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택근 에세이] 하루살이의 ‘특별한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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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택근 에세이] 하루살이의 ‘특별한 하루’
  • 김택근
  • 승인 2020.07.24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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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여름나기가 힘들다. 올해는 인류가 기온을 측정한 이래 가장 뜨거울 것이라고 한다. 이런 예측에도 우리는 매우 놀라지 않는다. 이미 지구가 건강을 잃어가고 있음을 알고 있고, 이에 적당히 체념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마다 기상청의 감시망을 찢어버리는 불길한 기록들이 작성되고 있다. 이제 인간의 체온보다 뜨거운 날들이 예사로 찾아온다. 이런 여름을 우리는 마스크를 쓰고 건너야 한다. 

여름이 이토록 사납고 습하지만, 자연은 그래도 의젓하다. 그래서 우리는 아직 체념해서는 안 된다. 둘러보면 날마다 살아 있는 것들의 축제다. 온통 야생초가 우거져 야성(野聲)을 지르고 있다. 하늘에는 구름이 몰려와 하늘을 가리고, 땅에는 온갖 초목이 땅을 가리고 있다. 한마디로 장엄하다. 

겨울에 소한(小寒)과 대한이 있다면, 여름에는 소서(小暑)와 대서가 있다. 소한과 대한이 들어있는 1월(음력 12월)이 얼음이라면 소서와 대서가 박혀있는 7월(음력 6월)은 화덕이다. 옛사람들도 소서와 대서를 지내기가 무척 힘이 들었다. 닷새 단위로 천기 변화를 기술했으니 그만큼 숨이 막혔다는 얘기다. 더운 바람이 불어오고, 귀뚜라미가 벽을 타고 다니며, 매가 사나워지기 시작한다(소서). 반딧불이가 나타나고, 흙이 습하고 뜨거우며, 때때로 큰비가 내린다(대서).

더운 바람이 불어오면 날개가 있는 생명체는 일제히 날아오른다. 우리 눈은 벌과 나비만 찾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이름을 알 수 없는 것들이 형형색색의 날개로 세상을 휘젓는다. 숲과 벌판에는 날갯짓 소용돌이가 끊이지 않는다. 이름을 외울 수 없어서 우리는 그저 나방이라 부른다. 우리 땅에서만 1,500종이 넘게 발견되었다. 땅 밑은 개미들이 장악하고 있다면 땅 위의 세상은 나방들이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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