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택근 에세이] 죽음이 죽음을 생각하라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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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택근 에세이] 죽음이 죽음을 생각하라 이른다
  • 김택근
  • 승인 2020.09.03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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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가 돌아가셨다. 이모가 청량리에 살아서 청량리 이모라고 불렀다. 우리는 서울에 가본 적이 없어서 막연히 청량리가 서울 한복판인 줄 알았다. 방학 때 이모 집에 들렀을 때야 청량리가 서울의 변두리라는 것을 알았다. 이모는 홍릉 근처 허름한 집 2층에 세 들어 살고 있었다.

장례식장에서 빈소 안내판을 올려다봤다. 그렇다. 청량리 이모도 이름이 있었다. 박감순. 아무도 불러주지 않았고, 아마 자신도 잊고 살았을 것이다. 93년 동안 지구에 머물렀지만 이모의 삶은 고단하기만 했다.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험한 세상을 살았다. 나라는 온통 헐벗었고 이모네는 더 가난했다. 역사의 비바람은 가릴 곳 없는 약자들을 사정없이 할퀴었다. 이모의 삶 속에 자신은 없었다. 오로지 자식과 남편뿐이었다.

첫 남편을 잃고 북에서 내려온 실향민과 재혼했다. 이모는 이모부의 간섭과 잔소리에 늘 주눅이 들어있었다. 이모는 만둣국을 잘 끓였다. 이북이 고향인 이모부 영향인 듯했다. 부음을 듣는 순간 이모의 얼굴이 떠오르며 만둣국 냄새가 났다. 이모의 마지막 모습은 어땠을까. 서럽게 살다 떠난 이모는 세상과 화해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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