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인총림 해인사에서 봉행된 한국전쟁 희생자 수륙대재. 트럼펫으로 희생자들을 도량에 모셨다.
누군가의 아비였고 어미였고 누나였고 오빠였고 형이자 동생이었다. 그들은 서로에게 총부리를 겨눴다. 파란 눈동자와 노란 머리카락을 가진 이방인도 마찬가지였다. 노약자나 아이들은 전쟁의 불길에 휩쓸렸다. 아비와 어미와 누나와 오빠와 형 그리고 동생을 잃고 남겨진 자들은 시체를 부여잡고 울었다. 바다 건너 가족 하나 없는 한반도에서 죽음을 맞이한 이들은 그마저도 사치였다. 1950년 6월 발발한 한국전쟁에서 138만여 명이 길 위에서 죽음을 맞았다.
한국전쟁 희생자 영령들은 국군뿐만이 아니다. 북한군과 중국군, 참전했던 유엔군 그리고 민간인 모두 이념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희생자였다. 70년이 흘렀다. 여전히 아팠다. 영령은 한반도에서 겪은 전쟁의 참상을 잊지 못했다. 해원(解寃), 원통함을 풀어야만 했다. 평화 염원을 담은 팔만대장경의 원력이 오롯한 해인총림 합천 해인사(주지 현응 스님)에서 6월 7일 영령들을 천도하는 법석이 열렸다. ‘한국전쟁 70주년, 해원과 상생을 위한 해인사 수륙대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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