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다의 신화] 조력자와 방해자 사이의 거리는 멀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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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다의 신화] 조력자와 방해자 사이의 거리는 멀지 않다
  • 동명 스님
  • 승인 2020.07.26 1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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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림정사의 대나무. 사진. 동명 스님

| 영웅과 조력자

2019년 9월 올림픽공원 우리금융아트홀에서 청년 싯다르타의 모험과 고뇌를 그린 <뮤지컬 싯다르타(Musical The Life of Siddhartha)>를 공연했다. 뮤지컬에서 스토리를 이끌어가는 인물은 뜻밖에도 마부 찬나였다. 그도 그럴 것이 청년 싯다르타가 출가를 결심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된 사대문 밖 여행 동행자가 찬나였고, 출가하기 위해 성을 나설 때 동행자 역시 찬나였기 때문이다. 궁궐에 사는 사람들이 모두 아쉬워한 싯다르타와 이별 여행을 함께한 이로서, 또한 싯다르타와 가장 가까운 사이였던 사람으로서 찬나는 싯다르타의 출가에 대한 증언자였던 것이다.

찬나 외에 또 한 명의 인물이 싯다르타의 출가 여행에 등장하는데, 그가 바로 마가다국의 빔비사라 왕이다. 그는 최초의 정사(精舍)를 붓다에게 보시하는 등 붓다와 승가의 최고 조력자였다. 

신화 속 영웅들은 모험의 길에서 조력자 또는 조언자를 만나게 된다. 붓다의 생애가 영웅 일대기와 일치하는 것은 아니지만, 붓다야말로 인류 역사상 최고의 영웅이란 면에서 붓다의 생애도 영웅 일대기와 겹치는 부분이 많다.

영웅들은 집단이 요구하거나 스스로 세운 위대한 과업을 완수하기 위해 힘을 축적해가는 과정에서 조력자 또는 조언자를 만나게 된다. 그 조력자(조언자)는 결정적인 순간에 영웅을 진정한 영웅으로 만들어주고 위기가 닥칠 때 중요한 역할을 해준다. 

빔비사라 왕은 영웅의 조력자라고 하기엔 너무 약한 조력자였다. 붓다는 조력자가 없으면 크게 힘을 쓰지 못하는 다른 영웅들에 비해 조력자 없이도 이미 위대한 영웅이었다. 또한 붓다에게는 그런 조력자들에 비해 너무나도 강력한 조력자군인 천신(天神)들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빔비사라 왕은 싯다르타가 출가의 길을 떠난 후 얼마 되지 않아 만난 출가자가 아닌 재가자인 데다 천신이 아닌 인간 조력자라는 점에서 역사적인 의미가 있다.

 

| 빔비사라 왕을 만나다

라자가하에 들어간 싯다르타는 판다와 산에 거처를 정하고 탁발을 하기 위해 시내로 나섰다. 라자가하 사람들에게 단정하고도 특이한 싯다르타의 모습은 참으로 거룩해 보였다. 사람들은 말했다.

“저분은 필시 세 눈을 가진 대자재천(大自在天)의 화신일 것이다.”1

싯다르타를 만나는 사람마다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면서 ‘저 수행자는 사람이 아니라 천신일 것이다’라고 추측했다. 

당시 마가다국의 젊은 국왕 빔비사라는 궁전 옥상에서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싯다르타를 봤다. 빔비사라는 신하들에게 말했다.

“저 사문을 보아라. 멋지고 장엄하고 수려한 모습으로 사람들에 둘러싸여서도 당당하게 앞만 보고 가고 있구나. 저 사람은 필시 비천한 가문 출신이 아닐 것이다. 여봐라, 저 사람의 뒤를 따라가서 어디로 가는지 잘 살펴보아라.”

왕의 명을 받은 신하들은 싯다르타의 뒤를 따라갔다. 싯다르타는 흐트러지지 않은 자세로 탁발을 마치고 시가지를 벗어나 판다와 산으로 올라갔다. 싯다르타가 그곳에 자리 잡는 것을 보고 신하들은 궁궐로 돌아와 왕에게 보고했다.

“전하, 그 사문은 판다와 산의 동쪽에 있는 한 동굴 속에서 호랑이처럼, 황소처럼, 그리고 사자처럼 앉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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