 나의 삶은 아주 강한 멀미를 만났다. 버스나 뱃멀미에서 경험했던 것처럼 제어할 수 없는 상태에 휩싸여 삶이 한없이 괴로웠다. 그간 씩씩하고 강건했던 내 삶이 왜 이토록 지독한 무방비의 멀미를 겪게 되었을까? 삶의 멀미, 그 원인은 무엇일까? 어떻게 하면 극복 할 수 있을까? 어느 날 ‘멀미’가 청한 적 없는 화두처럼 내게로 찾아와 자꾸 질문을 퍼부었다. 당시 ‘내게 오는 모든 것은 기어코 올 것이 온 것’이라 여기는 마음이 생긴 나는 삶의 멀미를 피할 마음이 없었다. 아니, 피할 수도 없었다. 결국 멀미라는 진흙밭과 하나가 되어 뒹구는 시간을 보냈다. 반 십 년 정도 삶의 멀미를 회피 없이 통과한 뒤 나는 멀미에 대한 나의 개념과 원인 분석, 그리고 처방을 갖게 되었다. 나머지는 다음 호에 잇기로 하고 이번 호에서는 대략 그 개념과 원인의 일부에 관해 말해보기로 한다.

삶의 멀미, 그것은 불일치 또는 괴리감 때문에 발생한다. 본래 자기와 일치하는 삶을 사는 이에게 멀미는 없다. 즉 자기 안의 본성, 그 능동성과 생명성을 따르는 삶을 사는 존재들은 멀미를 겪지 않는다. 청정한 들의 풀과 숲의 나무들, 창공을 나는 새들은 멀미를 겪을 리 없다. 자기 안의 본성과 정확히 일치하는 삶을 살기 때문이다. 그들은 누가 시킨 적도 없는데 스스로 잎 틔우고 꽃피고 자유자재로 날아오른다. 본성이 꿈틀거려 움직이게 하는 능동의 길, 혹은 생명의 길에서 벗어나지 않을 때 그 존재의 삶은 자유자재하다. 물속을 유영하는 물고기의 그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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