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코로나19 그후, 우리] 극락·지옥 운운한 시대 종말 지성·자아실현 종교로 어필
상태바
[특집 코로나19 그후, 우리] 극락·지옥 운운한 시대 종말 지성·자아실현 종교로 어필
  • 오강남
  • 승인 2020.06.23 20: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불교의 미래

코로나19는 전 세계를 변화의 시험대로 옮겼다. 비일상의 일상화. 변화의 폭풍은 가라앉고 인류는 살아남겠지만 다른 세상에 살 것이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 

주지하다시피 현재 종교계에서 가장 주목할만한 현상은 탈종교화다. “신 없는 사회”로 규정되는 스칸디나비아 3국을 비롯해 유럽 국가들은 말할 것도 없고 미국에서도 어느 보수 기독교 목회자는 지금이 바로 『마지막 기독교 세대(The Last Christian Generation)』라는 책을 집필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특히 젊은 층과 교육 수준이 높은 층에서 탈종교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는 형편이다. 한국불교도 법회 참석자 수가 감소하고, 출가 지망자 숫자도 급감하고 있다.

 

| 기복·인과응보는 설 자리 잃어

코로나19 발발 이전에도 불교 인구가 줄어들고 있었지만, 코로나19 이후 그런 변화가 더욱 가속화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렇지만 이 변화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부정적인 측면 두 가지, 긍정적인 측면 세 가지를 열거하고자 한다.

첫째, 기복 신앙이 줄어들 것 같다. 어머니가 아무리 절에 가서 절을 많이 해도 아들이나 딸이 대학에 당장 합격한다는 보장이 없고, 병이 낫기를 아무리 기도해도 낫는다는 보장이 없다. 코로나19 앞에서 불보살에 빌어서 되는 게 아니라는 점을 확실히 절감했을 것이다. 불교계는 코로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사찰을 일시 봉쇄하는 모범을 보였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초자연적 힘이 코로나19를 방지하는 데 큰 작용을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신도들에게 각인하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둘째, 인과응보가 힘을 잃을 것 같다. 코로나19에 걸리는 사람은 전에 잘못했기 때문이고, 안 걸리는 사람은 착한 일을 했기 때문이라는 통상적 인과응보나 업보 사상이 먹혀들지 않는다. 코로나19는 착한 사람이나 악한 사람 가리지 않는다. 대면접촉이나 손 씻기, 마스크 착용 등 개인위생 관념과 관계되는 것이지 윤리적 상벌과 상관없다. 이 사실을 은연 중 마음에 새기게 되지 않았을까. 좀 더 확대하면 인과응보로서 극락과 지옥도 설득력이 더욱 떨어질 것이다. 티베트불교 지도자 달라이 라마도 그의 최근 책 『종교를 넘어』에서 극락과 지옥을 말하는 불교의 전통적 가르침은 이제 ‘넘어서야 할’ 대상이라고 했다. 

이와 같은 기복신앙이나 인과응보 사상은 이른바 기저층 신도들의 신앙생활에는 어느 정도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불교가 기복이나 인과응보의 종교라는 인상을 준다면 새로운 세대에 크게 어필하기 힘들다.

| 불교, 어떻게 할 것인가?



인기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 불교 뉴스, 월간불광, 신간, 유튜브, 붓다빅퀘스천 강연 소식이 주 1회 메일카카오톡으로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많이 구독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