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스크리트로 배우는 불교] 불교의 세계관(2)_공간적·시간적 차원: 삼천대천세계와 대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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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스크리트로 배우는 불교] 불교의 세계관(2)_공간적·시간적 차원: 삼천대천세계와 대겁
  • 전순환
  • 승인 2020.07.26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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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호의 내용을 종합하면 이렇다. 중심에 서 있는 수미산(須彌山)에서 외곽의 철위산(鐵圍山)에 이르는 사방의 평면적 공간, 그리고 최하층인 풍륜(風輪)에서 최상층인 무색계(無色界)의 천계에 이르는 상하의 계층적 공간이 하나의 세계를 이루는 단위라고 말할 수 있다. 

『장아함경』 제18권 『세기경(世紀經)』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구사론』 제8~12권의 「세간품(世間品)」은 묘하게도 4대주에서 색계(色界)의 초선천(初禪天)인 범천(梵天)까지가 세계에 포함되는 부분이라는 다른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한다. 프루덴(Pruden)의 『구사론』1 영역본(Vol.2 p.468-469)과 라모뜨(Lamotte)의 『대지도론』1 14장에서도 『구사론』 한역본과 같은 내용이 확인된다. 

 

| 삼천대천세계

무엇이 포함되고 배제되든, 인간이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어마어마하게 거대한 이와 같은 세계는 단순히 한 개에 그치지 않는다. 불교의 공간적 세계관에 따르면 하나의 세계는 ①천개(1x1,000) ②백만 개(1,000x1,000) ③십억 개(1,000x1,000x1,000)라는 상상 초월 수치로 무리를 지어 존재한다. 천(sahasra)의 제곱으로 늘어나는 이 세 부류의 세계들은 바로 『팔천송반야경』등 여러 불전에서 자주 등장하는 ①소천세계 ②중천세계 ③대천세계다. 

소천세계  하나의 세계가 천 개가 되면, 하나의 소천세계(小千世界)가 이뤄진다. 소천세계라는 명칭은 『팔천송반야경』의 경우 세 개 단어, 즉 사하스라(sāhasra) 출리카(cūlika) 로카-다투(loka=dhātu)로 구성되는 명사구(Noun Phrase)로 나타난다. 각각의 의미는 보통 형용사 ‘천 개의’, 형용사 ‘작은’, 명사 ‘세계’로 알려져 있다. 반면 『이만오천송반야경』과 『십만송반야경』에서는 소천세계가 cūlika를 제외한 두 개의 단어로만 표현한다. ‘소(小)’로 번역하는 산스크리트 cūlika가 정확한 어원을 알 수 없지만 ‘볼록 튀어나옴, 종기, 닭 볏, 머리, 정점, 정상’을 뜻하는 cūḍa에서 파생된 형용사라는 필자의 소견에 따른다면, ‘소(小)’라기 보다 ‘초(初)’의 의미를 갖는 단어라고 볼 수 있다. cūlika는 팔리어 대장경에서 cūḷanikā로 나타나는데, 라이스 데이비스의 팔리어 사전에 따르면 이 단어는 ‘small, minor’를 뜻하는 culla에서 파생됐고, culla는 산스크리트 kṣulla를 거쳐 kṣudra에 소급된다고 설명되어 있다. 사실 같은 의미의 culla와 kṣudra의 어원 관계는 아직 밝혀져 있지 않은 상황이다. 

중천세계  천 개의 소천세계로 구성된다는 중천세계(中千世界)의 산스크리트 명칭은 『팔천송반야경』과 『십만송반야경』에서 세 개의 단어, 즉 드위-사하스라(dvi=sāhasra) 맛야마(madhyama) 로카-다투(loka=dhātu)로 나타난다. 『이만오천송반야경』의 경우 ‘중(中)’에 해당하는 madhyama가 빠진 두 개의 단어로 표현하기도 한다. 수사 ‘2’의 dva에 ‘1,000’의 sahasra가 더해져 만들어진 합성어 dvi=sahasra는 보통 ‘2,000’을 의미한다. 그런데 브룻디(vṛddhi)가 적용되어 첫 모음이 장음화된 sāhasra는 ‘천’ 외에도 ‘천배; thousand-fold’라는 의미가 있다. 이 때문에 ‘이천’에 대응하는 dvi=sāhasra는 실제로 ‘두 번의 천배로 구성되는; consisting of 1,000x1,000’으로 이해돼야 하는 형용사다. 이 명칭의 한역은 ‘중천세계’보다 ‘이천(二天)중천세계’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대천세계  천 개의 중천세계로 성립한다는 대천세계(大千世界)의 산스크리트 명칭은 『팔천송반야경』과 『십만송반야경』의 경우 두 개의 단어로 구성되는 명사구, 즉 트리-사하스라-마하-사하스라(tri=sāhasra=mahā=sāhasra)와 로카-다투(loka=dhātu)로 나타난다. 반면 『십만송반야경』은 첫 단어의 합성어를 tri=sāhasra와 ‘대천’에 해당하는 mahā=sāhasra, 두 개의 단어로 표현하는 정도의 차이를 보여준다. 수사 ‘3’의 tri에 ‘천’이 붙은 tri=sāhasra는 ‘세 번의 천배로 구성되는; consisting of 1,000x1,000x1,000’이 되기에 명칭의 전체적인 의미는 대략 ‘세 번의 천배로 구성되는 위대한 천배의 세계’ 정도가 된다. 한역으로는 보통 ‘삼천(三千)대천세계’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이 대천세계에는 천계, 해(sūrya)와 달(candra), 수미산이나 철위산, 대지옥 등 한 세계의 모든 구성 요소가 10억 개씩 존재한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런데 이러한 삼천대천세계가 소천이나 중천세계와 달리 범본 불전들에서 ‘항하(恒河)의-모래알들(의 수)과-같은(gaṅgānadī=vāluka=upama)’이라는 형용사 수식을 받으며 예외 없이 단수가 아닌 복수로 나타나고 있다. 또한 『팔천송반야경』의 6장 「수희와 회향」편에서 수보리 장로가 미륵 보살마하살에게 대천세계의 분포와 수량에 관해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는 다음과 같은 한 문구를 볼 수 있다.

“…미륵이여…시방(十方)에〔분포하는〕 무량무수의 삼천대천세계들에서, 각각의 방위에〔존재하는〕 각각의 삼천대천세계에서 무량무수의 불타세존들이 열반에 드셨습니다…(..maitreya·daśasu·dikṣu·aprameyāsaṁkhyeyeṣu·trisāhasramahāsāhasreṣu·lokadhātuṣu·ekaikasyām·diśi·ekaikasmin·ca·trisāhasramahāsāhasre·lokadhātau·aprameyāsaṁkhyeyānām·buddhānām·bhagavatām·parinirvṛtānā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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